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꿋꿋하게 잘 버텨준 제 자신에게 조금은 칭찬해주고 싶어요.”
올해로 데뷔한 지 딱 20년이다.
천우희가 6일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문화홀에서 열린 ‘액터스 하우스’의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 2004년 영화 ‘신부수업’으로 데뷔해서 20년간 한 우물을 판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결코 쉽지 않은 일로, 스스로 대견해할 만하다.
액터스 하우스는 연기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배우들을 초청해 그들의 연기와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보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대표 행사다. 올해는 설경구, 박보영, 황정민, 천우희가 영화제의 러브콜에 응답했다.
천우희는 지난 20년을 돌아보며 연기 인생의 분기점이 된 작품들을 꼽았다. 2011년 영화 ‘써니’가 첫 번째로 언급됐다. ‘써니’는 찬란했던 청춘과 우정에 관한 이야기로, 천우희는 심은경을 괴롭히는 불량소녀를 연기했다. 짧은 분량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천우희는 “배우를 직업으로 받아들이게 해준 작품”이라며 “서사와 감정을 부여받은 인물은 처음이었다”고 기억했다.
천우희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건 2014년 영화 ‘한공주’였다. ‘한공주’는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그에게는 간절하게 연기했던 작품으로 남아 있다. 천우희는 “‘한공주’를 연기하는 동안 겪는 육체적, 정신적 힘듦은 사치라고 생각했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하루도, 한 테이크도 대충하거나 의미없이 임한 적이 없다”고 떠올렸다.
최근 그의 두 작품은 같은 시기에 공개돼 전혀 다른 얼굴과 매력을 선사해 놀라움을 넘어 감동을 줬다. ‘더 에이트 쇼’의 8층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분방한 캐릭터이고,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도다해는 화재 사고 이후 후유증에 고통받는 인물이다. ‘더 에이트 쇼’는 “일탈”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구원”에 대한 이야기에 끌려 선택했다.
특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 대해 천우희는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그때그때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종종 누군가를 구원하거나 누군가에게 구원받는 작품들을 선택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그만큼 ‘사랑’과 ‘연대’가 나에게 의미가 크구나, 결국에는 사랑이고 사랑이 가장 중요하고 사랑이 맨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 작품들이 무의식적으로 나를 끌어당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매 작품 팔색조 같은 매력을 보여주지만, 그런 천우희도 마음먹은 대로 표현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고민을 피하지 않고 더 파고든다. 천우희는 “그런 고민들이 고통스럽기보다는 즐겁다”며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고통이 느껴져야 조금이라도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서 더 깊이 파고든다”고 말했다.
“액션 연기를 해본 적이 없다”는 천우희는 액션 장르에 대한 바람과 더불어 배우로서의 궁극적인 목표도 전했다.
“제가 천씨잖아요. 그래서 ‘천의 얼굴’이라는 표현을 많이 해주시는데요. 그 표현에 걸맞게 많은 장르, 많은 인물들에 겁 없이 도전하고 성장해서 나중에는 스펙트럼이 무한대인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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