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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상일 감독 “한국인 감독이 가부키 영화를? 자연스러운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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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9일 개봉하는 영화 '국보'를 연출한 이상일 감독. 사진제공=미디어캐슬
오는 19일 개봉하는 영화 ‘국보’를 연출한 이상일 감독. 사진제공=미디어캐슬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재일 한국인 감독이 일본 전통 연극인 가부키를 소재로 한 영화로 일본에서 10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것에 대한 소감을 묻자, 이상일 감독이 웃으며 한 말이다.

이상일 감독은 14일 서울 강남구 투자배급사 NEW 사옥에서 영화 ‘국보’로 한국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한국인으로 일본에서 태어난 것을 바꿀 수는 없다”며 “한국인이지만 일본 문화 속에서 일본 사람들과 같이 살아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부키에 대한 흥미가 있었다”고 자신에게 특별한 일이 아님을 밝혔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국보’는 가부키에 인생을 바친 친구이자 경쟁자인 두 예술가의 삶을 그린 휴먼 드라마 물이다. 재능을 가졌으나 혈통을 갖지 못한 키쿠오(요시자와 료)와 혈통을 가졌으나 재능을 갖지 못한 슌스케(요코하마 류세이)가 열등감과 좌절을 겪으며 예술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연대순으로 보여준다.

●일본 실사영화 최고 흥행작 등극 앞둬 “상상 못 했다”

이 영화는 지난 6월 일본에서 개봉해 최근 170억엔(1600억원)의 흥행 수익을 올리며 실사영화 역대 흥행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일본에서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가부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상일 감독은 “올드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가부키에서 새로운 재미를 발견한 것 같다”고 흥행의 이유를 들었다.

'국보'는 예술에 인생을 다 바친 두 가부키 배우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 물이다. 사진제공=미디어캐슬
‘국보’는 예술에 인생을 다 바친 두 가부키 배우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 물이다. 사진제공=미디어캐슬

“가부키는 일본에서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실제로 보러 가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가부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가 ‘국보’를 보고 나서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은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어 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잖아요. 가부키 무대도 아름답지만 가부키 배우도 아름다워요. 그 아름다움이 어떤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더 큰 감동을 느끼죠. 그래서 영화를 좋아해주는 것 같습니다.”

‘국보’는 요시다 슈이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상일 감독이 작가의 또 다른 소설 ‘악인’과 ‘분노’도 영화화했을 만큼 두 사람의 인연은 깊다. 이 감독이 ‘악인’ 작업 이후 가부키의 온나가타(여성 역할을 연기하는 남성 배우)에 대한 관심을 작가와 공유한 사실이 있고 이후 시간이 흘러서 ‘국보’의 소설 집필과 영화 제작으로 이어져 현재 흥행 열풍의 주역이 됐다.

이 같은 결과를 전혀 상상을 못 했다는 이 감독은 “가부키 인간의 배경이 재미있게 다가왔다”며 “가부키는 혈통으로 계승되는 예술이어서 부모에서 자식, 자식에서 손자로 내려가는 특수성에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국보’의 흥행에 일본 영화 새로운 가능성 주목”

가부키가 중심 소재인 만큼 영화는 가부키 무대 구현에 상당한 공을 들여 현장감을 살린 연출이 돋보인다. 이를 위해 감독은 방대한 문헌 자료를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고, 공연을 직접 보러 다니면서 취재하고, 작가와 대화를 통해서 디테일을 만들어갔다. 이 감독은 “가부키 배우들의 무대와 생활이 정말 가까웠다”며 “마치 무대 뒤에 있는 분장실이 그들의 방 같았다. 평소에는 그곳에서 생활하다가 공연할 때에만 나오는 게 아닌가란 느낌이 들었다”고 취재를 하면서 느꼈던 특별한 감상을 들려줬다.

'국보'는요시다 슈이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이상일 감독은 작가와 인연이 깊다. 사진제공=미디어캐슬
‘국보’는요시다 슈이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이상일 감독은 작가와 인연이 깊다. 사진제공=미디어캐슬

특히 가부키 공연과 관련해 세 가지 시점에 중점을 둬 연출했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가부키라는 얘술을 스펙터클하게 보여주고 싶어서 관객의 입장에서 보는 시점, 가부키 영화인 동시에 가부키 배우에 대한 영화여서 가부키 배우 입장에서의 시점, 그리고 기쁨 고통 압박감 등과 같은 가부키 배우의 내면을 보여줄 수 있는 시점, 이 세 가지를 중시하며 연출을 했어요. 인물의 서사를 고려해 소설과 다르게 공연을 배치하기도 했습니다.”

이상일 감독은 ‘국보’ 이전에도 일본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이었지만 ‘국보’ 이후 그의 위상은 더더욱 높아졌다. 실사 영화보다 애니메이션이 더 대접받는 일본 영화계 현실에서 ‘국보’의 흥행은 실사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케 한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은 애니메이션을 선호하고 실사 영화도 인기 만화나 드라마에서 출발한 것이 많습니다. 그런데 ‘국보’가 가부키 소재에, 3시간에 달하는 상영시간에도 흥행하는 것을 보고 ‘관객이 원하는 건 다양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그 점이 감사하죠.”

이상일 감독. 사진제공=미디어캐슬
이상일 감독. 사진제공=미디어캐슬

●”박찬욱 감독은 존경하는 감독”

‘국보’는 일본에서의 흥행뿐 아니라 지난 5월 열린 제78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주간 부문에 초청되며 작품성도 인정받은 작품이다. 여기에 더해 내년 3월 미국에서 열리는 제98회 아카데미상의 국제장편영화 부문 일본 출품작에 선정되기도 했다.

아카데미 후보작은 내년 1월 발표된다. 잘하면 이상일 감독의 ‘국보’와 한국 출품작에 선정된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수상 경합을 벌이는 흥미로운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상일 감독은 박찬욱 감독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표현해 답변을 대신했다.

“(박찬욱 감독님은) 제가 존경하는 감독님입니다. 저는 감독님의 등을 따라가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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