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에서 배우로…2024 봄 드라마 함께 인기
타임 슬립·목숨 걸고 연인 구하기 설정도 비슷
시청자 힐링 시키는 ‘상대 살리는 명언’도 같아
9년 전 서울패션위크 한 무대에 서며 눈에 띈다는 평가를 받았던 모델 두 사람이 2024년 봄을 배우로서 뜨겁게 달궜다.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히어로 변우석(류선재 분)이 4월부터 먼저 달리고, JTBC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장기용이(복귀주 분)이 5월부터 가세했다. 한 살 형인 변우석은 아시아를 들썩이게 할 만큼 ‘자고 나니 스타’가 됐고, 배우로 먼저 인기를 얻은 장기용은 ‘군백기’(군 복무로 생긴 공백기)가 무색하게 다시 안방극장에 안착했다.
작품이 끝나도 기억에 남는 명대사는 기본적으로 사랑과 희망, 인간관계와 세상살이에 기준이 되는 세계관 등 우리 인생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명언들이다. 작가의 필력이 가장 중요하고, 그것을 어떤 그릇에 담아내 주느냐를 결정하는 연출가의 몫도 크다. 그 기본이 충족됐다고 했을 때, 아니 조금 부족하다고 해도 그 말을 ‘누가 발화했느냐’에 따라 더욱 뼛속 깊이 박히는 명대사로 남을 수도 있고 스쳐 지날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봄 류선재 역의 변우석, 복귀주 역의 장기용이 발화한 대사들은 별말이어도 아니어도 많은 시청자에게 위로가 되고 즐거움이 됐다. 죄다 적자면 끝이 없고, 먼저 방영을 시작한 ‘선재 업고 튀어’(연출 윤종호·김태엽, 극본 이시은, 제작 CJ ENM 스튜디오스·본팩토리)의 시작 부분에서, 나중 끝난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연출 조현탁, 극본 주화미, 제작 글앤그림미디어·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SLL, 편성 JTBC)의 끝부분에서 하나씩 추억해 본다.
임솔: (기능성 운동화, 실내 바이트) 필요 없다잖아요. 그딴 거 다 필요 없다고! 뭐 선물? 당신들이 나 다시 걷게 해줄 수 있어요? 내가 원하는 건 그건데! 그래 줄 수도 없으면서 왜 가만히 있는 사람한테 전화해서 이러는 건데요. 이런 장난치니까 재밌어요? 하, 다들 좋겠다. 사는 게 재미있어서. 어딘가에는요, 날이 너무 좋아서, 그래서 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다신 이딴 전화 하지 마세요. 방송국 확 불 질러 버리고 싶으니까!
류선재: 혹시, 듣고 있어요? 듣고 있죠.
“고마워요. 살아 있어 줘서. 이렇게 살아 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고맙다고 할거예요. 곁에 있는 사람은. 그러니까, 오늘은, 살아봐요, 날이 너무 좋으니까. 내일은 비가 온대요, 그럼 그 비가 그치길 기다리면서 또 살아봐요. 그러다 보면 언젠간, 사는 게 괜찮아질 날이 올지도 모르잖아.”(선재, 변우석 분)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는 사람의 눈앞에 떠오르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아니 우연히 지나던 사람이 ‘지금 몇 시예요?’ 말만 걸어 줘도 잘못된 시도를 멈출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 그만큼 인간은 혼자선 나약하고, 그만큼 나 아닌 타자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
임솔(김혜윤 분)이 흐르는 시간을 4번이나 거슬러 바꾸고 싶었던 것은 선재의 죽음이었는데, 그것은 동시에 ‘선재의 부재’로 인해 죽음보다 고통스러운 자신의 현재를 바꾸고 싶었던 일이기도 하다. 솔이가 숨 쉬고 살아가는 데에는 선재가 필수 조건이고, 서로 남남으로 살아가더라도 선재가 살아 있기만을 바란 마음이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참 신기하게도, 변우석 주연의 ‘선재 업고 튀어’와 장기용 주연의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는 비슷한 설정이 많다.
시간 초능력자가 나오고, 솔이가 과거로 가서 현재의 선재를 구하려 하듯 복귀주 역시 과거로 가서 도다해(천우희 분)를 구하려 한다. 30대인 현재의 주인공이 고교 시절로 가서 상대를 구하려 한다.
사랑하는 이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내놓는 설정도 같다. 아무리 타임 슬립(사람이 시간 여행을 한다는 설정이나 구성 또는 장치)을 해도 선재는 괴한에 납치된 솔이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다. ”너 구하고 죽는 거면 난 괜찮아”. 선재에게 솔이는 자신의 생명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소중해서, 솔이를 위해 기꺼이 목숨 건 선택을 감행하는 것이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복귀주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의 행복한 시간으로 가는 초능력을 잃은 귀주가 반복해서 돌아가던 시간, 딸이 태어나던 그때로 돌아간 것은 결국 도다해로 이어지는 필연이었다. 귀주는 그 시간 발생한 화마를 뚫고 다해를 구하는 운명에 앞서 불타는 학교를 향해 뛰고 또 뛰었던 게다.
어머니 복만흠(고두심 분)의 예지몽대로면 죽을 것이 분명함에도 귀주는 예고된 ‘그때’에 이르자 주저 없이 그곳을 향해, 다해가 갇혀 있는 창고를 향해 달렸다.
귀주: (내가 죽는) 미래를 바꿀 순 없어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선택할 수 있어. 내가 널 구하러 간다면 그건 기꺼이 내가 선택한 거야.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니라 내 선택이야.
“잊지 마. 끝이 아니라 시작이야, 끝인 것처럼 보여도 끝이 아니야. 항상 그다음이 있어.”(귀주, 장기용 분)
그렇다. 너무나 힘겨운 지금이 세상의 끝, 인생의 벼랑 끝인 것 같아도 끝이 아니다. 살아 있는 한 끝이 아닌 게 우리네 인생이다. 일이든 사람이든 새로운 관계로 다시 만나는 시작일 수 있다. 오늘이 가면 내일이 오듯, 항상 그다음이 있다. 용기 내 삶을 살아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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