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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치킨 중량 속였다고? 억울한 닭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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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비즈워치

사라진 닭다리

지난주 치킨업계에 대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치킨 브랜드들이 중량을 속였다는 기사가 무더기로 나왔습니다. 어떤 업체는 무려 30% 넘게 차이가 났다고도 합니다. 닭다리 하나 이상이 사라진 셈입니다. 무슨 일이었을까요.

이 소동의 시작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낸 자료였습니다. 협의회는 교촌치킨·BBQ·bhc·굽네치킨·처갓집양념치킨 등 5개사 제품의 홈페이지 표시 중량 대비 실제 중량을 비교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5개사의 뼈치킨 전부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표시중량에 미치지 못하는 실중량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치킨 표시중량 대비 실중량 비교/그래픽=비즈워치

교촌치킨의 경우 후라이드 한마리 제품의 실중량이 표시 중량보다 30.5% 적었다고 합니다. 굽네치킨 오리지널도 23% 넘게 차이가 났습니다. 반면 bhc 후라이드한마리는 8.6% 적을 뿐이었습니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교촌치킨은 소비자를 속인 나쁜 브랜드입니다. 다른 브랜드들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속인 건 마찬가지죠.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치킨업체가 ‘티 나는’ 가격 인상 대신 중량 줄이기에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해 치킨 중량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결과만 보면 유명무실한 제도처럼 보입니다. 정말 그랬던 걸까요. 치킨업체들은 정부의 표시제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양을 줄이고 있었던 걸까요.

숫자에 답 있다

겉보기엔 ‘속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숫자지만 잘 살펴보면 답은 있습니다. 우선 협의회가 말하는 ‘중량’의 기준부터 보야 합니다. 각 치킨 브랜드의 홈페이지에 표시된 ‘표시중량’은 조리 전 생닭의 중량을 말합니다. 뼈 있는 닭의 표시중량이 브랜드와 상관없이 같은 건 저 중량이 ’10호닭’의 기준입니다.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입을 모아 “튀기기 전과 후의 중량이 다르다”고 합니다. 닭을 튀기면서 수분이 빠지기 때문에 중량이 줄어든다는 겁니다. 그럼 왜 똑같은 닭을 사용하는데도 실중량은 제각각인 걸까요. 브랜드에 따라 닭의 수분이 더 빠지고 덜 빠지는 것도 아닐 텐데요. 

교촌치킨의 닭 한 마리 커팅 메뉴얼/사진=교촌에프앤비

이건 조사에서 어떤 치킨을 주문했느냐를 보면 됩니다. 가장 중량이 많이 줄어든 교촌 후라이드 한마리를 볼까요. 교촌은 다른 브랜드들이 보통 닭 한 마리를 12~16조각으로 자르는 데 비해 교촌은 21조각을 냅니다. 그만큼 단면적이 넓어져 튀기면서 빠져나가는 수분도 많습니다. 닭을 두 번 튀겨내는 교촌의 튀김 방식도 수분을 빼내는 데 영향을 미칩니다.

이게 다가 아니죠. 튀김옷의 차이도 있습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교촌은 튀김옷이 얇습니다. 허니 시리즈나 레드 시리즈 같은 제품이 아닌, 후라이드 역시 경쟁사들보다 튀김옷이 얇은 편입니다. 반대로 튀김옷이 두툼한 BBQ나 bhc의 경우 중량 차이가 다른 브랜드들보다 적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 드렸어요”의 비밀

다른 메뉴들을 더 살펴볼까요. 순살치킨을 보면 오히려 표시중량보다 실중량이 더 많은 제품들도 보입니다. 처갓집 슈프림양념순살의 경우 700g으로 표시됐지만 실제로는 820g 이상이 왔고, BBQ 황금올리브치킨양념순살 역시 표시중량보다 120g 이상 많은 치킨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그럼 처갓집양념치킨이나 BBQ는 ‘양심 치킨집’인 걸까요.

이 역시 ‘메뉴’를 보면 답이 보입니다. 중량이 늘어난 두 제품은 양념치킨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양념치킨의 양념 무게가 포함된다는 뜻입니다. 반반치킨을 드셔 보신 분이라면 모두 알 이야기입니다. 치킨 양념은 생각보다 무게가 많이 나갑니다. 

중량이 줄어든 나머지 세 제품은 파우더 타입의 양념치킨(뿌링클순살)이거나 소스를 얇게 펴바르는 타입(허니순살) 혹은 아예 소스나 양념을 바르지 않는 메뉴(고추바사삭순살)입니다. 중량이 가장 많이 줄어든 제품이 ‘소스나 양념을 바르지 않는’ 고추바사삭순살이라는 건 순살치킨의 중량 차이에 양념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방증합니다.

양념치킨은 후라이드치킨보다 무겁다./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뼈 있는 치킨에서 가장 중량 차이가 적었던 ‘정직한’ 브랜드였던 bhc는 순살 치킨에서는 두번째로 중량이 많이 줄어든 브랜드가 됐습니다. 반대로 뼈 있는 치킨에서 20% 넘게 중량이 줄었던 처갓집은 순살 치킨에선 두번째로 중량이 많이 늘어난 ‘혜자 치킨’이 됐죠. 즉 이 조사로는 어떤 브랜드가 ‘착한 치킨’인지 알아낼 수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조사가 무의미한 건 아닙니다. 어쨌든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먹는 건 생닭(표시중량)이 아니라 조리된 후의 치킨(실중량)입니다. bhc 후라이드를 먹을 땐 든든했던 배가 교촌 후라이드를 먹을 땐 아쉬웠던 건 그 날의 컨디션 차이가 아닌 실중량 차이 때문입니다. 다 똑같은 ‘순살 한 마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200g 이상의 중량 차이가 있다는 점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알고 보면 이번 ‘치킨 중량 소동’은 기준에 따른 차이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배스킨라빈스에서 아이스크림의 무게를 달아 판매하듯, 모든 중량 표시를 실제 소비자가 받는 기준으로 통일하면 좋겠지만, 치킨과 같은 음식은 튀김옷의 양 등에 따라 그때그때 중량이 달라지기 십상입니다. 현실에 적용하기 쉽지 않습니다. 누구나 알 만한 치킨 브랜드들이 중량으로 소비자를 속이지는 않았다는 걸 알았으니, 일단은 그걸로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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