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아들·사위 근무까지 따지는 미국…국내 금융지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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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법적 결격사유뿐 아니라 실질적인 이해관계까지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대형은행들은 이사 가족의 재직 사실과 보수는 물론 독립성을 인정한 이유까지 구체적으로 공개한다.
국내 금융지주도 이해관계 관련 공시를 하고 있지만 실제 심사 과정과 판단 근거를 얼마나 충실히 설명하는지는 과제로 남아 있다.

김미향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는 지난 4월 경북대학교 법학연구원이 발간한 학술지 ‘법학논고’에 실린 ‘금융회사 사외이사의 자격요건 및 독립성에 관한 비교법적 연구’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국내 금융사지배구조법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주요주주의 가족, 주요 거래처·경쟁업체 임직원 등을 사외이사 결격사유로 규정한다. 미국보다 세부적인 기준을 두고 있지만 법적 요건을 충족했다고 독립성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쓴소리다.
가족 관계까지 들여다본 해외은행들

미국 대형은행 JP모건체이스는 올해 주주총회 위임장에서 스티븐 버크 사외이사의 사위가 2021년 입사해 지난해 12만달러 미만의 보수를 받았다고 적었다. 알리시아 볼러 데이비스 사외이사의 아들이 지난해 여름 사내 펠로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실도 명시했다.
재직 사실에 그치지 않았다. 버크 이사의 사위가 소비자·지역사회금융 부문에서 고객관계관리 업무를 맡는 일반 직원이라는 점까지 설명했다. 두 사람 모두 유사한 직위의 직원과 같은 고용·보상 기준을 적용받아 이사들 독립성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미국 다른 대형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금융거래에서 발생한 수수료까지 독립성 판단에 반영했다. 올해 주주총회 위임장에서 이사와 후보자, 일부 직계가족 및 관련 기업과의 금융거래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거래 수수료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자체 독립성 기준을 충족했으며 해당하는 경우 양측 회사 각각의 연간 연결매출액의 2% 미만이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대형은행 소시에테제네랄도 올해 연차보고서에서 사외이사 5명과 관련된 기업들의 금융거래 관계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의 전체 차입금에서 소시에테제네랄이 공급한 자금의 비중이 5%도 안된다고 했다.
기부 내역 공개했지만 독립성 판단 근거는?

국내 금융지주도 사외이사와 얽힌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시하지만 결은 다르다. 교수 출신 사외이사가 많다 보니 대학·학회와의 관계가 눈에 띈다. 5대 금융지주의 2025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도 이사나 가족이 소속된 기관의 기부금·출연금 내역이 주로 담겼다. 미국처럼 가족의 은행 재직 사실과 직무·보수까지 밝힌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윤재원 이사 관련 홍익대·한국회계기준원에 각각 15억원·2억원, 이용국 이사 관련 서울대에 1억원을 지급했다. 농협금융은 배용원·송두한 이사 배우자가 소속된 서울대·목포대에 각각 2억2600만원·3000만원을 지원했다. KB금융은 이사 3명 관련 기관에 선임 전 총 2억9000만원, 하나금융은 이준서 이사 관련 학회 두 곳에 2023~2024년 각각 연 1000만원씩 후원했다.
이해상충 여부 설명은 상대적으로 짧았다. 신한금융은 사외이사 선임 전후 지원 규모와 납입 시기에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홍익대 출연금은 윤 이사 선임 이전인 2018년 체결한 주거래은행 협약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농협금융은 이사 본인·관계자와 직접·간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했고, KB금융은 이사회 보고 결과를 ‘특이의견 없음’으로 기재했다.
우리금융은 이은주·박선영 이사가 선임된 2024년부터 관련 기관 지원액이 늘었다. 이은주 이사가 소속된 서울대는 연 6억원에서 7억원으로, 박선영 이사가 활동하는 한국금융학회는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연차보고서에는 증액 배경이나 독립성에 문제가 없다고 본 이유가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았다.
임추위에 경영진 참여 여지…법 개정 제언
김 교수는 사외이사 결격사유를 무조건 늘리기보다 관계에 따라 다르게 심사해야 한다고 봤다. 최대주주와 그 배우자·직계존비속 등은 지금처럼 배제하되, 주요 거래처나 경쟁·협력업체와의 관계는 거래 규모와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 판단하자는 것이다.
김 교수는 경영진의 입김을 차단하려면 위원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최소 5명 이상 두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독립성을 인정한 이유를 자세히 공개하고 금융당국이 심사 기준을 크게 벗어난 판단에 사후 제재를 가하는 방안도 내놨다.
다만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사외이사 독립성 관련 공시 개선에 대해 “아직 전체적으로 의견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며 “지배구조 개선안이 나왔다고 논의가 끝나는 것은 아니고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계속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