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가 내 발 아래” 한강에 뜬 이색 체험 ‘서울달’ 먼저 타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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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따갑다. 창밖에 보이는 화창한 날씨만 보고 뛰어나갔다가는 순식간에 온몸이 땀으로 뒤덮인다. 폭염 경보가 내린 8월의 어느 날,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 빛을 무릅쓰고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향했다.

서울달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지난 13일 이곳 잔디마당에서 특별한 행사가 펼쳐졌다. ‘서울, 마이 소울(Seoul, My Soul)’이라는 표어가 적힌 달 모양의 거대한 풍선이, 아니 비행선이 하늘로 오르는 이벤트였다. 달 모양의 기구를 한눈에 담고 싶어 뒷걸음질 쳤다. 쨍하게 눈을 찌르는 태양 빛을 피하기 위해 손바닥으로 눈에 차양을 만들고 위를 올려다보았다. 높이 솟아오른 건물 사이에 떡 하니 자리 잡은 달 모양의 기구는 마치 지구에 떨어진 운석같이 느껴졌다.

이 기구의 공식 명칭은 서울달. 이날 잔디마당에 모인 이들은 공식 개장 전 서울달을 먼저 타볼 수 있었다. 서울달의 최대 수용 인원은 30명. 행사에 방문한 이들은 저마다 챙겨온 촬영 기구들이 많아 한 번에 10명씩만 탑승하기로 했다. 먼저 탑승하는 이들이 서울달에 오르고, 안전문이 잠겼다. 생각보다 잔잔하고 천천히 서울달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떠오르는 서울달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다음 순서를 기다리기 위해 인근에 마련한 대기 공간으로 이동했다. 폭염을 피할 수 있도록 대기 공간에는 에어컨을 설치해 쾌적하게 탑승 순서를 기다릴 수 있었다. 내부에는 키오스크도 마련했다. 탑승을 원하는 고객은 키오스크를 통해 간편하게 티켓을 발권할 수 있다.



대기실 내부 키오스크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대기실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입구를 기준으로 뒤편에는 ‘서울’을 주제로 한 다양한 기념품을 전시 중이다. 남산타워가 그려진 티셔츠, 충무공 이순신 동상, 세종대왕 그릇 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다양한 굿즈를 구경해볼 수 있다.



‘서울’을 주제로 한 굿즈들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창을 통해 밖을 바라보니 좀 전에 이륙을 시작한 서울달이 어느새 두둥실 떠올라 점처럼 작아보였다. 복잡한 서울 시내에서 열기구가 비행경로를 이탈하지 않도록, 열기구 몸체에서부터 이어진 케이블은 지면에 고정시켜 놨다.



계류식 가스 기구 ‘서울달’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흔히 열기구하면 공중을 떠다니며 구름 속을 배회하는 튀르키예의 카파도키아 열기구가 떠오른다. 불을 지펴 양력으로 떠오르는 방식이다. 하지만 서울달은 일반적인 열기구와는 달리, 헬륨가스를 이용해 부양한다. 이를 ‘계류식 가스 기구’라고 일컫는다. 서울달은 공기보다 가벼운 헬륨의 부력을 이용해 공중으로 떠오른 뒤 기구 밑에 달린 케이블을 따라 수직으로 비행한다. 일단 더운 날씨에 ‘열’로 떠오르는 기구가 아니라는 점에 한시름 놓았다.

기구는 한 번 오르내리는데 15분 정도 걸린다. 탑승할 시간이 됐다. 탑승 전에 원활한 운행을 위해 꼭 지켜야 하는 안전 수칙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높은 상공에서 운행하는 기구이다 보니 안전 교육을 수강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했다. 뒤이어 파일럿의 안내에 따라 서울달에 탑승했다. 간이 계단을 타고 오른 서울달 밑부분은 가운데가 뻥 뚫린 도넛 모양의 구조였다.

