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어떤 역할인지 올바르게 알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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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질병관리청 보도자료
출처 : 질병관리청 보도자료

질병관리청(청장 지영미)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정한 ‘세계 항생제 내성 인식주간(매년 11월 18일~11월 24일)’을 맞이하여, 항생제 내성에 관한 국민들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세균 세포 죽이는 항생제

항생제는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죽이는 약물이다. 종류에 따라 특정 미생물의 생존과 성장을 방해하도록 설계된 화학 물질을 가리킨다. 세균에 의한 감염병 치료에 쓰이며, 바이러스의 경우 미생물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바이러스 감염에는 항생제가 듣지 않는다. 바이러스는 세균 등 일반적인 미생물과는 다른 생물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균 또한 세포 기반의 생물이기 때문에, 세포의 생리학적 과정을 통해 생존하고 증식한다. 항생제는 이러한 과정을 방해해 세균이 살아남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테면 세포벽 형성을 방해해 세균 세포가 파괴되도록 하거나, DNA나 RNA 합성을 차단해 복제를 막는 식이다. 혹은 세균의 대사 경로를 차단해 세포가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생산하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항생제는 화학적으로 강력한 효과를 갖는 약물이며, 흔히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전문의의 진단 하에 필요한 만큼만 처방하도록 돼 있다. 이는 항생제의 오·남용으로 인해 ‘항생제 내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약물 오·남용 등을 통한 항생제 내성 확산

항생제 내성이란, 세균들이 항생제(치료제)의 영향을 받지 않고 생존·증식함으로써 치료가 어려운 현상을 말한다. 세균이 진화하거나 유전적 변화를 일으켜 특정 항생제에 저항성을 갖게 되는(감수성을 잃게 되는) 경우다. 

체내에 특정 항생제 성분이 존재하는 상태에서는 그에 저항력을 갖는 세균만이 생존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생존한 세균이 증식하면서 해당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균주들이 확산된다. 환경에 적응하는 진화의 원리다. 이렇게 될 경우, 해당 항생제를 사용할 수 없으므로 치료제 선택지가 줄어든다.

항생제 내성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다. 가장 주된 원인은 항생제 오·남용이다. 질병관리청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들의 평균보다 1.2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2019년 질병관리청 조사에 따르면 의료 현장에서 처방되는 항생제 중 약 30%가 부적절한 처방이었다.

혹은 식품 섭취를 통해서도 항생제 성분이 확산될 수 있다. 농작물 재배, 축산물 사육 등의 과정에서 항생제를 과하게 사용할 경우, 그 성분이 식품으로서의 유통 과정에까지 남게 된다. 달걀 등을 구입할 때 ‘무항생제’를 광고하는 문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소비자 역시 식품 시장에서 항생제 이슈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항생제 내성, 쉽게 사라지지 않아

WHO 발표에 따르면,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과도하게 많은 항생제가 사용됐다.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 중 항생제가 필요했던 사례는 8% 정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입원 환자의 75%가 항생제를 사용했다는 내용이다. 이는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으로 인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항생제 내성을 갖게 됐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나타낸다.

항생제 내성이 한 번 생기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항생제 사용이 중단된 후 시간이 흐르면서 내성을 가진 세균이 다른 세균에 의해 대체되거나 내성이 없는 정상 세균군이 다시 우세해지는 경우 등 환경적으로 적절한 조건이 갖춰져야만 가능한 일이다. 

혹은 면역 체계가 강화되면서 내성균을 제거하는 등의 상황이 된다면 내성이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특별한 경우이며, 보통은 면역 체계가 약해졌을 때 내성균에 의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더 흔하다. 무엇보다도, 내성이 존재하는 기간 사이에 특정 항생제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감염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은 동일하게 문제가 된다.

전문의, 일반인 모두 인식 개선 필요

항생제 내성 문제의 극복을 위해서는 의료계와 일반인 모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2023년 질병관리청에서는 온라인을 통해 일반인 800명, 의사 1,100여 명을 대상으로 ‘항생제 내성 인식도 조사’를 수행한 바 있다. 

전문가인 의사의 경우 항생제 내성 문제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일반인에 비해 잘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항생제의 올바른 처방과 사용에 관한 인식은 의사와 일반인 모두 개선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일반인의 경우, 응답자 중 52.9% 정도가 항생제 내성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바이러스 감염 질환인 ‘감기’에 항생제가 효과적인지를 묻는 질문에 올바르게 답한 비율은 30% 이하였다. 3~4명 중 1명 정도만 항생제의 의미와 용도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 항생제 용도를 묻는 설문(좌) ]과 [ 항생제가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설문(우) ]결과 / 출처 : 질병관리청 보도자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 항생제 용도를 묻는 설문(좌) ]과 [ 항생제가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설문(우) ]결과 / 출처 : 질병관리청 보도자료
의사를 대상으로 한 [ 항생제 과도한 처방 이유에 관한 설문 ] 결과. / 출처 : 질병관리청 보도자료
의사를 대상으로 한 [ 항생제 과도한 처방 이유에 관한 설문 ] 결과. / 출처 : 질병관리청 보도자료

의사의 경우, 10명 중 7명 정도인 69.6%가 ‘항생제 내성은 심각한 문제’라고 응답했다. 의사들이 인식하는 항생제 내성 증가의 원인 1위는 의사의 과도한 항생제 처방(55.9%)이었으며, 2위는 환자의 항생제 복용 임의 중단(22.1%)이었다.

특히 환자의 임의 복용 중단은 일반인 입장에서 거듭 명심해야 할 사안이다. 의사는 정해진 기간 동안 복용할 것을 처방하지만, 환자들이 스스로 느끼는 증상의 개선 여부에 따라 복용을 중단하는 일은 흔하다. 특히 항생제의 경우, 도중에 임의로 복용을 중단할 경우 살아남은 세균들이 증식하면서 감염 증세를 다시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이때 살아남은 세균들은 내성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동일한 감염이 발생할 경우 기존 항생제가 듣지 않아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시간적 비용과 금전적 비용의 손해를 낳게 되며, 자칫 합병증의 위험도 따라오는 일이다.

질병관리청, 항생제 내성 관련 홍보 강화

질병관리청은 이번 항생제 내성 인식 주간을 통해 “항·필·제·사”를 캠페인 표어로 활용할 예정이다. ‘항생제는 필요할 때만 제대로 사용해요’라는 문장의 줄임말이다. 질병관리청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국민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여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항생제 내성의 발생과 전파 원리, 예방관리 수칙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팩트 시트(Fact Sheet)’와 함께, 보다 깊이 있는 해설을 담은 동영상을 제작할 예정이다. 콘텐츠는 대한항균요법학회와 공동으로 제작하여, 질병관리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 각급 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연령대별 카드뉴스도 개발하여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국민 누구나 홈페이지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메뉴 개편을 진행한다. ‘정책정보’ 화면에서 항생제 내성에 관한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항생제 내성 관련 콘텐츠를 통합하여 일반 정보, 사업 정보, 지침 및 간행물, 홍보물 및 보도자료 등 유형별로 검색할 수 있도록 개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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