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한국지역정보화학회 세미나
정부가 이르면 내달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법) 정부안을 공개하는 등 해당 법 제정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학계가 국내 플랫폼 경쟁력 감소, 국내 플랫폼 역차별 등 플랫폼법이 초래할 다양한 부작용들을 우려했다. 또한 정부가 사전규제 성격을 가지는 플랫폼법의 실효성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법 제정에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지역정보화학회는 3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제의 쟁점 진단’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방민석 한국지역정보화학회 회장,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정원 안동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윤건 한신대학교 공공인재빅데이터융합학과 교수, 황성수 영남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이혁우 배재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심우현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참석했다.
첫 발표에 나선 서종희 연세대 교수는 플랫폼법은 불공정 경쟁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입증책임을 플랫폼 사업자에게 전가하는 셈이며, 이는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플랫폼법은 공정위가 특정 기업을 사전에 지정하고 그들에게만 자사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최혜대우 등 특정한 행위를 반칙으로 규정해 포괄적으로 금지하면서, 해당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것을 기업들이 스스로 입증하라는 논리”라며 “정부가 부담하는 입증 책임을 규제대상인 사업자에게 부담하게 했다는 점에서 과도한 제재”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기업들 스스로 금지 위반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는 규제의 불확실성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며 “이는 결국 새로운 투자, 서비스 등의 경영상 결정을 매우 보수적으로 진행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해외 플랫폼과의 경쟁을 저해해 국가경쟁력 감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정원 안동대 교수는 플랫폼법이 플랫폼 기업의 혁신 저해, 국내 플랫폼 역차별, 소비자 후생 저하 등 여러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플랫폼법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현행법으로 신속한 규제를 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 기존 법을 보완하면 되지 사전규제 성격의 법을 새로 만들면서까지 규제를 강화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윤건 한신대 교수는 산업간 융합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플랫폼법의 필요성은 더욱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기존 산업의 대기업들은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해 혁신을 꾀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가 가속화되면 산업 간 구분이 모호하게 되고 플랫폼 기업에만 적용하는 별도의 법이 필요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전 규제에 실효성이 있는지 실증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해당 규제 방식이 독과점에 따른 문제 해소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는 등 국가 차원에서의 중요한 가치와 목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황성수 영남대 교수는 현재 국내 플랫폼 시장 상황에 대해 “시장실패 조짐은 보이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며 “정부는 유럽연합 수준의 규제가 필요한지 실증적 근거 또한 제시한 적이 없다. 따라서 이 규제는 시급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바라봤다.
이혁우 배재대 교수는 플랫폼법에 따른 정부의 시장 왜곡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플랫폼을 매출과 시장점유율과 같은 정량적인 면과 시장진입이 자유로운지와 같은 정성적인 면에서 판단해서 사전지정하고, 그렇게 지정된 플랫폼에 대해 4대 반칙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시장을 매우 자의적으로 해석한 정부개입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얼마의 매출과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판단해야 하는지, 시장 진입이 불가능한 플랫폼이 과연 존재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매우 논쟁적”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