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사측과의 임금협상에 난항을 겪은 현대차‧기아 노조는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기아 노조의 경우 이날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려 쟁의권을 얻었다. 기아는 12일 쟁위대책위원회 1차 회의를 열고 향후 어떤 방식으로 투쟁을 진행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현대차 노조가 13, 14일 부분파업을 하기로 결정한 바 있어 기아에서도 함께 파업에 나서 협상력을 높이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실제 파업을 한다면 현대차와 기아 노조가 임금협상 관련해 5년 만에 파업에 나서는 것이다.
국내 완성차 중견 3사 중에서는 르노코리아와 한국GM이 아직 노사간 임금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르노코리아의 경우에는 7월에 노사가 ‘기본급 10만 원, 타결일시금 250만 원, 생산성 격려금 약 100만 원’으로 잠정합의안을 내놨지만 조합원 투표 결과 찬성이 47.4%에 그쳐 부결됐다.
한국GM은 ‘기본급 7만 원 인상 및 성과급 1000만 원’의 노사 합의안을 놓고 12, 13일 조합원 찬반 투표가 예정돼 있다. 노조 최초안(기본금 18만4900원 인상, 성과급 1800만 원)과는 다소 격차가 있기 때문에 투표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3대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스텔란티스 노동자 15만 명이 속한 전미자동차노조(UAW)도 14일 오후 11시 49분까지 합의를 이르지 못하면 파업에 나설 방침이다. UAW는 4년에 걸쳐 임금을 46%가량 인상해달라고 요구한 반면 포드는 15%(임금 9% 인상 및 일회성 보너스 지급)를 제시하며 팽행선을 달리고 있다.
공교롭게 파업 위기에 빠진 회사들은 올해 상반기(1~6월) 좋은 실적을 냈던 곳들이 많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한 328만 대를 판매해 역대 최고 매출 및 영업이익 기록을 경신했다.
스텔란티스(307만 대), GM(273만 대), 포드(198만 대)도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8%, 1.7%, 9.5%씩 차를 더 팔았다. 파업을 하면 이런 상승세가 주춤할 수밖에 없다. 2019년 UAW가 40일 동안 파업을 하면서 GM에만 36억 달러(4조7000억 원)의 손실을 입힌 바 있다. 미국의 컨설팅 업체인 앤더슨 이코노믹 그룹에 따르면 GM, 포드, 스텔란티스 소속 15만 명의 UAW 조합원이 10일간 파업에 나서면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50억 달러 (6조6000억 원) 감소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좋은 업체들 노조의 공세가 더욱 공격적인 분위기”라며 “파업 ‘데드라인’까지 노사간 치열한 협상이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