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 공동 연구팀, 열전소자의 신 양자기하학적 원리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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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고효율 에너지 하베스팅 활용

기존 연구와 다른 열전 효율 향상 방법론 제시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11월호 게재

아주대 공동 연구팀의 연구 성과를 설명한 이미지. 고체 전자 파동함수의 양자 거리를 조절해 열전 효율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규명했다.ⓒ아주대 제공

국내 연구진이 열전소자의 효율을 결정하는 파워 팩터에 대한 새로운 양자 기하학적 원리를 규명해냈다. 친환경·고효율의 에너지 하베스팅 핵심 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아주대학교는 4일 임준원 아주대 교수팀이 열전소자의 효율을 나타내는 파워 팩터가 고체 블로흐파의 양자 기하학적 특성에 의해 조절됨을 최초로 규명해냈다고 밝혔다. 해당 내용은 ‘힐버트-슈미트 거리에 의해 구동되는 열전 수송(Thermoelectric transport driven by the Hilbert-Schmidt distance)’이라는 논문으로 글로벌 다학제 SCI 저널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11월호에 실렸다.

연구에는 아주대 임준원 교수(물리학과), 중앙대 김건우 교수(물리학과), 일본 도쿄대 오창근 학생(박사과정)이 함께 했다.

열전소자(thermoelectric module)는 열에너지와 전기에너지 사이의 직접적 변환을 매개하는 역할을 하며, 이에 에너지 절감을 필요로 하는 여러 산업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 기술인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의 핵심 기술 중 하나도 바로 열전소자다. 에너지 하베스팅은 태양광, 열, 진동, 바람과 같은 자연적 에너지원으로부터 발생하는 에너지를 모아 전기에너지로 바꿔 사용하는 기술이다. 공장·발전소의 폐열을 활용하거나 자동차의 폐열을 전기로 바꾸고, 전원을 연결하기 어려운 웨어러블 기기나 사물인터넷(IoT) 분야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현재 차량과 냉장고·정수기 같은 소형 가전 등에 일부 활용되고 있는 열전소자를 실생활에서 보다 폭넓게 응용하기 위해서는 경제성뿐 아니라 소자에 사용되는 소재의 에너지 전환 효율을 최대로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열전소자는 1950년대 이후 크기가 큰 벌크 소재 중심으로 발전했는데, 열전 효율은 전기전도도가 높으면서 열전도도는 좋지 못한 물질이 이상적이므로 이 조건을 가장 잘 만족시키는 전자구조를 지닌 물질을 찾는 것이 주된 방식이었다.

2000년대 이후에는 나노 및 박막 기술을 활용해 인위적으로 합성된 물질에서 벌크 소재를 뛰어넘는 고효율 열전소재들을 개발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개발된 열전 효율 향상 방법론들은 궁극적으로 고체의 전자 및 포논(phonon), 띠(band) 구조를 엔지니어링하는 일로 귀결된다.

하지만 최근에서야 이러한 띠 구조 뒤에 숨어 있는 고체 내 전자 파동함수의 기하학적 구조가 물성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지금까지 파동함수의 기하학적 특성과 열전 효율 사이의 관계에 관한 연구는 수행된 적이 없었다.

이에 아주대 공동 연구팀은 열전 효율을 결정하는 파워 팩터(power factor)에 주목, 파워 팩터가 고체 블로흐파의 양자 기하학적 특성인 양자 거리(quantum distance)에 크게 의존함을 규명해냈다. 특히 고체의 띠 구조가 페르미 준위 근방에서 교차점을 형성할 경우, 교차점 근방의 양자 거리의 최대값이 파워 팩터를 결정하며, 이 최대 양자 거리의 값을 증가시키면 파워 팩터가 최대 두 배까지 향상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공동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서 볼츠만(Boltzmann) 수송 이론을 양자 기하학적으로 재해석해 고체 내 전자의 산란율을 양자 거리를 이용하여 표현할 수 있음을 일반적으로 보였다. 또 산란율 공식을 기반으로 전기 및 열전도도와 열전 파워 팩터 등이 블로흐파의 양자 거리로부터 도출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규명했다. 공동 연구팀은 새롭게 정립된 이론을 통해 띠 구조가 동일한 물질이라도 양자 거리 특성이 다르면 열전 효율도 크게 변할 수 있음을 보였다.

임준원 아주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기존 연구들과 본질적으로 다른 열전 효율 향상 방법론을 제시한 셈”이라며 “앞으로 후속 연구를 통해 양자 거리 조절에 기반을 둔 신개념의 열전 신소재 개발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건우 중앙대 교수는 “학계에서 친숙하게 접해온 수송현상 속에서 양자물질의 기하학적 정보가 존재함을 발견했다”며 “앞으로 웨어러블 기기의 냉각 및 발전 소자와 같이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응집물리 이론 연구와 실험 연구의 협업을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임준원 아주대 교수는 앞서 저명 글로벌 저널 ‘네이처(NATURE)’에 ‘양자 거리와 평평띠의 비정상 란다우 준위(Quantum distance and anomalous Landau levels of flat bands)’를 발표하는 등 양자 거리와 관련한 연구를 이어 왔다.

이번 연구는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대학기초연구소사업(G-램프) 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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