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파도 끝이 없는… 충격적 ‘신작’ 미리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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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포테이토 지수 87%] ‘파묘’, 동어반복은 없다…심연으로 이끄는 오컬트 확장

(이 콘텐츠에는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장재현 감독은 한국영화계에서는 드물게 ‘오컬트’라는 한 우물을 우직하게 파내는 연출자다.

‘검은 사제들'(2015년)과 ‘사바하'(2019년)로 오컬트라는 외피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작품을 선보였고, 이어 신작 ‘파묘'(제작 쇼박스)를 통해 다시 한번 한국형 오컬트의 지평을 새롭게 펼친다.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자신의 몸에 굵은소금을 뿌린 뒤 축축한 흙을 파내고 또 파내는 풍수사 상덕(최민식)처럼 ‘파묘’는 우직하게 장인 정신으로 밀고 나가는 영화다. 조상의 묘 이장이라는 사건에서 더 나아가 우리가 밟고 있는 땅의 ‘청산되지 않은 역사’까지 다룬다.

오컬트 외길 인생, 장재현 감독이 예상을 뛰어넘는 “(더) 겁나 험한 것”이 존재하는 ‘파묘’의 세계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 기이한 묘로부터 벌어진 불길한 사건

이야기는 젊은 무속인 화림(김고은)과 그의 제자 봉길(이도현)이 미국 LA에 사는 부유한 한국인 가족의 의뢰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태어날 때부터 부자인 이 집안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아버지부터 아들, 갓 태어난 손자까지 장손들에게 대대로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며 고통받고 있다. 화림은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채고, 오랜 경력의 풍수사 상덕과 그의 파트너인 장의사 영근(유해진)을 찾아간다.

이들은 산꼭대기, 음습하고 어두운 기운이 깃든 곳에 자리한 할아버지의 묘를 찾아간다. 상덕은 절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에 자리한 묘를 보고 제안을 거절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파묘가 시작되면서 이들에게 불길한 일들이 연속해서 벌어진다.

‘파묘’는 장재현 감독이 어린 시절 100년이 넘은 무덤의 이장을 지켜본 기억으로부터 시작됐다. 그 당시 묘 옆의 오래된 나무를 보고 느꼈던 두려움과 호기심을 풍수지리, 무속신앙, 음양오행 등 지극히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소재들과 결합시켰다.

장재현 감독은 ‘파묘’를 준비하면서 장례지도사 자격증에 도전해 1년 동안 실제 장의사와 함께 일하며 파묘와 이장에 직접 참여했다. 풍수사, 장의사, 무속인에 대한 고증에 영화적인 상상력을 더해 촘촘하고 디테일한 영화를 완성했다. 덕분에 ‘파묘’는 ‘무늬만 오컬트’가 아닌, 관객을 심연으로 깊숙하게 들어가 몰입하게 만든다.

● 마치 춤판 벌이듯…김고은의 대살굿 눈길

영화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김고은의 대살굿 장면은 극의 초반을 확실하게 책임진다. 파묘와 함께 화림은 동물을 죽여 신께 바치는 대살굿을 현장에서 펼친다. 북소리와 경문 외는 소리가 들리는 와중에 한쪽에서는 삽을 들고 굵은소금을 뿌리며 묘를 파헤칠 준비를 하는 모습이 생경하면서도 신비롭다.

화장도, 의상도, 말투도 ‘힙’한 무당인 화림은 컨버스 운동화를 신고 마치 신명나는 춤을 추듯 굿판을 벌인다. 울부짖으며 칼춤을 추는 김고은의 모습은 “이러다 투잡 뛰는 거 아닌가”라는 최민식의 너스레가 와 닿을 정도다. 원혼을 달래는 무당 역을 제 옷을 입은 듯 소화해낸 김고은의 연기가 단연 인상적이다.

40년 경력의 풍수사로 연기 내공을 펼친 최민식은 물론 베테랑 장의사 역할로 극의 완급을 조절하는 유해진은 안정적인 연기를 펼친다. ‘파묘’로 스크린에 데뷔한 이도현은 김고은과 마찬가지로 신세대 무당 역할을 통해 베테랑 배우들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풍수사, 무당, 장의사 등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인 이들이 돈을 가장 우선시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일반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는 설정 또한 흥미롭다.

파묘를 둘러싼 갈등을 봉합하는 전반부는 오컬트 장르의 정석처럼 흘러간다. 진짜 비밀이 드러나는 중후반부터 영화는 결을 달리하며 오컬트 장르의 외연을 확장한다.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겁나 험한 것”의 정체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가 살고 있는 땅, 한반도에서 일어난 일이 주요한 주제가 된다.

장재현 감독은 “우리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상처와 트라우마가 많다. 그걸 파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좀 더 직관적이고 체험적인, 화끈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바람대로 후반부에서 ‘파묘’는 귀신의 모습을 전면에 등장시킨다.

이 같은 노골적이면서 실험적인 전개는 호불호 반응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미 두 편의 오컬트 영화로 흥행에 거두면서 ‘관객의 선호’를 알고 있는 장재현 감독의 “한 발자국 더 나아가고 싶었다”는 말에서, 동어반복은 하지 않겠다는 감독의 장인 정신이 읽힌다.

감독: 장재현 / 출연: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외 /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 오컬트, 다크 판타지 / 개봉: 2월21일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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