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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엑상프로방스,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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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엑상프로방스는 지중해의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고, 석회암 특유의 베이지빛 골목이 이어지고, 플라타너스 나무 그늘 아래 수로가 흐르는 도시다. 폴 세잔이 태어나고, 말년을 보내고, 생을 마감한 곳이기도 하다. 그가 이곳의 빛과 산에 집착했던 이유는 직접 와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도심 한가운데서, 혹은 생 빅투아르 산을 정면으로 마주한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그 경험을 완성해주는 두 곳의 호텔이 있다.

르네상스 엑상프로방스 호텔

(Renaissance Aix-en-Provence Hotel)

프랑스 남부, 엑상프로방스. 폴 세잔이 평생 그린 도시 한가운데, 2014년 문을 연 5성급 호텔이 있다. 마르세유 출신 건축가 클로드 사빈 나드자리와 레미 사다가 설계한 르네상스 엑상프로방스 호텔이다.

호텔이 자리한 곳은 엑상프로방스 중심가 근처의 세크스티우스-미라보 지구다. 바로 앞에 그랑 테아트르 드 프로방스와 쇼핑 지구 레 알레 프로방살이 있고, 엑상프로방스 시내 기차역에서 도보 10분 거리다. 구시가지의 번잡함에서 한 발 물러서 있으면서도 미라보 거리까지 접근성이 좋다.

엑상프로방스를 포함한 프로방스 지역은 지질학적으로 거대한 석회암 지대다. 그 영향으로 도시 곳곳의 건물들은 석회암 특유의 베이지 톤을 띤다. 호텔 외관도 그 색조를 바탕으로, 수평적인 흰 선과 대형 유리창을 교차시켜 현대적인 리듬을 얹었다. 지중해의 강렬한 햇살이 통유리를 통해 실내 깊숙이 들어온다. 주변의 역사적인 건축물들과 대비를 이루면서도 어색하지 않다.

총 133개 객실과 스위트룸은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리즘으로 꾸몄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통창이 프로방스의 채광을 끌어들이고, 짙은 목재와 밝은 패브릭의 조합이 공간에 안락함을 더한다. 벽면에는 세잔의 화풍을 오마주한 현대 미술 작품들을 걸어 현지 분위기를 살렸다.

욕실은 대리석과 금속 수전으로 마감했으며, 어메니티는 도쿄 밀크다. 일부 객실에서는 호텔 내 정원을 내다볼 수 있다. 호텔 전체가 미술관처럼 기능한다. 400점 이상의 미술품이 로비부터 복도, 객실까지 곳곳을 채우며, 현지 예술가들의 작품이 공간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식사는 미쉐린(미슐랭) 스타 셰프 피에르 르불이 이끄는 레스토랑 ‘아트모스프’R(Atmosph’R)’을 추천한다. 지중해식 요리와 프로방스 지역 식재료를 조합한 메뉴를 선보이며, 조식으로는 프로방스산 올리브, 치즈, 갓 구운 크루아상 등 현지 재료의 신선도를 살린 음식들이 나온다.

웰니스 시설도 갖췄다. 실내 수영장과 야외 테라스 수영장, 스파, 터키식 스팀룸, 24시간 운영하는 피트니스 센터를 운영한다. 유럽 고택 호텔에서 흔히 겪는 좁은 엘리베이터나 냉방 부재 같은 불편함은 여기선 해당 사항이 없다. 장거리 비행과 기차 이동으로 쌓인 피로를 풀기에도 알맞다.

루트 세잔(Route de Cézanne)

미술 교과서 속 풍경을 직접 걷고 싶다면, 엑상프로방스의 루트 세잔(Route de Cézanne)으로 가보자. 엑상프로방스를 가로지르는 약 5㎞구간 지방도로다. 드라이브 코스로만 보면 짧고 소박하지만, 프랑스에서 도로 자체가 ‘역사적 기념물(Monument Historique)’로 지정된 곳은 여기가 유일하다.

