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유통에서 제조로…하이트진로, ‘기린 맥주’ 직접 만든다

비즈워치 조회수  

그래픽=비즈워치

하이트진로가 수입 맥주 유통을 넘어 직접 생산까지 나서며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일본 기린의 대표 맥주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생산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기로 하면서다. 독점적 제조·공급 경쟁력을 확보해 수입 맥주 사업을 키운다는 목표다.

아시아 수입사 최초

하이트진로는 지난 8일 경기도 용인시 하이트진로 연구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린 이치방 시보리 캔 제품을 전주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린 이치방 시보리는 일본 식음료 기업 기린의 주력 맥주다. 제품명은 일본어로 ‘가장 먼저 짜낸(一番搾り)’이라는 뜻으로 맥아에서 처음 짜낸 맥즙만 사용하는 제법(製法)에서 따왔다. 일반 맥주는 첫 번째와 두 번째로 짜낸 맥즙을 섞어 쓰는 데 반해 기린 이치방 시보리는 첫 맥즙만 사용해 더 진한 맛이 난다는 점을 내세운다.

8일 경기도 용인시 하이트진로 연구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인섭 하이트진로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정혜인 기자 hij@

하이트진로는 지난 2004년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병제품을 국내에 수입하며 기린과 연을 맺었다. 2011년에는 캔과 생맥주까지 포함한 독점 수입 계약을 맺으며 파트너십을 넓혔다. 기린 이치방 시보리는 지난해 국내에서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고 올해도 이를 경신할 전망이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지난 7월 기린과 라이선스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기린에서 제법과 효모를 제공받아 하이트진로 전주공장에서 기린 이치방 시보리 캔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내용이다. 기린과 지분 관계가 없는 아시아 수입사가 생산 라이선스를 받은 것은 하이트진로가 처음이다. 기린이 하이트진로의 기술력을 그만큼 인정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권광조 하이트진로 프리미엄권역장은 “기린 이치방 시보리는 일본 내수는 물론 해외에서도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기린이 하이트진로의 기술력이 충분해 라이선스를 맡겨도 부담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계약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그 맛 그대로

하이트진로는 1년 넘게 기린과 협의와 기술 교류를 이어 오면서 일본 현지와 같은 맛을 내는 데 집중했다. 기린 역시 첫 맥즙만 쓰는 제법의 표준과 노하우를 하이트진로에 직접 전수했다.

특히 하이트진로는 기린 이치방 시보리를 생산하는 일본 공장에서 기린 효모를 직접 공수해 전주공장에서 배양하고 있다.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가장 중요한 원료로 꼽히는 기린 효모는 시중에서 따로 구할 수 없다.

또 하이트진로는 원재료 규격부터 양조 온도와 시간, 배합 비율, 최종 제품 규격까지 기린이 수치로 정해둔 생산 기준을 전주공장 라인에 그대로 적용했다. 생산 라인을 처음 꾸릴 때도 기린 기술진이 현장에 직접 참여해 원료와 공정, 품질 관리 기준을 맞췄다.

지난 8일 경기도 용인시 하이트진로 연구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하이트진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이트진로 김동우 전주공장장, 장인섭 대표, 전장우 연구소장, 권광조 프리미엄권역장. / 사진=정혜인 기자 hij@

하이트진로는 지난 7월 계약에 앞서 1년 동안 시생산을 세 차례 이상 거쳐 기린의 생산 승인도 받았다. 기린이 자사 기준을 세 차례 이상 통과해야 생산을 승인하는 평가 체계를 운영하고 있어서다. 시생산 때마다 전주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일본으로 보내 사람이 맛과 향을 직접 평가하는 관능검사와 성분 수치를 측정하는 분석도 거쳤다.

권 권역장은 “기린이 정한 기준에 못 미치면 통과할 수 없었고 세 차례 넘게 검사를 거친 끝에 승인을 받았다”며 “앞으로도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일본으로 보내 데이터 평가와 정기 검사를 받으며 품질 관리 체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넓어지는 협력

하이트진로가 직접 생산에 나선 것은 수입 맥주 시장에서 일본 맥주의 존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하이트진로가 관세청 수출입 통계를 토대로 정리한 수입 물량을 보면, 전체 수입 맥주량은 2018년 정점을 찍은 뒤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수입 맥주량은 2020~2025년 연평균 3% 줄었고, 일본산을 제외한 수입 맥주량은 같은 기간 연평균 12% 감소했다. 반면 일본 맥주 수입량은 2020년 저점에서 반등해 지난해까지 연평균 72% 성장했다. 2023년부터는 수입 맥주 시장 전체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일본 맥주 중에서도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성장률은 더욱 가파르다. 2020~2026년 연평균 판매량 증가율은 2026년 추정치까지 포함해 82.4%다. 한때는 국내 공급이 부족할 정도였다. 권 권역장은 “일본 맥주 수요가 급증한 데다, 일본 주세법 등 현지 사안이 맞물리면서 공급량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이번 국내 생산으로 기린 이치방 시보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물량 변동과 관세, 국제 물류 차질 같은 외부 변수의 영향을 줄일 수 있어서다.

8일 경기도 용인시 하이트진로 연구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권광조 하이트진로 프리미엄권역장이 발표하고 있다.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유통 기간을 한 달 이상 단축할 수 있다는 점도 국내 생산의 이점이다. 일본에서 만든 제품은 통관을 거쳐 한국 시장에 유통되기까지 통상 한 달 반가량 걸린다. 반면 국내 생산으로 이 유통 기간을 1~2주로 단축해 소비자가 더 신선한 상태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비용 절감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에서 제품을 들여올 때 드는 운송료를 줄일 수 있어서다.

하이트진로는 이미 전주공장에서 캔 제품 생산에 돌입했다. 초도 물량은 150만ℓ로, 500㎖ 캔 300만개에 해당한다. 앞으로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연간 국내 판매량의 75%를 국내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국내 생산분은 이달 초부터 출고돼 기존 재고가 소진되는 대로 유통 채널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는 국내 생산을 기점으로 기린 이치방 시보리를 수입 맥주 사업의 중심 브랜드로 키우기로 했다. 권 권역장은 “하이트진로에 있어 기린 이치방 시보리는 수입 맥주 비즈니스의 시초로 중요도가 높은 브랜드”라며 “국내 생산을 통해 더욱 핵심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생산량과 판매량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장기적으로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병·생맥주까지 국내 생산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첫 국내 생산인 만큼 우선은 생산과 공급 안정에 집중하고 이후 기린과 생산 확대를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장인섭 하이트진로 대표는 “이번 기린과의 기술 협정은 단순한 생산 현장의 이전이 아닌 한층 더 발전된 기술과 품질을 만들어가는 전략적 파트너십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소비자에게 보다 가까이에서 새로운 브랜드 경험과 가치를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1
0
+1
0
+1
0
+1
0
+1
0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