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의 초라한 은둔…’탈(脫) 라인’ 목줄 끄는데도 日정부 눈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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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정부, 네이버에 ‘주식 매각’ 압박…이해진에 사실상 경영권 포기 종용

외교부 “우리 기업 차별 조치 안 돼” 대응에도 네이버는 ‘침묵’

日서는 “라인 이용 중지해야” 주장도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이자 일본 A홀딩스 회장ⓒ데일리안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이자 일본 A홀딩스 회장ⓒ데일리안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이자 일본 A홀딩스 회장이 세찬 풍파를 만났다. 자칫 본인이 진두지휘한 라인에 대한 경영권까지 일본에 빼앗길 처지다.

앞서 지난 25일 일본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소프트뱅크가 일본 라인 운영사 라인야후의 최대 주주인 A홀딩스 주식을 네이버로부터 매입하기 위한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홀딩스 지분은 한국의 네이버와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똑같이 50대 50 절반씩 나눠 갖고 있다. 따라서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의 지분을 조금이라도 확보하게 되면 라인야후에 대한 경영권은 일본에 넘어가게 되는 셈이다.

이 회장이 일본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났다는 보도도 나왔다. 외부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이 회장이 손 회장과 이번 일로 직접 만났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日정부, 네이버에 '주식 매각' 압박…이해진에 사실상 경영권 포기 종용

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은 네이버와 분할 전 NHN재팬에서 기획부터 개발까지 모두 완료했다. 네이버는 출시 당시부터 현재까지 라인의 시스템 개발과 운영, 보수를 위탁받아 수행 중이다. 일본 정부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네이버가 원청인 라인야후의 감독을 받아야 하지만, 동시에 라인야후의 대주주여서 안전 관리가 곤란했다는 게 일본 정부의 주장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라인 이용자 등의 개인정보가 50만건 넘게 유출된 것을 계기로 라인야후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가 시스템 업무를 위탁한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해 사이버 보안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에 나섰다. 지난 16일에도 2차 행정지도를 내렸다.

하지만 이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조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라인야후는 이전에도 한국 네이버에 대한 정보관리 위탁으로 몇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2021년에는 명확한 설명 없이 일본 이용자 데이터를 한국 데이터센터 서버에 보관한 것이 알려져 외부 전문가 특별위원회까지 만들어 조사를 진행했다.

이용자 데이터에는 앱상의 개인 사진과 동영상은 물론 스마트폰 결제 ‘라인페이’ 거래 상황도 포함됐다. 이 과정에서 라인이 서비스에 사용하는 인공지능(AI) 등의 개발을 중국 상하이에 있는 업체에 위탁해 자칫 일본인의 개인 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될 상황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이에 대해 “총무성의 지분 관계 재검토 요구에는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의 판단도 있다고 보인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라인야후는 경제안전보장추진법에서 특정 사회기반사업자로 지정돼 있어 정보관리의 허술함은 리스크가 된다”며 “집권 자민당 내에서는 라인야후의 경영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라인을 사실상 자국내 ‘공공정보인프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라인 이용자가 약 9600만명에 이르는 데다 주요 지방자치단체들도 행정 업무에 앱을 널리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총무성이 이번 사안을 단순 정보 유출 문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심각한 경제안보’ 사안으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은 일본의 유명 주간지 주간문춘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라인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진짜 속내도 밝혔다.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은 일본 정부가 내각의 경제안보 분야를 총괄하기 위해 2021년 신설한 직책이다. 일본의 국가안전보장국(NSS·국가안보실 격)을 소관 부처로 해서 총무성, 외무성, 방위성, 경제산업성, 재무성, 문부과학성, 경찰청, 공안조사청, 금융청 등에 대한 관련 업무를 총괄·지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정치권이 라인야후 정보 유출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여과 없이 보여준 셈이다.

특히 다카이치 일본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은 직접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공물을 봉납할 정도의 극우·반한 인사로 알려져 있다. 아베 내각 시절엔 자민당 정조회장과 핵심 각료로 꼽히는 총무상을 지내며 ‘일본의 여성 첫 총리’ 자리를 노리기도 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그린팩토리 본사. ⓒ데일리안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그린팩토리 본사. ⓒ데일리안

외교부 "우리 기업 차별 조치 안 돼" 대응에…日서는 "라인 이용 중지해야" 주장

한발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이참에 탈(脫)네이버가 아닌 탈라인을 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네무라 겐지 캐논 글로벌 전략연구소 주임 연구원은 최근 석간후지에 게재한 칼럼에서 “아무리 비용을 들여도 기술 면에서 라인과 네이버와의 완전 분리가 실현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적어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총무성이 개선사항을 확인할 때까지는 라인 이용을 정지하고 탈라인을 위한 대책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데이터 주권과 이를 둘러싼 경제안보의 중요성은 점점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에 대한 일본 사회의 압박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반면 우리 외교부는 지난 주말 일본 정부 라인야후 지분매각 요구에 대해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입장”이라고 뜻을 명확히 밝힌 상태다. 다른 부처에서도 기업에서 요청 시 일본 정부 조치가 통상 측면에서 문제 있을 수 있다는 관점을 견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양국에서 반일(反日)-혐한(嫌韓) 감정이 깊어지면 질수록 라인의 주 고객인 일본인 사용자들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라인의 국적 논란은 양국 간의 정치적 갈등이 깊어질 때마다 터지는 문제였다. 이미 일본 네티즌들은 “일본인들이 언제까지 한국 서비스에 의존해야 하나”며 “라인 대신 다른 메신저 서비스인 텔레그램으로 갈아타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양국간 이런 분위기 속에도 네이버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라인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해진 회장과 네이버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네이버 입장에서는 A홀딩스 주식 매각을 하고 라인야후에 대한 경영권을 잃게 되면 일본을 포함해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이용자가 2억명에 달하는 만큼 아시아 시장을 고스란히 내줘야 한다”며 “네이버가 해외 경쟁력을 잃지 않으려면 일본 정부와 여론의 눈치만 살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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