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점유율 순위 20위 안팎 그쳐
이용자 의견 반영한 업데이트 지속
최초 공동대표 체제 전환 등 체질개선
내년 다양한 신작 출시…생성AI 플랫폼 개
엔씨소프트 신작 ‘TL’이 출시 초기 아쉬운 성적을 보이고 있다. 다만 출시 이후 업데이트를 통해 이용자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어 분위기 반전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TL 띄우기뿐 아니라 전사적 체질 개선에도 나섰다. 최근 성장이 정체되자 장르 다각화에 나선 데 이어 26년 만에 외부 인사를 대표로 영입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18일 PC방 게임 통계 서비스 더로그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8시 국내 출시된 엔씨소프트 PC 신작 ‘쓰론 앤 리버티(이하 TL)’가 PC방 점유율 순위에서 20위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출시일인 7일 64위(점유율 0.32%)에서 그 다음날인 8일 19위(2.28%)까지 순위가 크게 뛰었으나 주말인 9일, 10일 23위(각각 1.95%, 2.1%)에 그치면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였다. 이후에는 22위를 유지하고 있다.
TL은 엔씨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대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5년간 약 500억원을 투자해 제작했다. 2012년 ‘블레이드 앤 소울’ 출시 후 엔씨가 11년 만에 선보이는 신규 지식재산권(IP)인 만큼 이용자들의 기대가 높았다. TL을 처음 선보인 지난 5월 국내 베타 테스트 과정에서 혹평을 받았으나 이후 개선 작업을 진행하면서 출시 직전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정식 출시된 TL은 이용자들 눈높이에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었다. 이용자들은 “초반 플레이가 지루하다”, “UI(이용자 인터페이스)가 불편하다”, “퀘스트 진행에 필요한 필드 보스를 찾기 어렵다” 등 캐릭터 성장부터 화면 구성, 콘텐츠까지 다양한 불만이 쏟아졌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업데이트 계획을 공개했다. 업데이트 핵심은 ▲성장 과정의 스트레스 완화 ▲UI 시인성 개선 ▲이벤트 일정 재정비 ▲협력 던전 콘텐츠 개선 ▲파티 플레이 개선 등으로 모두 출시 이후 이용자 개선 요청이 가장 많았던 사항들이다. 엔씨는 앞으로도 이용자 목소리에 늘 귀 기울여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겠다는 방침이다.
TL은 내년 글로벌 출시도 예정돼 있다. 글로벌 출시와 동시에 국내외 모두 PC와 콘솔 플랫폼을 지원한다. 콘솔 컨트롤러를 PC에 연결하면 UI가 즉시 콘솔 전용으로 바뀌는 방식이다. 이미 글로벌 출시를 위한 준비가 상당 수준 진척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내 선출시된 TL을 바라보는 해외 이용자들의 반응에도 관심이 모인다. 해외 이용자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해외 유명 게임 커뮤니티 ‘레딧’에 처음에는 TL에 매우 회의적이었다고 소개한 한 이용자는 한국 버전을 플레이 해본 뒤 “예상보다 꽤 잘 될 것 같다. 적어도 한번은 시도해보길 권한다”는 후기를 남겼다.
엔씨는 당분간 TL 업데이트에 집중할 전망이다. 극악의 확률 기반 수익모델을 가진 리니지식 양산형 게임 개발으로 바닥까지 추락한 이용자 신뢰도를 끌어올려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다. 증권가에서는 TL의 내년 매출이 750억원 수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을 빼고 제한적 과금 모델인 ‘배틀패스’를 도입한 만큼 리니지 시리즈 만큼의 초기 매출 수준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엔씨는 회사 차원의 체질 개선에도 나섰다. 출시하는 신작들마다 기대 이상의 흥행에 실패하고 설상가상으로 리니지 시리즈 매출까지 하락세를 보이자 위기감을 느끼고 변화를 위한 칼을 빼들었다. 지난 26년간 김택진 단독대표 체제를 지켜오던 엔씨는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공동대표 후보자로 내정해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김택진 대표는 그간 동생 김택헌 수석 부사장, 아내 윤송이 사장 등 가족 중심의 경영체제를 유지해 왔는데 처음으로 최고 경영진에 외부 인물을 영입하는 큰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외에도 엔씨는 장르 다각화를 선언하고 다양한 장르의 신규 IP 작품을 개발 중이다. 이 중 ▲오픈월드 슈팅 게임 ‘LLL’ ▲난투형 대전 액션 게임 ‘배틀 크러쉬’ ▲수집형 RPG ‘프로젝트 BSS’ 등 3종 시연 버전을 올해 지스타에서 선보였으며,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RTS) ‘프로젝트G’, 인터렉티브 어드벤처 게임 ‘프로젝트M’ 등을 준비 중이다.
게임 내 콘텐츠 재미 극대화, 게임 개발 효율성 등을 위한 AI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8월 국내 게임사 최초로 자체 개발한 AI 언어모델 ‘VARCO(바르코) LLM’을 공개했고, 추후 바르코 LLM 기반 생성 AI 플랫폼 3종(아트·텍스트·디지털휴먼)을 묶어 ‘바르코 스튜디오’를 서비스할 예정이다.
‘바르코 텍스트’는 게임 캐릭터가 말하는 대사를 자동 생성할 수 있고, ‘바르코 아트’는 몇 개의 지시문 입력만으로 게임에 적용할 다양한 2D·3D 이미지를 자동 생성한다. 또 ‘바르코 휴먼’을 통해 실제 사람처럼 소통하는 게임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고, ‘바르코 오디오’를 통해 등장인물의 목소리, 혹은 배경음악까지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다.
신작 프로젝트M에는 이용자와 상호작용이 가능한 디지털 휴먼을 도입할 예정이다. AI 개발 비용이 포함된 엔씨의 R&D 비용 투자 규모는 2013년 1395억원에서 2022년 4730억원으로 10년 새 3배 이상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