탑승객 안전 수칙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기울어지지 않기 위해 탑승객들과 팔 한쪽 간격 정도를 두고 널찍하게 섰다. 출발 신호를 알리는 안내에 한 손으로는 봉을 잡고, 이륙하는 장면을 놓칠세라 다른 손으로 핸드폰을 들었다. ‘덜컹’하는 느낌도 잠시 붕 떠오르는 기분이 스쳤다. 생각보다 느린 속도에 의기양양해진 채로 핸드폰을 기울여 바깥 풍경을 촬영했다. 안전상 설치한 그물이 거슬렸지만, 그물 사이로 카메라 렌즈를 맞추자 발밑으로 멀어지는 잔디밭이 눈에 들어왔다.

얼굴에 부딪히는 바람이 시원했다. 계류식 기구의 장점을 느낀 순간이었다. 점차 보이기 시작하는 초록빛으로 가득한 여의도 공원을 감상 중이던 때에 “현재 상공 30m입니다”라는 안내에 흠칫 놀랐다. 예상보다 흔들림이 적고 안정적이었다. 공기의 저항을 받고 무척이나 흔들리겠거니 생각하며 봉을 꽉 잡은 손에 힘을 살짝 풀어보았다.



서울달에서 조망하는 도심의 풍경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50m, 80m, 100m를 지나 목표 상공인 130m에 도달했다. 우뚝 선 건물과 개미만한 자동차가 대비를 이뤘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잔잔한 한강 위로 자리 잡은 대교들과 푸르다 못해 눈이 부신 하늘이 펼쳐졌다. 한 곳만 바라봐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을 때쯤 “평소에 움직이는 것보다 2~3배 정도 천천히 걸어야 합니다”라며 이동을 허용하는 파일럿의 안내가 들려왔다.

사람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서울달이 조금씩 흔들렸다. 생각보다 무섭다고 멋쩍게 웃는 사람부터 대담하게 핸드폰을 높이 들고 한강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는 사람까지 저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서울달을 즐겼다. 조심히 발을 옮기자 국회의사당이 보였다. “오늘은 날이 좋은 편이라 멀리까지 잘 보이네요”라는 파일럿의 말에 고개를 들어보니 여의도 한강공원을 시작으로 도봉산까지 펼쳐지는 서울 시내의 스카이라인이 한 눈에 들어왔다.



한강 전경(왼쪽), 아래에서 바라본 기구(오른쪽)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아름다운 전망을 구경하다 문득 아래를 내려다보니, 안정적인 운행 덕분에 느끼지 못했던 높이가 새삼 실감이 난다. 탑승한 기구가 130m, 자그마치 건물 43층 높이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에 아찔한 기분마저 든다.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상상을 하던 참에, 서울달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파일럿의 안내가 들려온다.

상공 130m에서 내려다 본 서울 도심의 풍경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파일럿에 따르면, 서울달은 안전한 운행을 위해 매주 월요일 정기 점검을 거친다. 그는 “서울달에 가득 차 있는 헬륨가스는 비인화성 기체로 인체에 해를 가하지 않고, 폭발성이 없어 안정성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설사, 운행 중에 서울달의 기낭을 손상한다고 하더라도 기구를 가득 채운 헬륨가스를 전량 유실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비상 착륙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안심하며 아래를 내려다보니 하늘에 매달린 거대한 구체를 보러 온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느껴진다. 생각보다 무섭지 않을 것 같다며 으스대는 사람과 표 가격을 묻는 사람까지, 정식 개장 이전인데도 많은 관심이 이어졌다.



서울달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는 사람들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서울달은 정오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여름의 정취가 가득한 낮 시간대도 좋지만, 빼곡하게 들어선 건물에서 일제히 뿜어내는 불빛들로 가득한 서울 시내의 야경이 궁금해졌다. 천천히 하강하는 기구 내에서 함께 오고 싶은 사람에게 멋진 서울 시내의 풍경이 담긴 사진을 보냈다. 그러자 “나도 열기구 타 보고 싶었는데!”라며 흥분으로 가득한 반응이 돌아왔다.

서울달 대기실 / 사진= 박한나 여행+ 기자

상공 130m에서 서울 시내의 환상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이색 체험, 서울달은 오는 23일 시민들을 찾아간다. 한강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줄 서울달이, 떠오르는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박한나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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