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발견 50주년을 맞아 떠난 청주 직지 투어. 무구정광대다라니경부터 3D프린터까지, 한국 인쇄 문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눈으로 둘러보는 것보다 직접 만드는 것이 기억에 오래 남지 않을까. 박물관·전시관만 둘러보고 갈 수는 없다. 직접 책을 만들고 전시로만 보던 기계로 직접 활자를 끼워 인쇄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1. 금속활자 주조과정 시연
전시관을 지나 찾은 곳은 고인쇄박물관에서 120m, 근현대인쇄전시관에서 60m 떨어진 금속활자전수교육관이다. 우뚝 솟은 3층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전통 의상을 입은 직원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녹색 간판의 시연장 안으로 들어가면 시골집 부엌 같은 느낌이 난다. 오후 시간 주조과정 시연을 진행하는 분은 임규헌(31) 이수자다. 금속활자전수교육관 관장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제101호 임인호(58) 금속활자장의 아들이다. 중학생 시절부터 어깨 너머로 배우며 부자(父子)가 대를 이어 금속활자 장인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주조과정 시연은 대면과 비대면 동시에 진행한다. 관람객들은 의자에 앉아 임규헌 이수자의 시연을 감상할 수 있다. 금속활자 주조과정은 밀랍주조법과 주물사주조법이 있다. 시연은 주물사주조법으로 진행한다. 먼저 나무로 만든 글자본을 붙여 양각으로 활자를 만든다. 준비된 거푸집 아래틀에 활자를 놓고 주물사(흙)로 덮고, 윗틀을 분리해 글자형을 만든다. 거푸집 윗틀과 아래틀을 잘 맞춰 터지지 않도록 철사로 단단히 고정한다. 완성된 거푸집 안에 1200℃가 넘는 쇳물을 붓는다. 쇳물이 식으면 윗틀과 아래틀을 분리하고 가지쇠에 달린 활자를 하나씩 떼어서 완성한다.
관람객들은 약 40분 동안 진행되는 주물사주조법을 보며 하나같이 신기하다고 말한다. 주조과정 시연은 모래, 목재, 철광석 등 천연 재료를 사용해 진행한다. 임인호 금속활자장은 “금속활자 주조법 원형은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은 천연 재료를 사용해 금속활자를 만들었다. 금속활자 주조 시연도 선조들이 사용한 재료를 그대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직지 발견 50주년은 금속활자 장인에게도 굉장히 뜻깊은 해로 남는다. 임인호 금속활자장은 “박병선 박사님께서 숨겨져 있던 직지를 찾아 한국과 세계에 알렸다. 박사님 덕분에 알려진 우리 인쇄 문화가 세계에서 가장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직지 원본은 여전히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에 있는데 우리가 더 직지에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세종대왕님이 창제한 한글이 21세기 한국을 IT 강국으로 만든 것처럼 선조들의 문화는 우리에게 큰 자산으로 남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금속활자전수교육관
043-260-2503
체험시간: 매주 금요일 또는 첫째, 셋째 주 토요일, 공휴일 10:00/13:30/15:00 (1일 3회)
※ 휴관, 특별시연 등으로 일정이 변동·추가될 수 있어 전화 문의나 금속활자전수교육관 블로그 참고
비용: 무료
2. 책 만들기 체험
금속활자전수교육관에서는 금속활자 주조과정 시연뿐만 아니라 책이나 죽간·수첩을 직접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전화로 예약을 했기에 시연이 끝나고 바로 직원들이 와서 재료를 준비했다. 책 만들기 체험은 단순히 종이를 끼워서 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인쇄 문화와 관련된 여러 과정을 담아 책을 만든다. 한지를 만들고 문양을 찍다 보면 한 권의 책을 만드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임을 깨닫게 된다.
가장 먼저 한 것은 인출 체험이다. 목판이나 금속활자판에 먹물을 칠하고 그 위에 한지를 올려 문대면 자연스럽게 그림과 글이 찍혀서 나온다. 다음은 한지 만들기 체험이다. 풀이 섞인 물에 닥나무 껍질을 얇게 불린 것을 넣는다. 이 물에 한지를 뜨는 도구인 ‘발’을 넣고 천천히 흔든다. 발을 밖으로 꺼내 한지를 분리한 다음 말려준다. 다음은 책의 표지를 만드는 능화판문양 밀기다. 여러 능화판문양 중 하나를 선택해 표지를 대고 돌로 꾹꾹 눌러주면 문양이 찍힌다. 마지막으로 책 꿰매기다. 한국에만 있는 ‘오침안정법’으로 종이 오른쪽에 미리 다섯 개 구멍을 뚫는다. 바늘에다 굵은 실을 넣고 순서대로 구멍에 넣어 묶으면 책이 모두 완성된다.
