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아우디 RS6의 전면 디자인은 육각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강렬한 인상의 LED 헤드램프가 결합되어 샤프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육각형 그릴의 이른바 모노프레임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은 A7에서도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상 아우디의 디자인은 거대한 모노프레임 라디에이터 그릴을 쓰기 시작한 2005년형 A8에서부터 혁신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졌고, 이후 거의 모든 메이커가 거대한 라디에이터 그릴을 쓰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새로운 디자인 경향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그렇지만 실질적인 아우디의 디자인 혁신은 1995년에 등장했던 아우디 TT의 콘셉트카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2023년 11월에 단종된 3세대 TT는 그러한 아우디의 디자인 혁신을 통한 이미지와 그것이 진화해 나가는 한 시대의 상징과도 같았다.
처음 등장했던 TT 콘셉트와 이후의 양산형 모델은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을 쓰지는 않았다. 그런데 장방형에 둥근 모서리의 사각형 그릴을 지금 다시 보면 2009년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널리 쓰이기 시작한 디지털 기기의 둥근 사각형의 기하학적 이미지와 똑같다. 무려 15년이나 앞서서 시대를 내다본 것이었을까?
1998년에 등장한 양산형 TT는 콘셉트카의 기하학적 이미지 조형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아 진화적으로 발전시킨 것이었다. 그런데 사실상 거의 모든 독일 자동차 메이커의 디자인이 이와 같은 진화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도 틀리지 않다.
TT 콘셉트카 디자인은 아우디의 캘리포니아 디자인 센터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참여한 디자이너 중 한 사람이 나중에 현대/기아 디자인 총괄 사장이기도 했던 피터 슈라이어다. TT의 디자인에는 뉴 비틀의 디자인 테마를 만들어 낸 제이 메이스(J Mays)도 참여했다고 한다. 그래서 TT의 콘셉트카 디자인은 어딘가 뉴 비틀을 늘려놓은 듯한 인상이 들기도 한다.
그 당시 TT 차체 내/외장의 간결하고 기하학적인 디자인은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레이싱 머신의 연료 주입구를 형상화 한 주유구 디자인은 많은 유사품이 나오기도 했다. 심지어 국산차 중에도 그런 디자인이 있었다.
이후 2006년에 좀 더 날렵하게 다듬은 2세대 TT가 등장한다. 전체적인 디자인 테마는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모노 프레임 라디에이터 그릴을 쓰면서 더 날렵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로 바뀌었다.
그렇지만 대개의 경우과 같이 형만한 아우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첫 모델만큼의 신선함을 주지는 못했다. 1995년 TT 콘셉트가 처음 보여준 혁신의 인상을 이어가려면 또 다른 변화가 있어야 하지만 필연적으로 진화적 디자인을 가져야 하는, 2세대 모델의 임팩트는 크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와 달리 3세대 2015년의 3세대 TT는 육각형에 가깝게 진화한 모노 프레임 라디에이터 그릴과 LED가 쓰인 헤드램프에 전체적으로 샤프한 이미지를 강조하며 또 다른 진화적 디자인을 보여준다.
사실상 오늘날 디지털 감각의 조형은 스마트폰이나 테블릿 PC같은 둥근 사각형이기보다는 샤프하게 각이 선 이미지다. 그리고 요즘 아우디의 육각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그런 인상을 풍기고 있다. 감각적으로 더 샤프하고 육중해졌다. 그렇다면 아우디 디자인은 진화의 모습일까, 아니면 또 다른 혁신의 모습일까?
돌아보면 1995년에 등장한 놀라운 콘셉트카와 1세대 TT의 혁신성, 그리고 2015년까지 이어진 모노 프레임 라디에이터 그릴의 혁신과 진화의 디자인은 가히 20년에 걸친 아우디 디자인의 황금기였음이 틀림 없다. 이제 또 다른 혁신을 기대하게 되는 건 오늘날 아우디 디자인이 보여주는 조금은 지나친 듯한 감각적 디자인 때문일지 모른다. 혁신의 본질은 단지 감각의 추구가 아닌 새로운 가치의 제시, 바로 그것일 것이다.
글 구상 자동차 디자이너,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