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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회장 장기집권 막겠다더니, 계열사로 방향 전환…힘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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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이사회는 지주 회장과 경영진을 견제하는 사실상 유일한 장치다. 하지만 현재는 회장의 장기 집권을 뒷받침하는 ‘참호’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경영진을 감시해야 할 이사회가 오히려 연임을 돕고, 지주회장은 거듭 연임하며 제왕적 지위를 얻는다는게 당국의 시선이다.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혁 논의가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지배구조 개편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사외이사 제도가 경영진을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봤다. 해외 사례도 비교해봤다. [편집자]

금융당국이 지주 회장의 장기 집권과 이사회의 ‘참호 구축’을 문제 삼으며 지배구조 개혁에 나섰지만, 개선안은 아직까지 표류 중이다. 그 사이 논의의 무게중심은 지주 회장 연임과 이사회 독립성에서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승계 절차로 옮겨가고 있다. 당초 논의되던 지주회장 3연임 제한 등 법제화 추진이 난항을 겪으면서다.

일각에서는 자회사 CEO 선임과 관련해 지주 회장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회장 힘빼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회장 권한을 분산하는 데 그치기보다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구조인지부터 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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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참호구축에서 계열사 CEO승계로 초점 전환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 회장들의 장기 연임 관행을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비판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당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회장과 가까운 인사들로 이사회가 구성되는 ‘참호 구축’을 문제 삼았다. 회장과 이사회가 서로를 뒷받침하며 소수 인사가 지배권을 이어가는 구조를 바꾸겠다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개선안은 당초 3월 발표가 예상됐지만 미뤄졌다. 이후에도 거듭 연기되면서 최종안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그런 와중에 KB금융은 당초 연임 가능성이 거론됐던 양종희 회장 대신 이재근 부문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현직 회장의 연임 대세론을 꺾고 새 회장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표면적으론 이사회의 독립적 판단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KB금융 회장 인선 후인 지난 9월15일 이 원장은 “지주 자회사 CEO 승계 절차가 미흡하고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역할도 제한적”이라며 연말 은행장 인사를 앞두고 CEO 승계절차 문제를 처음 언급했다. 후보 자격 요건과 검증 기간이 불명확하고 후보군 관리도 형식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28일에는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만나 “지배구조 개선방안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해 자회사 CEO 승계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다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이 원장은 “이사회의 독립성 및 책임성 강화, CEO 승계절차 관련 통제 강화 등 사외이사가 경영진에 대한 견제기능을 충실히 수행토록 하는 지배구조 개선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며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전문성과 책임의식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금융지주들이 이미 CEO 인선 작업에 돌입했다. 지주가 자회사 인사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후보 검증 과정에서 자회사 이사회의 역할이 형식적인 것에 그칠 경우 물론 개선할 필요가 있다. 다만 당초 지주 회장의 장기 집권과 이사회 참호 구축을 겨냥했던 개혁 논의가 지주와 자회사 간 인사권 배분으로 확대되면서, 개혁의 초점이 흐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회장 3연임 제한 등 강도 높은 법제화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계열사 CEO 인사 절차를 손보는 방식으로 지주 회장의 권한을 간접적으로 줄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회장 연임을 직접 제한하는 대신 자회사 인사에 대한 지주의 영향력을 줄여 권한을 분산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6년 임기 만료되는 주요 금융지주 계열사 CEO/그래픽=비즈워치

금융지주 설립 취지 맞게 개선 해야 

금융권에서는 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돼 있다는 사실 자체를 지배구조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금융지주가 그룹 차원의 전략을 수립하고 자본과 위험을 관리하려면 일정 수준의 권한 집중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지주회장은 야구팀 감독으로 팀과 선수들이 시합을 잘 뛸 수 있도록 이끄는 역할을 한다”면서 “팀에 잘 융화되고, 팀의 방향성에 맞는 코치진들을 감독이 선임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말했다. 지주 회장이 그룹 차원의 경영 전략과 계열사 간 조율을 맡는 만큼, 자회사 경영진 구성에 관여할 권한까지 일률적으로 제한하면 지주 체계의 장점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도 “계열사 전체의 방향성을 아우르고 큰 그림을 그리는게 금융지주 설립의 목적이고, 그 안에서 계열사들은 전체 방향에 맞춰 알아서 잘 경영하면 된다”면서 “금융지주 취지와 달리 회장의 장기 연임을 막고, 인사권을 줄이는 것을 지배구조 개선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지배구조 개혁이 회장의 권한을 일률적으로 줄이거나 이사회의 권한을 늘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지주회사와 자회사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사외이사가 경영진을 독립적으로 견제하며 그 판단에 책임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개혁의 목표와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권한을 어떻게 나눌지뿐 아니라 그 권한이 누구를 위해, 어떤 절차로 행사되는지까지 살펴야 개혁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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