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청룡의 해가 밝았다. 한국관광공사는 ‘1월 가볼 만한 여행지’로 간절한 소원을 품고 떠나는 전국 명소 5곳을 추천했다. 올해를 힘차게 열어젖히기 위해 ‘용의 기운’이 뿜뿜하는 여행지로 소중한 사람의 손을 꼭 붙들고 달려가 보자. 그 어느때보다 활기 넘치게 한 해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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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수로부인헌화공원과 해가사의터
강원 삼척시 원덕읍 임원항구로(수로부인헌화공원) / 삼척시 수로부인길(해가사의터)
새해 첫 여행을 대하는 마음가짐은 남다르다. 복된 기운 받으며 새해 소망을 기원하는 여행이면 좋겠다. 강원도 삼척에는 푸른 용의 기운을 얻을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 삼척 해안에 자리한 수로부인헌화공원과 해가사의터는 ‘삼국유사’에 실린 수로부인 설화를 바탕으로 조성했다.
순정공이 강릉 태수로 부임하던 중 동해안에서 해룡이 갑자기 나타나 수로부인을 납치했다. 이에 한 노인이 백성을 모아 막대기로 땅을 치며 노래 부르니, 용이 다시 부인을 모시고 왔다고 한다. 이때 부른 노래가 ‘해가’다. 수로부인헌화공원은 임원항 인근 남화산 정상에 있다.
정상에 이르는 길에 설화 관련 전시물, 바다전망대, 거북바위 같은 소소한 볼거리가 있다. 정상에 도착하면 드넓은 공원이 펼쳐지고, 용을 탄 수로부인 조형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천연 석재를 깎아 만든 조형물은 높이 10.6m, 무게 500t에 이를 만큼 규모가 대단하다. 해룡이 수로부인을 모시고 나타나는 ‘해가’ 관련 장면인데, 조각상 뒤로 망망대해가 보여 더욱 생동감 넘친다.
수로부인 조형물과 마주한 언덕길에는 ‘해가’를 부르는 백성을 표현한 조각상이 설화 속 장면을 완성도 있게 재현한다. 언덕에 오르면 막대기로 땅을 치는 백성과 용을 타고 등장한 수로부인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기세등등한 바다까지 합세한 풍경을 눈에 담는 것만으로 기운이 좋아지는 느낌이다.
수로부인 설화를 담은 또 다른 장소, 해가사의터로 여행을 이어가자. 삼척 최북단 해변인 증산해변 입구에 해가사의터 기념비가 있다. 소규모 공간이라 스쳐 가기 쉬운데, 의외의 재미가 숨어 있으니 꼭 들러볼 것. 임해정은 역시 ‘해가’ 관련 설화를 토대로 복원했다. 정자에서 증산해변과 그 너머로 해돋이 명소인 동해시 추암 촛대바위까지 보인다. 고요하게 바다를 감상하기 적당한 장소다.
정자 앞에 설치한 ‘드래곤볼’ 조형물도 흥미롭다. 지름 1.3m, 높이 1.67m 구형 석재에 ‘해가’와 ‘헌화가’ 내용을 글과 그림으로 새겼다. 그림이 꽤 정교하고 자연 빛을 받아 오묘하다. 수로부인을 태운 용의 용맹한 자태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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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용봉산
충남 홍성군 홍북읍 용봉산2길(용봉산자연휴양림)
충남 홍성에 ‘제2의 금강산’으로 불리는 용봉산이 있다. 산 모양이 거침없이 나아가는 용과 봉황의 머리를 닮아 붙은 이름이다. 용봉산 정상은 해발 381m다. 출발점은 두 곳으로 구룡대매표소와 용봉산자연휴양림이다. 용봉사와 악귀봉, 노적봉, 정상 등을 두루 감상하고 내려오기까지 2시간~2시간 30분이 걸린다.
용봉산은 봉우리를 잇는 능선이 꿈틀하며 승천하기 직전의 용과 닮았다. 용봉사 일주문을 통과해 5분쯤 걸으면 용봉산 기슭에 자리한 용봉사가 나온다. 용봉사는 수덕사의 말사로, 절 주변에서 발견된 기와 조각으로 보아 백제 말에 창건한 것으로 추정한다. 용봉사마애불(충남유형문화재)과 용봉사부도(충남문화재자료), 용봉사지석조(충남문화재자료) 등 경내에 문화재가 여럿이며, 용봉사 영산회괘불탱(보물)이 유명하다.
