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법사·운영위 1년씩’ 제안 단칼 거절
국민의힘 권한쟁의 청구에 협상 더욱 난항
우원식, 주말까지 협상 종료 최종 통지 속
내주 야권 단독 본회의, 18개 독식 가능성
국민의힘이 원 구성과 관련해 22대 국회 전반기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여야가 순차적으로 1년씩 교대 수임하자는 ‘최종 협상안’을 들고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같은 안을 ‘협상’이 아닌 ‘협잡’이라 비하하고 “야당이 중심이 돼 국회를 잘 제어하고 국정을 정상화하려면 법사위와 운영위는 필수”라고 주장했다. ‘거야 민주당’이 ‘소수 여당’의 제안을 단번에 거절한 것이다. 이로써 여당은 7개 상임위원장 수용 여부를 두고 중대기로에 서게 됐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제안에 내건 ‘조건’은 윤석열 대통령이 1년간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는 것인데, 조건의 난이도가 높아 사실상 민주당이 협상 자체를 거부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다. 주말까지 이 같은 기류가 이어진다면, 야당은 국민의힘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다음 주 초 본회의를 단독 개의하고 원 구성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번 주말을 여야 원 구성 협상 종료 시한으로 최후통첩한 상태다. 이에 따라 오는 23일이 원 구성 협상의 데드라인이다. 민주당은 원 구성 협상이 결렬될 경우 18곳 상임위원회 모두를 야당 소속 위원장으로 채운다는 방침인데, 국민의힘은 원 구성 난항과 관련해 뚜렷한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민주당은 이날 정부·여당이 수용하기 힘든 수준의 협상 조건을 제시했다. 결국 민주당이 다음 주 초 본회의에서 남은 7개 상임위원장 표결마저 강행하려는 ‘명분쌓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평가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일부 강경파 그리고 강성 당원들을 중심으로 이미 확보된 11개를 포함, 18개 상임위원회 전체 독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10일 열린 본회의 직전 ‘법사위를 여당에 준다면 나머지 쟁점 상임위인 운영위와 과방위를 포기하겠다’고 했으나, 민주당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최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단독 선출한 11개 상임위원장 중 운영위원장만이라도 여당이 맡는 안을 새롭게 제안했지만, 이 역시 민주당이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 임기를 22대 국회 전반기 2년 중 1년씩을 번갈아 맡자’는 것은 국민의힘의 마지막 절충안이었으나, 민주당은 이 역시 받지 않았다. 추 원내대표는 마지막 안을 내놓으면서 “지금까지 민주당이 우리의 여러 제안을 거부해 왔다. 협치는 대화와 양보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또 수정 제안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회의에 올라가기 전 법안들의 최종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하는 운영위원회, 방송 관련 입법을 다루는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는 통상 대여 공세의 ‘최전선’ 역할을 하는 상임위원회다. 지난 10일 민주당은 야권 단독 본회의 표결을 통해 쟁점 상임위인 3곳을 모두를 장악했다. 이어 지난 13일 22대 국회 첫 정책의원총회에서는 22개 법안과 1개 결의안을 당론으로 채택, 이들 법안을 우선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조준한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 특검법’, 또 표면적으로는 공영방송의 이사진 다양화를 명분으로 하면서도 특정 직역과 야권 성향 단체의 영향력 강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받고 있는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 21대 국회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법안들이 당론에 포함됐다.
이중 방송 3법은 지난 18일 당론에 채택된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야권 단독으로 과방위에서 의결된 바 있다. 바통은 정청래 최고위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법사위가 넘겨받았다. 국민의힘의 상임위 보이콧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열린 행정안전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도 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 등 야당 소속 의원들만 자리하기도 했다.
이 같은 국회 상황에 ‘거야의 입법독주’라는 비판이 일고 있지만, 민주당은 여야 대화 요건으로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한 조건을 다는 등 악화된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의 ‘교대 수임’ 제안에 “법사위와 운영위는 애초부터 거래 대상이 될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대신 국민의힘의 제안이 관철되려면 △대통령은 향후 1년간 국회에서 통과한 법률안에 거부권을 행사 말고 즉시 공포할 것 △서로 협의하되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 사안에 대해선 민주주의의 원리에 입각해 처리할 것 △행정부의 부당한 입법권 침해에 대해 국민의힘도 입법부의 일원으로서 적극 항의하고 맞서야 한다는 등의 요건을 제시했다.
야당의 강경한 입장에 국민의힘은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이 ‘궁여지책’으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 역시 민주당 우위 쪽으로 판세가 기울어지는 모습을 연출했단 시각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등 야당은 이미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사위와 운영위를 포함한 11곳의 상임위원장을 이미 표결·확정했다. 현재로선 국민의힘이 원 구성과 관련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에 따라 22대 전반기 원 구성 협상에서 나머지 7개라도 가져오느냐, 아니면 민주당의 18개 독식이냐를 좌우할 전망이다.
아직까지도 국민의힘은 한발 물러나 7개 상임위원회라도 맡을지, 아니면 정국이 극한으로 치닫더라도 강경한 대응 기조를 이어갈지를 두고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특히 전날 국민의힘이 앞서 민주당 주도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은 무효라는 내용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한 것에 비춰, 여당이 나머지 7개 위원장을 이제 와서 받는 것도 자기모순이 될 수 있단 평가도 공존한다.
실제로 이와 관련해 박찬대 원내대표는 “전날엔 원 구성을 불법으로 했다고 주장하면서 (야당 주도 원 구성에 반발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하루 뒤엔 1년씩 나눠하자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느냐”라며 “국민의힘은 원 구성 협상에 성의 있게 응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저런 구실로 모든 결과를 원점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고 깎아내렸다.
강유정 원내대변인도 “협상을 하는 상황에서 권한쟁의심판이라는 이중전략을 쓴다”며 “오히려 협상의 여지가 좁아지는 방향으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국민의힘의 원 구성과 관련한 전략을 평가절하했다.
양측은 민주당의 ‘대통령 거부권 1년간 행사 금지’ 조건 제시 이후 원내수석부대표 간 실무 협상을 이어갔지만 입장차를 여전히 좁히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헌법상에 나와 있는 권리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반발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수석 회동 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조건’에 대해 “삼권분립을 기본도 헤아리지 못하는 발언”이라며 “하지 말자는 얘기나 다름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 원내수석은 ‘이번 주말까지 협상을 종료하라’는 우원식 의장의 입장에 대해서는 “역대 의장은 여야가 팽팽하게 (대립) 할 때 본인이 딱 중심을 잡고 기간을 늘리거나 대안을 내거나 어떻게 해서든지 합의안을 도출하려고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우 의장은 “이번 6월 임시회의 회기는 7월 4일까지”라며 “회기 내에 국회법이 정한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대정부질문 등을 마치려면 남은 시간이 촉박하다. 양 교섭단체 대표에게 이번 주말까지 원 구성 협상을 종료해 달라고 최종 통지했다”고 공지했다.
현 상황에선 민주당이 다음 주 초 야권 단독 본회의를 열어 나머지 상임위원장을 선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20일, 국민의힘은 21일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원 구성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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