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거주]②’올파포’의 1년 전세…’혼돈의 카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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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 임차인 A씨는 전세 만기를 5개월 앞두고 임대인에게 연락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2년 더 살고 싶어서다. 하지만 집주인에게선 ‘실거주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아파트의 같은 주택형 전세 매물은 현재 7억2000만원짜리 1건뿐이다. 돌려받을 보증금은 6억원. 비슷한 집으로 옮기려면 1억2000만원을 더 마련해야 한다.

5.5억과 9.5억 ‘다중가격’
한숨이 깊어진 건 A씨만의 일이 아니다. 정부가 세제 등에서 ‘실거주’를 강조하면서 비거주 1주택자들이 ‘내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 그중에는 선택이 아니라 법에 맞추기 위해 돌아와야 하는 집주인도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실거주를 미루고 임대를 놓은 수분양자들이다.
1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가구)에는 현재 전세 매물 683건이 올라와 있다. 전용 39㎡ 전셋값은 5억5000만~9억5000만원, 전용 59㎡는 8억5000만~13억원 수준이다.
더 넓은 전용 59㎡가 전용 39㎡보다 싸게 나오는 현상까지 나타난다. 가격을 가르는 핵심 변수는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느냐’다. 1년만 살 수 있는 단기 매물과 2년 계약에 연장도 가능한 장기 매물로 구분된다.
둔촌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실거주 의무가 없는 조합원 매물이나, 일반분양 중에 3년 유예를 안 받고 처음부터 입주해 2년 실거주를 마친 경우는 이제 정상매물로 나오고 있다”며 “단기 계약을 할 때는 ‘2027년 11월 이전에 퇴거한다’는 내용을 미리 설명하고 특약에도 넣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1년짜리 전세 계약이 법적으로 반드시 1년 뒤 끝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차 기간을 2년 미만으로 정하더라도 원칙적으로 그 기간을 2년으로 본다. 다만 임차인이 스스로 짧게 정한 계약기간이 유효하다고 임대인이 주장할 수 있을 뿐이다.
임차인에게 불리하게 법에서 보장한 권리를 미리 포기하도록 하는 약정은 효력이 제한된다. 특약을 작성하더라도 임차인이 이후 2년의 임대차 기간을 주장할 경우 분쟁 가능성이 남는다는 얘기다. 3년의 실거주 유예가 임대차 시장에 법적으로도 불안정한 1년짜리 매물을 만들어낸 셈이다.

갱신까지 유예? 분상제는 별개!
계약갱신청구권과도 엇박자가 난다. 2024년 11월부터 2년 전세 계약을 맺은 임차인의 최초 계약은 2026년 11월 끝난다. 갱신권을 행사하면 원칙적으로 2028년 11월까지 거주할 수 있다. 하지만 집주인은 2027년 11월까지 입주해야 한다. ‘2+2년’을 전제로 설계된 임대차 제도 사이에 ‘3년’이란 실거주 유예기간이 끼어든 것이다.
집주인이 최초 2년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본인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 요구를 거절하고 입주하는 게 깔끔하다. 하지만 시장에선 1년짜리 단기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남은 기간을 채우고 있다. 3년이라는 어정쩡한 유예기간이 2년 단위로 움직이는 임대차 제도와 맞물리면서 전에 없던 형태의 매물을 만들어내는 모습이다.
정부는 최근 또 다른 실거주 규제인 토지거래허가제에서는 임차인의 갱신계약까지 실거주 유예 대상으로 인정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1일부터 토허구역 내 임대 중인 주택의 실거주 유예 신청 기한을 내년 말까지로 연장했다. 기존엔 남은 임대차 기간까지만 입주를 미룰 수 있었지만, 이번 조치로 갱신계약까지 유예 대상으로 인정한다. 최대 3년 3개월간 유예돼 늦어도 2029년까지는 입주해야 한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 주택은 대상이 아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 유예는 집을 매수한 사람이 기존 임차인 때문에 바로 들어가지 못하는 문제에 관한 것”이라며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와는 별개의 제도다. 이번 조치와 상관없이 기존 규정대로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실거주 의무라도 토허제에서는 기존 임차인의 갱신계약까지 감안해 입주 시점을 미뤄주지만, 분양가상한제 주택에는 최초 입주가능일부터 3년이라는 시한이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세제 개편으로 양포세(양도소득세 업무를 포기한 세무사)라는 말이 등장한 것처럼, 전세 시장도 실거주 의무가 겹치면서 이중가격이 생기고 셈법이 복잡해졌다”며 “갱신권을 누구는 쓰고, 누구는 못 쓰는 상황은 부적절하다. 임차인 보호 측면에서 실거주 의무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