대웅전 계단 아래에서 지붕 너머로 멀찍이 보이는 병풍바위 자태가 멋들어진다. 용봉산 전체가 큼지막한 바위로 이뤄져 산행 내내 병풍바위같이 근사한 기암괴석을 볼 수 있다. 지장전을 지나 산으로 더 들어간다. 커다란 바위를 조각해 만든 홍성 신경리 마애여래입상(보물)을 지나면 길이 더 가팔라진다. 길 양쪽으로 삽살개바위와 두꺼비바위, 물개바위 등 이름은 물론 생김새도 재미있는 바위를 여럿 지나면 악귀봉(368m)에 다다른다.
악귀봉에서 노적봉(351m)을 거쳐 정상까지 가는 길도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 정상에는 비석 모양 표석이 있다. 정상에 서서 병풍바위와 악귀봉, 노적봉, 정상까지 이어지는 능선을 눈으로 되짚어보니 새삼 용의 형상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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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 회룡포
경북 예천군 용궁면 회룡포길
경북 예천군 용궁면은 지명에 ‘용’이 들어간 고장 가운데 하나다. 이곳에 있는 회룡포(명승)는 내성천이 산에 가로막혀 마을을 350도로 휘감고 나가는 형상이 마치 용틀임하는 듯해 회룡(回龍)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인근에 비룡산과 용문사 등 이름에 ‘용’을 포함한 명소도 여럿이다. 회룡포는 내성천 맑은 물과 넓은 백사장이 어우러져 동화 같은 전경을 보여준다. 평화로운 마을과 아름다운 풍광을 찾는 여행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비가 많이 내리면 섬으로 변해 ‘육지 속의 섬’이라 불린다.
독특한 지형을 감상하기 위해 비룡산에 있는 회룡대에 오른다. 비룡산은 용이 승천하는 형상이다. 장안사 주차장에서 출발해 가파른 산길을 따라 오르면 천년 고찰 장안사가 나오고, 이어 용왕각과 용바위가 보인다. 용왕각과 용바위에도 ‘용’이 들었다. 용왕각에 용 그림이 있고, 용바위에는 하늘에 오르는 용이 새겨졌다. 용바위나 용왕각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기원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회룡포마을은 풍양면 사막마을에 살던 경주 김씨 일가의 집성촌으로, 2024년 1월 현재 7가구 12명이 거주한다.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며, ‘용궁진상미’라는 브랜드 쌀을 생산한다. 고즈넉한 시골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마을에 들어가려면 제1뿅뿅다리를 건너야 한다. 과거에는 수심이 얕아 바지를 걷고 건너거나 배를 이용했다. 지금 사용하는 다리는 공사장에서 쓰는 철판으로 만들었다. 구멍이 숭숭 뚫려 물이 차면 퐁퐁 소리가 난다고 해서 ‘퐁퐁다리’라 부르다가, 한 언론에서 ‘뿅뿅다리’로 소개한 이름이 지금까지 이어진다.
다리 건너 오른쪽 둑길은 한적하게 산책하기 좋다. 울창한 소나무 아래 지압 길과 정자가 있다. 둑길을 따라 걷다 보면 용포마을로 연결되는 제2뿅뿅다리가 나온다. 여유가 있으면 회룡포마을을 돌아보는 2.6㎞ 둘레길을 산책하자. 회룡포에서 삼강주막을 잇는 등산 코스도 괜찮다.
예천에는 회룡포 외에 ‘용’이 들어간 곳이 많다. 그중 하나가 신라 경문왕 때 두운선사가 창건한 용문사다. 고려 태조 왕건이 절에 찾아왔을 때, 청룡 두 마리가 길을 안내했다는 전설이 있다. 하루 10번 기차가 서는 용궁역은 2023년 10월 테마공원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깔끔하게 리모델링한 역사 내부에는 용궁역의 추억을 떠올리는 전시 공간이 있다. 특히 ‘별주부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오토마타(Automata, 기계장치를 통해 움직이는 인형이나 조형물)가 인기다. 예천 삼강주막(경북민속문화재)은 옛이야기를 품은 곳이다. 낙동강 소금 배가 이곳에서 안동으로 나가고, 과거를 보는 유생들이 삼강주막을 거쳐 한양으로 향했다. 우리나라 마지막 주막으로, 부엌에 들어가면 주모의 외상 장부가 눈에 띈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주막이 가까이 있어, 시원한 막걸리에 파전을 맛보며 옛 정취를 즐기기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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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동용궁사
부산 기장군 기장읍 용궁길
바다와 맞닿은 해동용궁사는 풍경이 아름다운 사찰이다. 전각과 불상, 탑 등을 배경으로 해가 떠오르는 풍경이 특별하고, 그 여운이 묵직하다. 해동용궁사는 관세음보살을 주불로 모시는 관음 성지다. 이곳에서 정성을 다해 빌면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수려한 풍경 덕에 평일에도 많은 관광객이 찾는데, 반 이상이 외국인이다.
