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적고 단가 높아…소비자 외면 가능성
KT에 이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정부의 통신비 부담 완화 정책에 따라 조만간 3만원대의 저렴한 5G 요금제를 출시한다. 그러나 데이터 제공량이 턱없이 부족하고 가성비도 지나치게 낮아 통신비 부담 완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온라인 요금제를 제외한 일반 요금제 상품에서 3만원대 5G 요금제 출시를 준비 중이다. SK텔레콤은 최저 3만원대 구간을 신설하는 내용의 5G 요금제 개편안을 두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요금제를 새로 출시하기 위해서는 정부에 먼저 신고한 뒤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의 검토 절차를 거쳐야 한다. 최대 15일이 걸리는 자문위 검토를 거치면 늦어도 3월 중엔 3만원대 요금제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도 내달 3만원대 요금제 출시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지난달 이통 3사 중 가장 먼저 월 3만7000원에 4기가바이트(GB)를 제공하는 3만원대 5G 요금제를 선보였다. 이 요금제는 선택약정 25% 요금 할인을 적용하면 2만원대에 이용 가능하다.
이같은 이통 3사의 움직임은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에 따른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당시 이통 3사와 협의해 올해 1분기 내 3만원대 5G 요금제를 신설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데이터 제공량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지난 8일 발표한 ‘2023년 12월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5G 가입자 1인당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8GB다. KT의 3만원대 5G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은 월 4GB다. 평균 데이터 사용량의 7분의1 수준이다. 이에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아 사실상 통신비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지난달 갤럭시S24 시리즈 사전예약 기간 일반 요금제보다 저렴한 ‘온라인 요금제’ 예약자 중 절반 이상이 5~25GB를 제공하는 3만원대 요금제가가 아닌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6만원대 요금제를 선택했다.
가성비가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도 있다. KT의 3만원대 5G 요금제는 1GB당 가격이 9250원이다. 21GB(5만8000원), 110GB(6만9000원)를 주는 요금제는 각각 2761원, 627원이다. 4GB와 21GB를 제공하는 각 요금제 가격 차이는 두 배가 안 되지만 1GB당 가격은 3배가 넘는다. 110GB와 비교하면 가성비는 확연히 떨어진다. 4GB와 110GB 제공 요금제 역시 가격 차이가 두 배가 채 안 되지만 1GB당 가격은 14배 이상이다. 비싼 요금제에 우대 혜택이 붙는 것을 감안해도 데이터 단위당 가격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다. 요금제 비용 자체는 줄어드나 사실상 데이터 비용을 훨씬 더 많이 내는 셈이다.
이같은 지적에 과기정통부는 5G 요금제 개편안 관련 SK텔레콤과의 협상에서 KT보다 더 저렴한 요금제 출시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데이터 용량이 낮더라도 저렴한 요금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격이 저렴한 온라인 요금제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에 낮은 용량의 데이터 구간을 세분화한 상품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