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공짜 예금’ 빠져나간다…대출금리 자극 ‘복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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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불예금 지난달만 8조 ‘뚝’

정기예금과 글로벌 증시 유입

은행권 조달 비용 확대 불가피

변동형 주담대 재차 상승 우려

시중은행 직원이 현금을 검수하고 있다. ⓒ뉴시스

국내 5대 은행이 사실상 ‘공짜’로 자금을 조달하는 요구불예금이 지난달에만 8조원 넘게 줄어들면서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하기 전 정기예금에 막차를 타려는 수요와 글로벌 증시 활황으로 주식 투자가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꿈틀거리는 와중 요구불예금 감소에 따른 은행의 조달 비용 상승으로 대출금리가 재차 자극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14조1055억원으로 전월 대비 8조4652억원(1.4%) 줄어들며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지난 4월 말과 비교하면 12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이탈했다.

요구불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워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금리가 연 0.1% 안팎에 불과해 은행들이 고객에게 지급하는 이자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되는 요구불예금에서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간 배경엔 확대된 정기예금 수요가 자리하고 있다.

현재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연 3.45~3.55% 수준이다. 연 5%대까지 치솟았던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하면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 시작될 경우 현재 금리 수준도 찾기 어려워질 것이란 인식이 형성되자 정기예금에 시중 자금이 몰리고 있다. 실제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889조7062억원으로 전월보다 16조8242억원이나 급증했다.

아울러 인공지능 열풍에 힘입어 글로벌 증시가 활황을 보이는 점도 은행이 확보한 대기성 자금의 이탈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특히 엔비디아를 필두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리자 미국 증시로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보유액은 지난 4월 말 기준 814억3816만 달러로 연초보다 83억5188만 달러 증가했다.

우려되는 대목은 은행의 요구불예금 감소가 최근 상승 조짐을 보이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3.56%로 전월 대비 0.02%포인트(p) 올랐다. 같은 기간 신잔액 기준 코픽스도 3.20%로 0.03%p 상승했다. 코픽스 상승은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만이다. 금리 인하 시기가 갈수록 지연되면서 하락세를 보이던 코픽스가 상승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후 우대금리를 차감해 산정된다. 이때 기준금리에 코픽스가 반영되는 만큼, 해당 지수가 올라가면 전체 대출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반영해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도 최근 상향 조정됐다. 국민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기존 3.72~5.12%에서 3.74~5.14%로, 우리은행은 4.74~5.94%에서 4.76~5.96%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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