“체감 상 전체 전시부스의 절반이 중국 업체인 느낌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독일 완성차 업계는 이번 IAA에서 완전히 ‘패닉’에 빠졌다. 중국 전기차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BYD 고급 브랜드 ‘한’ 품질은 소비자 가격이 훨씬 비싼 BMW i 시리즈 수준까지 치고 올라왔다고 본다.”
◆전시장 주인공 中 ‘BYD’… CATL 등 배터리 업체도 가세
이달 8일 독일 뮌헨 IAA(뮌헨 모터쇼) 현장은 ‘중국 잔치’라는 한 마디로 요약된다.
행사장에선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때 중국 업체의 부스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 전시에선 중국 기업 40개 정도가 참여했는데, 이는 지난해 행사의 2배에 달한다.
실제 BYD 등 중국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완성차에 납품하는 1차 부품 협력사, 전기차 스타트업까지 수십 개 업체가 전시장 곳곳에 부스를 차렸다.
국제 모터쇼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름도 못 들어본 중국 업체들이 전시장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며 “이전 전시에선 중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0~15% 수준이었는데 이번 행사에선 차원이 달랐다”고 말했다.
부스 갯수 뿐 아니라 부스의 위치도 중국 업체가 단연 노른자위였다. 이 부스 위치는 전시회 참가 업체들의 요청을 반영해 주최 측에서 배정하는데 이번 IAA에선 주최 측이 중국 업체들에게 알짜 위치 부스를 집중 배정했다는 전언이다.
실제 전시관 B홀 가장 중심부에서 가장 큰 규모로 부스를 운영한 업체는 다름 아닌 중국 BYD였다. BYD 부스는 독일 대표 완성차 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의 2배 이상 크기였다.
BYD는 이 부스에 고급 브랜드 ‘한’을 비롯해 ‘씰’ 등 차량만 6대를 전시했다. 동시에 배터리 플랫폼까지 선보이며 기술력을 선보였다.
특히 고급 브랜드 ‘한’ 시리즈는 현장에서 관람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한의 디스플레이는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디스플레이와 비교해도 터치감이나 반응 속도 면에서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BYD 부스는 이 회사와 접촉을 원하는 관계자들로 시종일관 북적거렸다. 특히 중요 관계자들은 부스 2층에 따로 마련된 공간에서 별도 비즈니스 미팅을 했다.
중국 배터리 기업 CATL과 EVE에너지도 IAA 현장에서 상당한 규모의 부스를 꾸렸다. 이들은 현장에서 자사 배터리 기술 우수성을 드러냈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IAA 참가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 기업 약진의 증거라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CATL은 최근 세계 최대 배터리 회사로 이름을 높이고 있으나, 수년 전까지만 해도 모터쇼 입성 자체가 녹록지 않았던 브랜드였다.
◆존재감 없었던 獨·日…현대차도 없었다
반면 중국 업체들을 제외하곤 크게 눈에 띄는 업체들은 없었다는 의견이 많다.
현지 업체인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 독일 완성차 업체들이 부스를 꾸렸으나 기존 신차를 다시 알리는 수준에 그쳤다. 보쉬, 컨티넨탈, ZF 등 독일 부품사도 이렇다 할 혁신을 보이지 못했다.
토요타 자회사 덴소 직원들이 현장을 찾았지만 이외에 일본 업체나 관계자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미국 기업들도 눈에 띄지 않았고 한국의 현대자동차나 기아는 아예 전시회에 참가조차 안했다.
현대차그룹에선 현대모비스가 유일하게 행사장에 부스를 꾸렸다. 다만 현대모비스는 이 자리를 통해 신기술을 선보이기보단 외국 업체와의 ‘만남의 장’을 마련하는 수준에 그쳤다.
행사장에서 만난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2~3년 만에 중국 차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내며 흔히 말하는 ‘싸구려’ 이미지를 벗었다”며 “향후 비즈니스에서 독일 완성차 업체보다 BYD 등 중국 완성차 업체와 경쟁에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뮌헨=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