해동용궁사는 1376년(고려 우왕 2) 공민왕의 왕사를 지낸 나옹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한다. 그는 뒤에 산, 앞에 바다가 펼쳐진 이곳을 신령스럽게 여겨 토굴을 짓고 수행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1930년대 보문사로 중창했고, 1970년대 초 백의관음이 용을 타고 승천하는 꿈을 꾼 주지 정암스님이 해동용궁사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기둥에 용 조각이 화려한 일주문으로 들어서기 전, ‘한 가지 소원을 꼭 이루는 해동용궁사’라고 힘주어 쓴 표석이 눈에 띈다. 일주문을 지나 대나무가 우거진 108장수계단을 하나하나 내려가다 보면 마음을 짓누르던 번뇌가 사라지는 듯하다. 계단에 코와 배를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는 득남불, 귀여운 동자승 석상이 모인 학업성취불이 있다.
해동용궁사는 진신사리탑 아래 용의 머리 형상을 한 용두암을 시작점으로 사찰 곳곳에 있는 전각과 조각상 등을 이으면 꿈틀거리는 용의 전체 모습이 그려진다. 대웅보전 앞 비룡 조각도 비범하다. 용은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해동용궁사에서는 용의 모습이 더욱 친근하고 영험한 기운이 느껴진다. 대웅보전 옆 용궁단도 용과 관련된 공간이다. 예부터 어업 활동이 활발한 이 지역에 용왕 신앙이 전해오는데, 조선 시대에 근방의 제단을 경내로 옮긴 것이 용궁단이라고 한다.
해동용궁사 옆 국립수산과학원 수산과학관 쪽으로 가다 보면 부산갈맷길 1코스와 만난다. 이곳에 있는 파식대지에서 사찰 전경이 한눈에 담긴다. 사람들이 소원을 빌며 쌓은 돌탑도 옹기종기 모여 있다. 해동용궁사 입장 시간은 오전 4시 30분~오후 7시, 입장료는 없다. 사찰을 둘러보는 데 넉넉히 한 시간 반쯤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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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미르마루길
전남 고흥군 영남면 용바위길
전남 고흥군 용암마을의 영남용바위에는 용과 관련된 전설이 있다. 먼 옛날, 이곳에서 두 마리 용이 서로 먼저 승천해 여의주를 얻으려고 싸움을 벌였단다. 마을 주민 류시인은 꿈에서 그들의 싸움을 끝낼 비책을 듣고 한 마리를 활로 쐈다. 류시인의 도움으로 싸움에서 이긴 용이 용암마을 앞 바위를 디딘 채 승천했는데, 그 흔적이 지금까지 있다는 것이다.
고흥10경 가운데 6경으로 꼽히는 ‘남열 해양 경관과 해수욕장’에 그 전설의 흔적인 영남용바위가 있다. 널따란 반석을 따라 조심스레 들어가다 보면 용이 승천한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용암마을 한쪽에는 용의 머리처럼 보이는 용두암이 있다. 제주 용두암보다 작지만, 모양은 그럴듯하다. 용의 기운을 받으려는 이들이 용암마을을 찾는 이유다.
용암마을의 영남용바위와 고흥우주발사전망대를 두루 둘러보고 싶다면, 두 지점을 연결하는 ‘미르마루길’을 걷자. 고흥군이 조성한 길이 4㎞ 해안 탐방로에는 용굴과 몽돌해변, 사자바위 등 영남용바위 외에도 멋진 풍경이 가득하다. 미르는 용을 뜻하는 옛말이다.
용암마을 시작점에서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단숨에 영남용바위 꼭대기에 이른다. 용이 승천한 흔적이 이어지는 곳에는 황금빛 용 조형물이 위엄을 뽐낸다. 용의 기운이 영험한지 이곳에서 정성껏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바위 꼭대기에서 벗어나면 오솔길이 해안을 따라 고흥우주발사전망대로 향한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끊임없이 반복돼 마냥 쉬운 길은 아니지만, 길 위에서 보는 풍경이 힘을 준다. 한겨울에도 초록 잎을 자랑하는 난대성 수목이 곳곳에서 용기를 북돋운다.
미르마루길 한쪽 끝은 고흥우주발사전망대다. 이곳은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하는 로켓을 맨눈으로 관측하는 가장 가까운 지점이다. 직선거리로 약 17㎞ 떨어져 있다. 7층 회전전망대에 오르면 창밖의 다도해가 반갑게 맞이한다. 바닥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천천히 회전해, 테이블에 앉기만 해도 모든 방향을 조망할 수 있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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