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밝혀진 ‘파묘’ 속 ‘겁나 험한 것’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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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말할 수 있는, ‘파묘’의 ‘험한 것’ 탄생의 비밀

흥행 신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는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에는 극중 화림(김고은)의 말처럼 “겁나 험한 것”이 나온다. ‘험한 것’의 등장과 함께 영화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파묘'(제작 쇼박스)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하면서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 무속인 화림(김고은)과 그의 파트너 봉림(이동현)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작품이다. ‘검은 사제들'(2015년) ‘사바하(2019년)로 오컬트 장르의 대중화를 이끈 장재현 감독의 작품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묫자리, 이장, 풍수지리, 무속신앙 등 토속적인 소재를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는 오컬트 장르에 녹여낸 장 감독의 유려한 연출과 항일 메시지를 곳곳에 심어두어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며 ‘N차 관람’을 유발했다.

그 결과 지난 2월22일 개봉한 작품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듄:파트2’의 개봉에도 박스오피스 1위를 놓치지 않으며 개봉 11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 ‘험한 것’의 정체는?

‘파묘’는 전반부와 중후반부의 결을 달리한다. 전반부에 등장하는 조부의 혼령 박근현(전진기)은 우리가 익히 아는 귀신의 모습처럼 등장한다면, 중후반부에 나타나는 정령인 ‘험한 것’은 다르다.

“험한 것은 음흉하게 가고 싶지 않았다”는 장재현 감독의 설명처럼 확실하게 그 정체를 보여준다. 노골적인 형상이 전면에 드러나면서 호불호를 유발함에도 불구하고 연출자의 의도대로 “화끈하고 박력 있는 영화”로 완성됐다.

근처만 가도 화를 면할 수 없는 험한 것은 일본의 대표적인 요괴 캐릭터를 형상화한 것으로, 2m40cm에 달하는 ‘팔척장군’의 비주얼로 표현됐다. 극 초반 나오는 혼령과 다르게 물리적인 실체가 있고, 사람을 직접 해할 수 있을 정도로 파괴력을 지녔다.

‘파묘’의 이 정령은1600년경 일본에서 시작한 세키가하라 전투를 이끈 다이묘(중세 일본의 각 지방을 다스리는 영주를 가리키는 말)이자 사무라이. 영화에서 “적의 목 1만개를 베었다”는 대사를 통해 당시 전투에서 공을 세운 인물로 유추 가능하다.

● ‘험한 것’은 두 명이 연기했다?

CG(컴퓨터 그래픽)를 최소화하는 연출 방식을 고집하는 장재현 감독인 만큼 실제 배우를 활용해서 정령의 비주얼을 완성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 역할은 배우와 농구선수, 두 명의 합작을 통해 탄생했다는 사실이다.

먼저 배우 김민준이 특수분장을 한 채로 정령을 연기했다. 정령의 전체적인 체형은 신장이 2m20cm인 농구선수 김병오의 외형을 활용했다. 얼굴이 집중적으로 보이는 타이트 컷은 김민준이, 정령의 전체 모습이 나오는 풀 샷은 김병오가 각각 맡았다. 김병오는 이 역할을 위해 연기 트레이닝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령의 목소리도 한 사람에게서 나온 게 아니다. 김민준과 함께 일본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에서 모리 코고로를 연기한 일본의 유명 성우 코야마 리키야의 목소리를 섞어 사용했다.

● 와타나베 켄, 정령 맡을 뻔 한 사연

장재현 감독에 따르면 ‘험한 것’은 일본배우인 와타나베 켄의 이미지를 떠올려 섭외하려고 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와나타베 켄이 아닌 김민준을 선택한 과정도 드라마틱하다.

장재현 감독은 “김민준과 같은 동네에 사는데, 밤에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마주쳤다. 그때 ‘저 사람이다!’ 싶었다. (김민준은)와타나베 켄의 젊은 이미지였다”고 캐스팅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화림 역할의 김고은은 앞선 인터뷰에서 ‘험한 것’을 연기한 두 명에 대해 “촬영 현장이 굉장히 추웠는데 매번 몇 시간씩 분장을 받았다”며 “연기하면서 그 누구보다 고생한 배우들”이라고 밝혔다.

김민준과 김병오는 오는 9일부터 최민식, 유해진 등과 함께 ‘파묘’ 흥행 기념 무대인사에 나서며 관객들과 직접 만날 예정이다. 기존에 없던 ‘험한 것’을 완성시킨 김민준과 김병오를 향한 뜨거운 반응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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