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전부 떠났습니다” 60년째 시간이 멈춘 이탈리아 유령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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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중세마을처럼 보입니다. 언덕 꼭대기에는 네모난 탑이 서 있고, 그 아래로 돌집과 교회가 층층이 내려앉아 있습니다. 그런데 창문 안에는 사람이 없고 지붕은 무너져 있으며, 골목 일부는 그대로 폐허가 됐습니다.
이곳은 이탈리아 남부 바실리카타주 마테라 지방에 있는 이탈리아 크라코. 마테라에서 약 50km 떨어진 곳으로, 이탈리아 관광청도 공식적으로 고스트 타운이라고 소개하는 실제 유령마을입니다.
1963년

크라코가 처음부터 버려진 마을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중세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았고, 언덕 위에는 방어를 위한 노르만 탑과 교회, 귀족 저택까지 들어섰습니다. 높은 곳에 자리한 덕분에 주변을 감시하기에는 유리했지만 치명적인 약점도 있었습니다. 마을 아래 지반 상당 부분이 침식에 약한 점토질 지형이었던 겁니다. 주변에 보이는 날카로운 흙산 칼랑키도 물과 바람이 연약한 땅을 오랫동안 깎으며 만들어낸 지형입니다.
결정적인 사건은 1963년 대규모 산사태였습니다.
집과 도로가 위험해지면서 주민들의 이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옛 마을 크라코 베키아는 사실상 사람이 살지 않는 공간으로 변했습니다. 지금 눈앞에 남아 있는 풍경은 관광용으로 만든 세트가 아니라, 실제 주민들이 떠나고 남은 마을입니다.
그대로 두고 사라졌다

이탈리아 크라코가 일반적인 고대 유적과 다른 점은 ‘생활의 흔적’입니다. 마을에는 산 니콜라 모교회와 노르만 탑을 비롯해 카르보네·그로시·마로나 등 과거 유력 가문이 사용하던 저택들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건물 사이에는 사람이 실제로 오갔던 계단과 골목도 이어집니다. 폼페이가 약 2,000년 전 도시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크라코는 훨씬 최근까지 사람이 살았다는 점에서 느낌이 조금 다릅니다.
다만 폐허라고 해서 몰래 들어가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현재 옛 마을 일부는 ‘파르코 무세알레 스체노그라피코’라는 형태로 관리되고 있으며, 이탈리아 관광청은 내부 방문 때 안전모 착용이 의무라고 안내합니다. 2026년 현재 운영 사이트에서도 유적 산책과 박물관 관람 프로그램을 별도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방문 전 꼭 확인하세요.
영화감독들이 찾아왔다
아이러니하게도 크라코가 다시 유명해진 건 마을이 버려진 뒤였습니다.
전봇대와 현대식 간판이 거의 보이지 않고 돌집과 폐허가 그대로 남아 있다 보니, 별도의 거대한 세트를 만들지 않아도 수백 년 전 도시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멜 깁슨 감독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프란체스코 로시의 「그리스도는 에볼리에서 멈췄다」 등이 이곳을 촬영지로 활용했습니다. 크라코가 한때는 위험해서 사람들이 떠난 풍경이 수십 년 뒤에는 “이런 장소를 어디서 구하지?” 싶을 정도로 독특한 영화 세트가 된 재밌는 장소입니다.
마테라 갔다면 추천

이탈리아 크라코 하나만 보기위해 가는 건 시간낭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테라와 묶어 간다면 얘기가 달라지죠. 마테라도 석회암 협곡과 오래된 주거지가 도시의 인상을 결정하는 곳이고, 크라코로 향하는 길에는 칼랑키 특유의 황량한 지형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크라코에 도착했다면 무너진 건물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왜 사람들이 이런 불안정한 언덕에 마을을 만들었는지, 1963년 이후 주민들은 어떤 마음으로 집을 떠났을지 한 번 생각해보면서 관람해야 진짜 크라코의 매력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