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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쏘나타 디 엣지의 디자인


신형 쏘나타는 일자형 헤드램프와 함께 직선이 강조된 디자인이다
신형 쏘나타는 일자형 헤드램프와 함께 직선이 강조된 디자인이다

서울모빌리티쇼에서 8세대 쏘나타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 공개됐다. 8세대 쏘나타 DN-8이 나온 때가 2019년 봄이었으니 벌써 4년이 지났다. 8세대 쏘나타의 휠베이스가 2845mm인 것을 보고 중형 승용차의 휠베이스가 이제 드디어 2800mm를 넘었다는 사실에 놀란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과거 국내에서 중형차로 팔린 기아 콩코드 의 휠베이스가 2520mm였던 걸 생각하면 정말 엄청난 변화다.

쏘나타 디 엣지의 차체 크기는 아직 공식적인 발표 내용은 없지만 기존의 8세대를 기준으로 하면 전장, 전폭, 전고가 각각 4900×1860×1445(mm)에 휠베이스는 2845mm이다. 8세대 모델에서 세부적인 형상이 바뀌었을 뿐, 근본적인 차체 구조 변화는 보이지 않으므로, 치수 상의 변화는 크지 않을 걸로 보인다. 물론 공식 발표 자료는 약간 변화가 생길지 모른다. 범퍼의 세부 형태가 바뀌면서 얼마간의 길이 변화는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면부의 인상이 가장 큰 변화로 보인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밀어붙이고 있는 일자형 주간주행등, 이른바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가 강렬한 인상을 만들고 있다. 현대 브랜드에서는 승합차 스타리아에서 처음 나온 디자인 이미지였다.

물론 스타리아 디자인 자체는 일직선 주간주행등이었지만, 램프 자체는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가 아닌 3개를 연결한 것이었다. 일체형 램프의 단가가 훨씬 비싸서 스타리아에는 세 조각의 것이 적용됐을 것이다.

2019년에 나온 8세대 쏘나타의 앞과 뒤
2019년에 나온 8세대 쏘나타의 앞과 뒤
페이스 리프트(위)와 기존 8세대(아래)
페이스 리프트(위)와 기존 8세대(아래)

뒤이어 신형 그랜저에도 그 디자인이 쓰이면서 플래그십 모델이던 그랜저 디자인에 약간 김이 빠지는 듯 했다. 이후 신형 코나에도 일자 램프가 쓰이고, 아반떼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과 오늘 살펴보는 쏘나타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에도 쓰이면서 그야말로 현대 브랜드 차량의 특징이 되고 있다.

물론 좋은 건 많을수록 좋을지 모르지만, 대중 브랜드의 차량들은 제품 마다 특색이 강조되는 이른바 프로덕트 아이덴티티가 더 유효하다고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브랜드 내의 모델들이 모두 일자형 이미지로 비슷해지는 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아무튼 앞 범퍼의 현란한 디테일이 보여주는 디자인 특징은 디지털적인 조형과 다양한 취향의 성격을 보여주는 요소다.

DN-8 쏘나타의 전체 디자인 이미지는 거의 직선에 가까운 곡선에 팽팽한 곡면과 곡면이 만나면서 곡선이 주된 인상이었지만, 페이스 리프트 모델에서는 오히려 직선적 인상을 강조했다. 그래서 앞 범퍼의 디테일이 거의 각진 직선적 형태를 보여준다.

이런 인상은 실내에서도 이어진다. 센터 디스플레이 패널이 하나의 긴 직사각형 형태의 디스플레이 패널로 변화되면서 직선을 강조한 느낌이다. 이런 조형 감각은 확실히 시대를 두고 반복되는 듯하다. 1960년대에는 둥근 이미지가 좀 나오다가 1980년대까지는 직선적인 이미지였고, 다시 1990년대 말에서부터는 둥근 이미지의 곡선이 주류였지만 이제는 다시 직선적인 성향으로 나오는 느낌이다.

오늘날은 어쩌면 ‘유행이 없는 게 유행’인 시대가 된 것 같다. 즉 모두가 똑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각자가 가치를 느끼는 방향을 찾아서 그걸 강조하거나 추구하는 게 요즘의 시대적 가치인지도 모른다. 그런 다양성의 시대에는 당연히 한 개의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각자의 답을 가지는 시대이다. 이런 때는 하나의 정답이라고 하기보다는 각자의 답이라고 하는 게 맞을 듯하다. 쏘나타의 위상 또한 시대에 의한 변화를 보여준다. 과거의 쏘나타는 가족용 자가용 승용차, 또는 가장의 차라고 여겨지면서 마치 모범 답안의 가치를 제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이제 그 역할은 준대형 모델 그랜저에게 넘어간 듯하다. 그렇다면 쏘나타가 지향해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승용차로서의 실용성과 기술적 완성도를 일정 수준으로 갖춘 대중차로서 이 시대 다양한 소비자의 가치를 표방하는 여러 답 중 하나의 모습일 수 있다. 이미 4년 전에 8세대 쏘나타가 처음 나왔을 때, 보여준 디자인은 더 이상 보편성이 아니었다. 개성을 강조한 디자인을 처음 보여줬던 8세대 쏘나타의 다양성의 가치가 4년만에 나온 페이스 리프트 모델에서 더욱 더 강조되는 모습으로 나온 건지도 모른다.

글·구상 교수, 자동차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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