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별육지거북·바다악어·사막여우·아나콘다·흰손긴팔원숭이·서벌 등은 동물원에서도 보기 힘든 멸종 희귀 동물이다. 충남 서천 국제멸종위기보호종(CITES) 보호시설에는 밀수·유기된 CITES 268개체 안식처가 마련됐다. 기후변화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인간의 탐욕에 벼랑끝으로 내몰린 멸종위기 동물을 구하고 있는 국립생태원 생물다양성 회복 현장을 찾았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지난 2일 창립 10주년을 맞아 2021년 8월 문을 연 CITES 보호시설을 언론에 공개했다.
국립생태원은 현재 CITES 시설에 국제 멸종위기 268개체를 임시 보호하고 있다. 푸른 코발트 빛깔 머리에 주황색 가슴을 하고 녹색 날개를 단 ‘앵무새’가 쉴 새없이 날아다니고 지저귄다. 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사막여우’는 2014년 세관에서 적발돼 생태원이 보호하고 있다. 큰 귀에 둥근 눈망울을 한 작은 체구에 수시로 잠을 잤다 깼다 반복한다. 고양잇과 맹수 ‘서벌’은 엎드린채 기자들과 수시로 눈을 맞추며 익숙한 듯 하품을 반복한다.
CITES에는 지난 26개월 국내 불법 밀수·사육되다가 유기돼 압류된 국제 멸종위기 1~3급 53종 441개체가 도입됐다. 그중 밀수가 362개체로 82%를 차지한다. 폐사한 173개체 중 부화직후에 밀수된 인도별육지거북이 81개체로 가장 많았고, 58개체는 검역중 폐사했다. 밀수과정에서 미약한 상태로 도입돼 6개월이내 폐사한 개체도 20마리에 달했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수의사)은 “밀수돼 적발된 동물을 CITES 보호시설로 옮기기 위해서는 서류절차를 밟아야하는데 (기다리지 못하고) 열흘만에 죽어 버린다”면서 “공항에 (임시보호) 시설을 구축해 (동물들을) 집어넣고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보호종은 국경을 넘기 위해 수출·수입 양국으로부터 공식 허가증이 나와야한는데, 밀수나 유기돼 적발된 경우는 허가증이 없다. 타국에서 질병에 오염됐을 수가 있다보니 원산국에서 받아주지 않는다. 현 추세가 이어지면 CITES 시설이 2~3년 내 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실장은 “비단구렁이가 태국에서부터 밀납입돼 적발됐는데 원산지는 브라질이었다. 이 과정에서 사람의 전염병이 옮겼을 수도 있고 브리질로 돌려보낸다고 다시 밀거래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면서 “열대성 동물을 (사계절이 있는) 국내에서 데리고 있으려면 겨울철에 에너지 낭비가 굉장하다. 조금 더 넓은 공간이 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조도순 국립생태원장은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는 숲에서 30년된 나무를 베어내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물다양성 보존은 물론 탄소중립차원에서도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200년된 숲이 경제적으로 마이너스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30년 된 나무를 베고 (새 묘목을) 심는 게 실제로 탄소저감에 도움이 될지 (논의해 봐야 한다)”면서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에 따르면 젊은 숲보다 200년 된 숲이 저장한 탄소량이 평균 약 20배나 많다”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