현대 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폴 세잔이 이젤과 캔버스를 들고 수없이 오갔던 길이기 때문이다. 그의 평생 뮤즈였던 생 빅투아르 산을 그리기 위해서였다. 도로 양옆으로 붉은 흙과 소나무 숲이 펼쳐지고 저 멀리 거대한 석회암 산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세잔의 작품 속 구도와 색이 왜 그런 모습인지 알 수 있다.

후기 인상주의를 평면 이미지로만 접해왔다면 빛의 각도에 따라 산의 표정이 시시각각 달라진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세잔이 같은 산을 80점 이상 반복해서 그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코스의 끝은 르 톨로네 마을이다. 세잔이 생전에 자주 들러 식사를 했던 오래된 레스토랑들이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다. 플라타너스 나무가 늘어선 마을 수로는 100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레 로지 생 빅투아르 호텔 & 스파

(Les Lodges Sainte-Victoire Hotel & Spa)

엑상프로방스 시내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레 로지 생 빅투아르 호텔 & 스파(Les Lodges Sainte-Victoire Hotel & Spa)가 있다. 세잔이 평생 화폭에 담았던 생 빅투아르 산의 거대한 능선이 정면으로 펼쳐지는 자리다.

호텔의 뿌리는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로방스 전통 귀족 저택 양식인 ‘바스티드’를 2013년 현대적으로 복원한 5성급 호텔로, 약 5ha(1만 5000평)에 달하는 부지를 포도밭과 올리브 나무, 1000여 종의 식물로 채운 정원이 감싸고 있다.

울타리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외부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시간이 흐른다. 지난 2024년 4월에는 미쉐린(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뛰어난 호텔에 수여하는 ‘1 미쉐린 키’를 부여받았다. 미쉐린은 이곳을 ‘특별한 숙박 경험을 제공하는 곳’으로 정의했다.

객실은 총 35개의 룸과 스위트룸, 3~4채의 프라이빗 빌라로 구성되며 전부 남향이다. 프로방스의 햇살과 정원, 또는 산의 능선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내부는 18세기 특유의 높은 층고를 살리면서 참나무 파크와 고급 천연 소재로 마감해 고전과 현대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컨템포러리 클래식’ 분위기를 완성했다.

호텔 중심에는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르 생 에스테브(Le Saint-Estève)’가 있다. 2014년 개업 직후 스타를 획득했고 미쉐린 가이드는 이곳 요리를 ‘남부 프랑스 테루아(Terroir)의 풍미에서 영감을 받은 예술’로 평가한다.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통창 너머의 생 빅투아르 산이 가장 먼저 시선을 붙잡는다.

셰프 마티외 뒤퓌-말라비알(Mathieu Dupuis-Baumal)은 정해진 레시피 대신 그날 수확한 식재료와 색감에 의존해 직관적인 요리를 내놓는다. 호텔 부지 내 정원과 인근 농장에서 갓 따온 채소, 야생 허브, 지중해 해산물이 주재료다. 재료 본연의 향을 살린 섬세한 소스와 담백한 조리법이 어우러진 요리는 한국인 입맛에도 거부감이 없다. 메뉴는 계절마다 가장 신선한 식재료에 맞춰 유연하게 바뀐다.

테라스 좌석은 따로 공략할 이유가 있다. 레스토랑 주변 포도밭에서 생산한 ‘코토 데 엑상프로방스’ 로제 와인을 차갑게 칠링해 한 잔 기울이면서, 노을이 지며 오렌지빛에서 보랏빛으로 물드는 생 빅투아르 산의 암석 표면을 바라보는 시간은 이곳 방문객만이 누리는 특권이다. 올리브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저녁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부대시설도 허투루 구성하지 않았다. 200㎡ 규모의 스파, 실내 온수 풀과 사우나, 하맘을 갖추고 있다. 야외 인피니티 풀은 주변 식생이 수면 위에 그대로 반영해 자연 속에 떠 있는 느낌을 준다.

엑상프로방스=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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