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구독료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통신사 결합 요금제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와 유튜브, 티빙 등 주요 OTT들이 요금을 대폭 인상한 데 비해 통신사 결합 상품은 아직 저렴한 가격에 이용이 가능해서다.
이는 통신사들이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기조 속에서 당장은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 이들 역시 해당 요금제를 얼마나 지속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근본적으로는 OTT 구독료에 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신사 결합이 단일 구독보다 싸다”
현재 국내에서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하려면 한달에 1만4900원을 내야 한다. 유튜브가 지난달 월 구독료를 기존 1만450원에서 한번에 43% 기습 인상하면서다. 서비스 초창기던 2020년 9월 이전(월 8690원) 대비로는 무려 70%가 넘는 인상률이다.
디즈니플러스는 기존 4K UHD 화질의 요금제(월 9900원)를 두달여 전 40% 올려 월 1만3900원에 판매 중이다. 약관에는 공유계정 금지 조항까지 추가했다. 넷플릭스는 광고가 없는 베이직 요금제(월 9500원)를 지난달 아예 없앴다. 현재는 월 1만3500원의 스탠더드 요금제로만 이용이 가능하다. 사실상 인상폭이 42%가 넘는다.
토종 OTT도 구독료를 무섭게 올리고 있다. 티빙은 지난달 모든 멤버십 요금을 20~24%가량 높였다. 쿠팡플레이, 웨이브, 왓챠는 아직 동참하지 않았지만 광고형요금제(AVOD)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인상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에 무선통신 이용료와 OTT 구독료를 결합한 요금제가 대안으로 떠오른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들이 기존 요금제에 유튜브, 넷플릭스, 티빙 등 OTT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SK텔레콤에서는 자체 구독서비스인 ‘T우주 패스'(월 9900원)에 가입하면 유튜브 프리미엄을 기존 통신 요금과 함께 이용할 수 있다. KT와 LG유플러스도 데이터 무제한 무선통신과 유튜브,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를 결합한 요금제를 판매 중이다. 서비스 내용을 따져보면 모두 단일 OTT 월 구독료보다 저렴하다.
“장기적으로 손실…자구책 고심”
이용자 입장에서는 이들 결합 요금제가 ‘꿀팁’일 수 있지만 통신사들은 이런 상황에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최근 OTT 요금 인상폭이 두 자릿수에 이르는 가운데 기존 결합 상품을 지속하려면 그 부담은 통신사가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 정부는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에 적극적이다. 올해 1분기에는 5G(5세대 이동통신) 저가요금제 출시도 앞두고 있다. 통신사들이 요금제 인상을 검토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실제 이들은 당장 결합 요금제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통신사들이 OTT 사업자들과 맺은 기존 계약 내용은 올해 상반기 중 만료될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적으로는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 못지않게 통신사로서도 OTT의 최근 인상 추세는 비상식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으면 결국 손실이 되기 때문에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다 OTT 구독료에 대한 점검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OTT 분야 주무부처 중 하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2022년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으로 OTT를 규제하려 했지만 업계 반발로 불발된 바 있다. 다만 방통위는 지난달 부랴부랴 OTT 요금인상 실태점검에 착수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금지행위)과 그 시행령에 근거한 점검이다.
윤정은 방통위 시장조사심의관 부가통신조사지원팀장은 “OTT 사업자들의 구독료 인상이 위반행위로 인정되면 사실 조사로 전환할 예정”이라며 “사실로 확인되면 관계 법령에 따라 처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