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습한 여름철, 밖으로 한 걸음만 내딛어도 불쾌지수가 배로 높아지는 때이다.
따가운 햇살에 푹푹 찌는 더위까지 외출이 꺼려지는 요즘, 시원하고 쾌적한 실내 놀거리를 찾고 있다면 주목해 보자.
서울의 중심, 종로에서 우리나라의 전통 소리를 주제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무료 박물관을 소개한다.
이런 체험까지 있다고? 독특한 체험 가득한 우리 소리 박물관 |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96, 창덕궁 바로 앞에는 우리 소리라면 뭐든지 다 있는 독특한 이색 박물관, 우리 소리 박물관이 있다. 이 박물관은 민요와 향토 음악부터 노동요, 뱃노래 등 우리 전통 소리와 관련한 모든 것이 모여 있다. 특별 전시가 열리는 별채와 본관으로 나뉘는데, 우선 별채부터 방문했다.
Point 1. 자장자장 우리 아기 잘도 자네, 자장가 특별 전시 |
현재 운영 중인 특별 전시는 사라져 가는 우리 전통 자장가를 알리는 ‘자장자장, 도담도담’ 전시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잔잔한 자장가가 흘러나오는 전시관이 나타난다. 아주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오히려 요람같이 아늑한 느낌이 전해져 전시 취지와 잘 맞는다. 전시에서는 지역별로 다른 가락과 가사로 불리는 자장가를 들어볼 수도 있고 무형문화재로 선정한 인물들이 직접 불러 고증한 노래도 들을 수 있다. 자장가뿐만 아니라 아이를 재우기 위해 아이를 업거나 안고, 눕혀서 토닥거리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전시관 가운데에는 아이 어르는 소리에 따라 동요와 단어 설명이 나오는 체험 시설이 있다. 단어가 적힌 블록을 중앙 홈에 놓으면 영상이 재생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아기 배는 똥배, 할머니 손은 약손’ 같은 소절이 있는 ‘할미 손은 약손이다’ 블록을 놓았다. 익숙한 선율과 함께 어린 시절 기억이 절로 떠오른다.
전시관 한쪽에는 엄마 아빠처럼 친근한 목소리로 부른 자장가를 들으며 누워 있을 수 있는 공간까지 있다. 소파에 기대앉아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오랜만에 자장가를 들었다. 소파에 앉으면 바로 머리 위의 스피커에서 자장가가 잔잔히 흘러나와 정말 누군가의 품에 안겨 듣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자장가와 함께 재생되는 영상도 동화책을 펼친 듯 포근한 그림체다. 한참이나 앉아서 자장가를 듣다 보니 어느새 스르르 졸음이 몰려왔다. 마치 전시관 전체가 따뜻한 엄마 품속 같다. 모든 전시 시설은 아이 눈높이에 맞춰 낮은 곳에 설치해 아이가 있는 가족이 방문하면 즐겁게 체험할 수 있다. 어른이 방문해도 좋다. 어린 시절의 포근한 추억을 되짚어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Point 2. 민요 리듬 게임부터 ASMR까지, 별별 체험 다 있는 전시관 |
특별전시관에서 나와 본관으로 향했다. 입구 바로 앞에는 도서관처럼 탁자와 헤드셋이 가득 걸려 있는 ‘누마루’가 있다. 전통 민요뿐만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의 우리 소리를 들어볼 수 있으며 이따금 공연이나 강연도 열리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누마루에선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원하는 전통 노래를 골라 들을 수 있다. 한 쪽 창으로는 창덕궁이, 다른 한 쪽으로는 박물관의 고즈넉한 중정이 보여 어디에 앉아도 멋진 풍경과 함께할 수 있다.
안쪽으로 들어오면 우리나라 사람의 생애 주기에 따른 각종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벽과 원하는 노래를 골라 영상과 함께 재생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이 나온다. 서랍 속 비디오테이프 모양 블록 중 끌리는 블록을 골라 가운데에 놓으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민요와 영상이 나온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본격적인 전시체험을 시작한다.
계단 앞에는 성격유형검사처럼 어떤 소리가 필요한지 테스트해 보는 체험기구와 증강현실로 민요를 골라 들어보는 AR 체험을 준비하고 있다.
체험시설 왼쪽으로는 각종 즐길거리와 볼거리가 넘치는 상설 전시관이 있다.
이 상설 전시관을 한 번 경험하면 민요는 지루할 것이란 편견이 완벽히 깨진다.
상설 전시관에는 다양한 체험 시설이 즐비해 있지만, 민요의 박자에 맞춰 북을 두드리는 리듬 게임이 가장 인기다. 강강술래, 늴리리야, 아리랑 등 우리 귀에 아주 익숙한 민요를 골라 장단에 맞춰 북을 치면 된다. 그나마 쉬워 보이는 강강술래를 골라 중중모리장단에 맞춰 북을 두드렸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재밌기도 하고, 괜한 승부욕도 생겨 여러 차례 도전해 겨우 90점을 얻어냈다.
상설 전시관에서 한 층 더 내려가면 교육실과 영상감상실이 있다. 우리 소리 박물관에서 이 영상 감상실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자율감각 쾌락반응, 일명 ASMR을 들으며 쉴 수 있는 이색적인 체험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전통음악과 민요와 관련한 소리가 ASMR로 바뀌어 흘러나오는데, 비치한 빈백에 기대 누워 편하게 감상하면 된다. 나무를 하러 갈 때 부르는 노래나 직물을 짤 때 부르는 노래, 풀을 바람에 말리는 소리나 베틀로 삼베를 짜는 소리 등 향토적인 소리와 노래가 잔잔히 흘러나온다. 사락이는 소리와 조용히 들리는 노동요에 귀를 기울이며 눈을 감았다. 잔잔한 백색소음 같아 마음이 편안해지고 고요해지는 기분까지 든다. 한참을 편히 누워 ASMR을 감상하다 깜빡 잠들 것 같아 뒤늦게 정신을 차렸지만, 어느새 훌쩍 시간이 흐른 뒤였다. 이렇게나 쾌적하고 이색적인 전시가 가득한데 무료라니, 놀라울뿐이었다.
생소한 전통 소리와 민요를 다양한 체험을 통해 재밌게 소개하는 우리 소리 박물관.
소리로 할 수 있는 모든 체험이 다 모인 듯 다채로운 공간으로 피서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서울우리소리박물관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96
글= 장주영A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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