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10년 만에 단통법 폐지 추진
업계 “단통법 폐지 효과 미미할 것”
‘단통법'(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폐지가 추진되는 가운데, 제도 폐지 효과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 정부는 단통법 폐지가 이동통신사업자의 경쟁을 일으켜 ‘가계 통신비’ 인하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한 반면, 업계에서는 이미 5G 가입자 정체기에 접어든 만큼, 보조금 경쟁이 크게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민생토론회를 열고 단통법 폐지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근 스마트폰 시장이 프리미엄 모델 중심으로 출시되고, 스마트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국민의 단말 구입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한 노력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단통법 폐지 배경을 설명했다.
단통법은 단말기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에게 차별적인 지원금 제공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법이다. 시기별·매장별·구매자별로 차이가 발생하는 ‘지원금 규모’를 ‘통일’시켜 소비자들이 모두 동일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지난 2014년 10월 시행됐다. 하지만 단통법이 이동통신사업자들의 보조금 경쟁을 위축시키고, 이로 인한 소비자 후생이 전반적으로 감소한다는 비판이 약 10년 간 이어졌다.
특히 최근 단말기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단통법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거셌다. 실제 스마트폰 평균 가격은 매해 급증했다. 최근에는 200만원이 훌쩍 넘는 스마트폰도 늘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작년 7월 기준 국내 휴대폰 단말기 평균 가격은 약 87만3000원으로 9년 전인 2014년(약64만원)보다 약 41% 올랐다. 소비자 단말기 구매 비용은 매해 4%씩 늘어났다.
다만 통신업계에서는 단통법 폐지의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거 휴대폰 구매 환경과 많이 달라진 데다 통신사들이 5G 가입자 확보를 위해 무리한 경쟁을 펼치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특히 5G 가입자 증가에 따른 이익보다 마케팅 비용 지출로 인한 손해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스마트폰
구입 정책이 아닌 단말 가격 자체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보조금 지원 상한선 폐지 이후에도 마케팅 경쟁을 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며 “5G 가입자 정체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단통법 폐지가 결국 통신사 마케팅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스마트폰 가격을 낮추는 건 한계가 있다”면서 “한 통신사가 결국 보조금을 올리면, 다른 통신사들도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단통법 폐지 효과는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단통법은 폐지 수순을 밟지만, ‘선택약정(25% 요금할인)’는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해 지속된다. 이 제도는 공시지원금을 받지 않는 소비자에게 요금제 25% 수준을 할인해 주는 제도다. 현재 3000만 명 이상이 이용할 정도로 사용률이 높은 편이다. 정부는 “보조금을 받지 않은 소비자에게도 통신비 절감 혜택을 주는 선택약정 할인제도는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해 요금할인을 받고 있는 소비자 혜택은 지속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