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생각나는 가을 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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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면 생각나는 가을 시 모음

글&사진/산마루 240922

가을이 오면 생각나는 가을 시 모음 편입니다.

정녕 올것 같지 않던 가을이 어제 오늘 여름을 끝장내는 폭우로 인해 성큼 다가온 것같습니다.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 졌더라는 말처럼 빗소리를 들으며 자고 일어 났더니 가을이 도착해 있었네요

가을이 오면 생각나는 가을 시 모음 편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가을 시 몇 편 소개해드립니다.

류시화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물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 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가을 시 모음 첫번 째로 사랑을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 바치는 시

류시화 시인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를 골라 봅니다.

얼마나 헤어지기 싫으면 이토록 그리울까요?

가을이 시작되는 이 싯점에 옆구리 시린 겨울이

오기 전 여우 목도리 한개씩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사랑’은 거부합니다.

좀 더 정열적인 사랑을 기다람이 이득이 있을테니까요!

윤동주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겁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 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기 전

나는 나에게 최선을 다하며 살았느냐고

자문자답을 수없이 되뇌어 보았지만

별이 되신 윤동주 시인처럼

최선을 다해 살아낼 수는 없는게 아닐까

생각이 깊어지는 오늘입니다.

윤보영

가을 연가

가을이

날 보고 수줍어

붉게 물들고 있다

나는

그대 생각에 수줍어

가슴이 타 들어 가는데

그댈 향한 내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때로는 한 눈 좀 팔기도 하고

내가 보낸 카톡은

열어 보지 않는데

가을 단풍은 왜이리 붉게 타오르기만 하는지…

나는 그대 생각에

가슴이 타 들어 가는데

단풍은, 억새는 속절없이 익어만 갑니다.

남정림

내 마음의 가을

가을에는 내 마음도 내 것이 아니야

스산한 바람 한자락 불면

어느새 너의 뜨락에서 뒹구는 내 마음

두근거리는 그리움은

익은 밤송이 터지듯 터져 나오는데

허락받지 않은 사랑은

단풍처럼 속으로만 타들어 가는데

그대는 언제 내 마음의 가을로 오실려나?

스산한 바람 한자락 불어 오면

누구나 지나간 화양연화를 그리워 합니다.

당신의 화양연화는 언제인가요?

가을이 시작되는 오늘이

우리 모두에게 화양연화가 아닐까요?

박제영

가을에는

가을에는 잠시 여행을 떠날 일이다

그리 수선스러운 준비는 하지 말고

그리 가깝지도 그리 멀지도 않은 아무 데라도

가을은 스스로 높고 푸른 하늘

가을은 비움으로써 그윽한 산

가을은 침묵하여 깊은 바다

우리 모두의 마음도 그러하길

가을은 혼자서 여행을 떠날 일이다

그리하여 찬찬히 가을을 들여다 볼일이다.

만장을 높이 달고 떠나는 길이

슬프지만 않은 것은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 이름 석자만은

건졌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덜컹거리는 시골버스를 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가을이면 한번쯤

미루나무 꼭대기에 하얀 구름이 걸린

시골길을 달리는 버스를 타고

여행을 떠날 일입니다.

혼자만의 여행길에서

떠나버린 옛 사랑도 옛 추억도

베낭 가득 건져올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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