1시간 동안 같은 수도권에서 온 참가자와 함께 정신없이 책을 만들었다. 만든 책에는 금속활자로 조판을 찍어볼 수 있다. 책 안에는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춘 직지 정보들이 수록돼 있다. 책 만들기 체험을 하러 오는 사람들은 주로 아이들이다보니 직원들의 입담이 굉장히 좋다. 체험 중간에 지루하지 않게 청주와 직지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해준다. 물에 손을 담그고 돌로 꾹꾹 눌러가며 만든 책을 보면 정말 세상에는 쉬운 일이 없다. 하지만 나만의 책을 만든 보람도 느낀다.
금속활자전수교육관
043-260-2503
체험시간: 10:00~17:00 (점심시간 12:00~13:00, 매주 월요일 휴관)
운영방법: 사전예약제 (전화접수)
비용: 재료비 12,000원
3. 근현대인쇄전시관 체험
근현대인쇄전시관 1층은 예약 없이도 달력 레터프레스 인쇄를 체험할 수 있다. 2층은 체험 공간으로 한지 납활자인쇄, 시전지 목판인쇄, 머그컵 전사인쇄를 진행하고 있다. 세 체험 중 자신이 원하는 것을 여러 개 선택할 수 있으며 예약이 필요하다. 금속활자전수교육관의 즐거운 책 만들기 체험을 마치고 바로 걸어서 근현대인쇄전시관으로 향했다.
2층에는 외국인들이 한지 납활자인쇄를 체험하고 있었다. 문선대에 가서 2904개에 달하는 글자 중 원하는 활자를 찾는다. 활자를 조합해 원하는 문장을 만든 다음 기계에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한지에 글씨가 나온다. 시전지 목판인쇄는 금속활자전수교육관에서 했던 인출 체험과 비슷한 방법으로 편지지를 만든다. 머그컵 전사인쇄는 금속활자전수교육관에서 머그컵을 구매해 자신이 그린 그림이나 글자를 새겨 인쇄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것을 만들면서 인쇄 기술이 간편하게 발전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청주에서 직지와 관련해 할 수 있는 모든 체험을 마쳤다. 현존하는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 직지가 세상에 나온 지 50년이 됐다. 하지만 임인호 금속활자장이 언급한 것처럼 직지에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직지의 고장 청주는 자신들의 유산을 세대가 아울러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오는 9월 4일 직지의 날을 맞아 9월 2일부터 7일까지 ‘직지, 문명의 불꽃’을 주제로 2022 직지문화제를 4년 만에 개최한다.
근현대인쇄전시관
043-201-4288
운영시간: 10:30/13:30/15:00/16:30 (1일 4회, 매주 월요일 휴관)
운영방법: 사전예약제 (전화접수)
비용: 무료
※ 단, 머그컵은 금속활자전수교육관 1층 기념품판매소 별도 구입 (흰색 3,000원/유색 3,500원)
운리단길 느루밥집
박물관·전시관과 직지 주조과정이 벽에 새겨진 초등학교를 지나면 하얀 외벽과 가로수로 가득 찬 거리가 나온다. 청주의 핫플로 떠오는 ‘운리단길’이다. 동네 지명인 운천동과 ‘~리단길’을 합성하는 이 거리에는 젊은 감성의 맛집, 카페, 빵집, 상점들이 모여 있다.
그 중에서도 느루밥집은 느긋한 분위기에서 가정식을 즐길 수 있다. 삼겹살정식, 버터갈릭새우덮밥, 명란아보카도덮밥, 느루정식 딱 4메뉴만 판매한다. 그중에서 느루정식은 매주 다른 메뉴가 변경된다. 취재 당시 메뉴는 돼지두루치기로 미니화로에 구워서 나온다.
느루밥집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흥덕로145번길 3
운리단길 파즈
운리단길에 있는 감성카페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내부는 빈티지 느낌으로 앤틱 골동품들이 장식돼 있어 사진 찍기에도 좋다. 아메리카노 위에 수제크림을 올린 아인슈페너와 무화과와 수제 카라멜을 섞은 무화과 구겔호프가 인기메뉴로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파즈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직지대로753번길 13
글= 서주훈 여행+ 인턴 기자
감수= 홍지연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