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원자력 ETF 동시에 뜨네… “전기 먹는 AI 데이터센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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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 중 최근 한 달간 태양광과 원자력 업종에 투자하는 ETF의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았다.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수요 급증과 함께 전력 확보가 우선 과제로 떠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오픈AI·아마존 등 주요 AI 기업은 앞다퉈 에너지 업종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일러스트=챗GPT 달리3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3일까지 최근 한 달여간 ‘ARIRANG 태양광&ESS Fn’ ETF는 14.83% 올랐다. 재생에너지 ETF로 분류되는 ‘KODEX K-신재생에너지액티브’ ETF와 원자력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HANARO 원자력iSelect’ ETF도 같은 기간 각각 11.59%, 11.32% 상승했다. ‘ACE 원자력테마딥서치’ ETF와 ‘KBSTAR 글로벌원자력 iSelect’ ETF도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에 코스피지수가 2.24%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증권가는 AI 산업이 성장하면서 데이터 전력 수요가 늘어난 걸 에너지 ETF 상승의 배경으로 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구글 검색에는 평균 0.3와트시(Wh)가 소요되지만, 생성형 AI 서비스 챗GPT는 한 번에 2.9Wh를 사용한다. 24시간 가동되는 AI 데이터센터의 변압기 용량은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20배 많다.

IEA는 글로벌 전령 사용량이 2026년까지 연평균 3.4%씩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2020년 1.8기가와트(GW)였던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32년 77.8GW로 불어날 전망이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열풍뿐 아니라 전기화와 암호화폐 시장 성장 등도 전력 수요가 증가하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에서도 관련 기업 주가가 상승 흐름을 보인다. 원자력 관련 ETF가 공통으로 많이 담고 있는 ##HD현대일렉트릭## 주가는 2022년 초 2만원대에서 불과 2년 만에 23만원으로 치솟았다. 재생에너지 사업에 집중해온 ##LS ELECTRIC## 주가도 글로벌 전력 수요 급증과 함께 고공 행진하고 있다. 이 회사 주가는 2021년 말 5만5000원대에서 현재는 약 16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연초와 비교하면 120% 가까이 올랐다.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의 에너지 업종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알트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태양광 스타트업에 약 280억원을 투자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 아마존은 지난달 100% 원자력 발전으로 가동되는 대형 데이터센터를 8700억원에 사들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작년 6월 버지니아에 있는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고자 콘스텔레이션 에너지로부터 원자력 에너지를 구매하기로 했다.

전력 확보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다 보니 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해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노후 원전 재가동과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세액공제 대상에 원전을 포함하기도 했다.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전 대통령도 기존 원전을 계속 가동하고, SMR에 투자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세계 각국도 세계 각국도 탄소중립과 전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함께 활용하는 분위기다. 현재 영국·체코·폴란드·터키·네덜란드 등 여러 국가가 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원전 신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AI 데이터센터 건설로 전력 사용량이 대폭 늘면서 전 세계적으로 전력망 구축 프로젝트가 증가하고 있다”며 “전력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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