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책저책] “꿈꾸던 일이지만 행복하지 않았어요”…기자가 퇴사 후 택한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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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들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부분의 사람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여유를 즐기거나 색다른 재미를 찾고자 여행을 즐기는 걸로 보이는데요. 사실 여행하는 사람 중 일부는 진정한 자신을 찾고자 여행한다고 합니다. 특히 최근 과도한 업무량, 장시간 노동 등으로 모든 일에 무기력한 상태인 번아웃을 겪는 사람도 많은 만큼 잠시 일을 내려놓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여럿 있습니다.


크로아티아 로빈 풍경 / 사진=’잃어버린 길 위에서’ 이선영 작가 제공

이에 이번 주 여책저책은 여행으로 인생의 새로운 길을 찾은 이들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그간 하던 일에 대한 확신 없이 막연히 시간을 보내기에만 급급했던 사람이라면 주목해 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도전할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책을 소개합니다. 그렇다고 꼭 방황하는 사람을 위한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일상이 무료하다고 느껴본 적 있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든 좋습니다. 책을 읽으며 만큼은 권태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는 건 어떨까요.

잃어버린 길 위에서

이선영 / 행복우물

바쁘게 굴러가는 현대사회에서 많은 사람은 쳇바퀴 같은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매일 과도한 일과 잠깐의 휴식을 반복하는 탓에 제대로 된 여가를 즐기기는커녕, 하는 일이 자신에게 잘 맞는지조차 알아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선영 작가도 이러한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을 살고 있었다. 몸과 마음에 이상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는 본래 스포츠 기자였다. 어려서부터 여러 운동 경기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스포츠 기자가 됐다. 오랜 기간 꿈꿔왔던 일이지만, 실상은 달랐다. 업무 스트레스가 쌓여 정신적 고통이 심해졌고 원했던 일을 하고 있음에도 행복하지 않았다. 그는 결국 일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여행을 택했다. 갑작스러운 병으로 그간 품고 살던 꿈에 대한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느낀 그는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이 여정을 풀어낸 책이 바로 ‘잃어버린 길 위에서’다.



프라하처럼 내가 가보지 않은 곳은 늘 현실보다 미화된다. 밖에서는 썩어가는 속을 들여다볼 수 없으니 번지르르한 겉만 보고 환상을 갖게 될 수밖에. 어쩌면 어두운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곳에 가면 행복할 거야’라며 막연한 희망을 품는지도 모르겠다.

-25p


두브로브니크 성벽투어 / 사진=이선영 작가 제공

작가가 일을 그만두고 떠난 곳은 유럽이다. 그중에서도 동유럽을 여행했다. 체코,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등의 국가에서 그는 다양한 장소를 방문하고 여러 사람을 만났다. 그만큼 보고 겪은 것이 다채롭다. 여정 중 남긴 이국적인 사진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기에 여행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이 드러나 있다는 점이 책의 매력을 배가한다. 실제 작가는 퇴사 후 자신이 잃어버린 길 위에 홀로 서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지만, 여행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잃어버린 길 위에서’만의 또 다른 특별한 점은 시다. 작가는 이야기를 윤동주 시인의 시와 함께 담아냈다. 덕분에 독자는 읽는 내내 작가의 이야기에 더 잘 공감할 수 있으며, 시를 통해 위로받을 수 있다.


체스키크룸로프 전경 / 사진=이선영 작가 제공

그간 하던 일을 그만두고 방황했던 사람에게 추천한다. 혹은 현재 하는 일이 자신과 맞는지 혼란스러운 사람이라도 좋다. 작가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여행에 대해 막연히 품었던 환상과 실상이 다름을 발견함과 동시에 삶 속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두브로브니크 신시가지 / 사진=이선영 작가 제공

여행에서 발견하는 ‘진짜’의 대상은 나 자신이 되기도 했다. 평소에는 주어진 시간을 대부분 ‘해야 하는 일’에 사용했지만, 여행에서는 시간을 ‘가슴 설레는 일’에 사용했다.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몸과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했다.

-70p

날지 못하는 새들의 섬

김명진 / 행복우물


‘날지 못하는 새들의 섬’ 표지 / 사진=행복우물 제공

항상 함께하는 가족과 조금 색다른 여행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주목하자. ‘날지 못하는 새들의 섬’은 아버지(할아버지), 아들, 손자 삼부자의 여행기다. 책을 보자마자 삼부자가 택한 여행지를 눈치챈 사람도 있을 터. 힌트는 책 제목에 있다. 책 제목 중 ‘날지 못하는 새’는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새, ‘키위’를 의미한다. 우리에겐 조금 낯선 키위라는 동물 외에도 섬나라인 뉴질랜드엔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생물이 많이 서식한다. 덕분에 삼부자는 뉴질랜드 여정 내내 다채로운 생태계를 직접 보고 경험했다.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새, ‘키위’의 모습 / 사진=김명진 작가 제공

그렇다고 삼부자의 여행기를 가족여행으로만 생각한다면 곤란하다. 삼부자의 여정은 일반적인 여행과는 조금 다르다. 이들은 오롯이 셋이 뉴질랜드를 한 달 넘게 자동차로 여행했다. 그것도 곧 80세에 접어드는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말이다.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가족 구성원 셋이, 오붓하게 차를 타고 떠나기에 비교적 순탄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서로 얼굴 붉히는 큰 사건은 없었다. 대신 가족이라는 관계에서 생기는 자잘한 문제가 발생했다. 누구보다 각별했기에 걱정했던 점도 많았기 때문이다.


운전하는 아버지(우)와 삼부자의 모습(좌) / 사진=김명진 작가 제공

작은 실수에도 이상하게 핀잔 섞인 잔소리가 나왔다. 조그만 실수로도 위험해질 수 있기에 예민해졌던 것 같다. 연세가 많으시니 아무래도 반응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런 상황에선 내가 차분하고 친절하게 도와드려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후회되는 말이 나오곤 했다. 그럴 때면 아버지는 풀이 죽은 채로 말이 없으셨다.

-80p



그렇지만 가족이었기에 종종 직면하는 문제를 해결하기도 어렵지 않았다. 갈등 해소를 위해 특별히 필요한 것도 없었다. 그저 다시 여정을 함께 하다 보면 서운한 감정은 자연스레 녹아내리곤 했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며 삼부자는 오랜 여행을 이어갔다. 때로는 태풍의 여파가 남은 바다를 건너고 위험하지만, 야생동물은 봐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외치는 이들은 ‘날지 못하는 새들의 섬’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경치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천혜의 땅 뉴질랜드! 절경을 볼 때마다 창조주의 위대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파란 물감을 쏟아부은 바다와 같던 푸카키 호수. 호수 앞에서 풍경을 보며 연어회를 즐겼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210p




그러니, 뉴질랜드 혹은 가족 여행에 한 번이라도 관심을 가져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귀 기울여 보자. ‘날지 못하는 새들의 섬’을 통해 다른 어떠한 책보다 생생한 뉴질랜드 여행기를 엿볼 수 있음과 동시에 가족 여행의 따스함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이가영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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