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리포트] ‘스튜디오 지브리’, 명예 황금종려상의 의미는?
“한 명의 창작자가 아닌 한 스튜디오에 명예 황금종려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정말 대단한 스튜디오다.”(칸 국제영화제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
지난 20일 오후(한국시간) 일본 애니메이션의 상징과도 같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아들이자 ‘게드전기-어스시의 전설’ ‘코쿠리코 언덕에서’ 등을 연출한 미야자키 고로 감독이 팔레 데 페스티벌의 뤼미에르 대극장에 들어서자 관객들은 2분가량 뜨거운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고로의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
AP통신은 이 순간에 대해 “기립박수가 길게 이어지는 칸 국제영화제이지만, 그럼에도 지브리의 사절단을 맞이한 환호는 가장 열렬한 환호 중 하나였다”고 보도했다.
영화제 측은 트로피를 전달하기 전, 9분가량 스튜디오 지브리의 예술성과 독창성이 담긴 영화의 하이라이트 영상 상영으로 스튜디오 지브리에 대한 존경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설립한 ‘스튜디오 지브리’가 제77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명예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무대 풍경이다.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의 말처럼 배우나 영화 제작자 등 개인이 아닌 스튜디오에게 상을 주는 것은 이 영화제 사상 처음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1985년에 설립된 스튜디오 지브리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으로 대표되는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이다.
‘천공의 성 라퓨타’를 비롯해 ‘이웃집 토토로’ ‘마녀 배달부 키키’ ‘붉은 돼지’ ‘바다가 들린다’ ‘귀를 기울이면’ ‘모노노케 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등 많은 명작을 배출했다.
스튜디오 지브리를 설립한 미야자키 하야오와 스즈키 토시오는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일본에서 촬영한 영상 메시지로 이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스즈키 토시오가 이 상의 의미를 짚자 미야자키 하야오는 덤덤한 표정으로 “이해하지 못했다”면서도 “감사하다”고 말해 뤼미에르 대극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칸 국제영화제 이리스 크노블로흐 조직위원장은 “이번 명예 황금종려상을 통해 여러분이 영화에 가져다준 모든 마법에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경쟁부문 심사위원인 스페인 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가 미야자키 고로 감독에게 명예 황금종려상을 전달했다. 그는 “여러분의 세상을 우리에게 열어주고 우리의 삶을 조금 더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들어 줘서 감사하다”며 스튜디오 지브리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이 상을 열심히 일한 (지브리)팀에게 돌리고 싶다”는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또 우리 영화를 사랑해 준 모든 분들께도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 모든 지브리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명예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뤼미에르 대극장에서는 ‘이웃집 토토로’의 속편 격인 ‘메이 앤 더 베이비 캣 버스(Mei and the Baby Cat Bus)’를 비롯해 단편영화 4편이 상영됐다.
칸 국제영화제 측은 “전례 없는 행사로, 4편 중 3편은 일본 외 지역에서 상영된 적 없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대사가 모두 의성어로만 이뤄진 작품부터 달걀 공주와 통 속에서 살아난 반죽이 마녀로부터 도망치는 내용, 애벌레의 눈으로 보는 세상 등 스튜디오 지브리가 보여줄 수 있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었다.
단편영화 ‘메이 앤 더 베이비 캣 버스(Mei and the Baby Cat Bus)’의 한 장면. 사진제공=스튜디오 지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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