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돌아왔다. 5일(현지 시각)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트럼프 후보는 선거인단 과반을 확보하면서 47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트럼프 귀환’에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모습이다. 지난 2017~2021년 트럼프 재임 당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무역정책이 재현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환율 변동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나라 기준금리 정책과 수출 등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과 함께 국내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오전까지 상승세를 보였던 국내증시는 오후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 때 2592.75까지 오르며 6거래일 만에 2600선 회복을 노렸던 코스피는 오후 들어 반락, 결국 전날보다 13.37포인트(0.52%) 하락한 2563.51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1400원 턱밑까지 올랐다. 이날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은 전날보다 17.6원 오른 1396.2원에 거래를 마치며 연고점을 경신했다.(원화약세) 오후 12시쯤에는 1399.7원을 기록, 21원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정책 골자는 대규모 관세 부과와 확장 재정정책이다. 관세가 확대되면 미국 내 상품 가격이 올라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게 된다. 결국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는 더뎌지게 된다. 긴축기조로 돌아서지는 않겠지만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하 이후 기준금리가 한동안 제자리걸음을 할 수 있단 관측이다. 지출을 줄이지 않고 재정 정책을 확대하면서 미국 국채 공급을 늘릴 경우에도 인플레이션이 촉발된다.
미국의 고금리가 오래 유지될수록 달러는 강세를 나타내며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우크라이나나 중동에서 고조되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더해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도가 더 높아지면 환율 변동성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환율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고려 요인 중 하나다. 고환율이 지속되면 한은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진행하기 어렵다. 달러와 비교해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더 상승할 수 있어서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무역정책으로 글로벌 무역 시장이 위축되면 우리나라 수출도 ‘직격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경제 성장률 하락도 불가피하다.
올해 3분기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0.1%에 그쳤다. 한은의 연간 전망치인 2.4%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0.5%까지 올랐어야 하지만 순수출 기여도가 마이너스 0.8%포인트를 기록하면서 1%포인트 가까이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수출 둔화가 지속될 경우 한은의 내년 성장률 전망인 2.1%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여기에 관세 인상 등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 다시 인플레이션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김현성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기회와 위협이 공존하는 상황”이라면서 “반도체의 경우 중국 반도체 기술 격차 축소 지연과 범용 소재 수출 통제 리스크가 상조하고 있고 자동차의 경우 전기차 수출 하방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의 제조업 ‘온쇼어링(해외 기업의 자국 생산 시설 유치와 자국 기업의 본국 생산 시설 확대)’으로 중국 대비 미국 공급망 민감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은 대선 결과에 따른 금융시장 점검 등 부처 회의를 열고 대응 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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