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서 100억대 직원 횡령 발생
2년 전에도 700억대 사고에 ‘몸살’
농협銀도 올해만 175억 규모 배임
이복현 “사후 제재로는 예방 한계”
우리은행에서 700억원대 횡령이 발생한 지 불과 2년여 만에 또다시 100억원대의 금융사고가 일어나 부실한 내부통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다만 올해는 이전과 달리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면서 개인의 일탈을 자체 적발했다는 점에서 그나마 의미를 찾는 모습이다.
은행권에서 횡령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가운데 내부통제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임직원들의 인식과 조직 문화가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1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과 은행장 간담회’에 앞서 기자들의 직원 횡령 관련 질문에 대해 “이번 사건을 철저히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은 개선해 재발을 방지하겠다”며 “내부통제 시스템뿐 아니라 모든 임직원들에게 실효성 있는 교육을 진행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경상남도 김해 소재 한 영업점에서는 대리급 직원이 100억원대 고객 대출금을 횡령한 사실이 이달 초 적발됐다. 해당 직원은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대출 신청서와 입금 관련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대출금을 빼돌렸다. 이후 가상자산 등에 투자했으며 현재 60억원 상당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소속 차장급 직원이 지난 2022년 4월 회삿돈 약 71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5년이 확정된 바 있다. 대규모 횡령이 발생한 지 불과 2년여 만에 같은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내부통제가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만 올해 발생한 횡령은 은행 자체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적발됐다는 차이가 있다. 여신감리부가 모니터링을 통해 대출 과정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했고 해당 직원에게 소명을 요구했으며, 담당 팀장에게 거래 명세를 전달해 검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행장은 이날 “강화된 내부통제 시스템으로 (횡령을) 자체 적발을 할 수 있었다”면서도 “원천적으로 막지 못한 것은 부족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뿐 아니라 NH농협은행에서도 올해만 175억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이 발생했다. 지난 3월 영업점 직원의 초과 대출로 109억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이 발생했으며 지난달에도 총 65억원 규모의 배임(2건)이 일어났다. 또 다른 지점 직원은 국내 금융 업무가 익숙하지 않은 귀화 고객의 동의를 받지 않고 펀드 2억원을 무단 해지해 횡령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농협은행도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사고를 자체 적발했다는 설명이다.
내부통제 시스템이 강화되고 금융당국의 책무구조도 도입 등 금융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각종 장치가 마련돼 왔음에도 횡령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은행권의 조직 문화와 임직원들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간담회 이후 진행한 백브리핑에서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임직원 의식과 행태 변화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한 조직 문화 정립에 경영진이 앞장서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지난 몇 년간 대규모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법규에 따라 (사안에) 책임 있는 임직원을 엄중 조치하고 내부통제 혁신 방안 등 여러 제도적 보완도 추진했다”며 “하지만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고로 이어지는 임직원들의 잘못된 의식과 행태의 근본적 변화 없이 제도 개선이나 사후 제재 강화만으로는 이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새로운 감독 수단을 마련해 은행의 조직 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석용 농협은행장도 이날 “내부통제 방안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있다”며 “각종 금융사고에 대한 근절 방안을 더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 문화가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아서 (임직원들에게) 이를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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