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의 대명사인 네이버가 우리 (라이브스트리밍)산업에 들어오면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은 더 심화될 것이고, 아프리카TV가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고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정찬용 아프리카TV 대표는 30일 서울 잠실 비타500 콜로세움에서 열린 ‘아프리카TV BJ대상 시상식’에서 “2024년은 산업적으로 기회와 위협이 다 있는 시기”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트위치의 국내 시장 철수와 네이버의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 출시와 관련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쪼꼬’라는 닉네임으로 소개된 정 대표는 아프리카TV에서 올해 가장 많은 성장을 이룬 분야로 ‘버추얼(가상)’과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꼽았다. 이날 BJ대상은 태연의 ‘I’를 부르는 버추얼 BJ들의 컬래버레이션 무대로 시작했으며, 가상현실 플랫폼 ‘프리블록스’와 동시 개최를 통해 온·오프라인이 연결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정 대표는 내년 사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아젠다로 ‘글로벌’을 꼽았다. 아프리카TV의 올해 1~3분기 매출을 살펴보면 국내 매출이 99%에 달한다. 아프리카TV는 내년 상반기 글로벌 플랫폼 ‘숲'(SOOP)을 출시하면서 해외 시장 공략에 힘을 싣는다는 계획이다.
국내 서비스와 사명도 ‘아프리카TV’에서 숲으로 변경한다. 그간 사행성, 선정성 논란으로 누적된 아프리카TV의 부정적 이미지를 상쇄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정 대표는 “‘TV’라는 용어에 갇히지 않고 라이브스트리밍 서비스를 펼쳐나가기 위한 새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TV의 고유명사인 ‘BJ'(1인 온라인 방송인)와 ‘별풍선'(이용자들이 주는 현금성 선물)이라는 명칭도 변경한다. 정 대표는 “BJ라는 용어가 가진 여러 의미 중에 여러분이 걱정하시는 게 꽤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스트리밍을 하는 사람, 이라는 뜻의 일반 명칭인 ‘스트리머’를 쓰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질·UI 개선…트위치 이용자 잡아라
최근 글로벌 게임방송 플랫폼인 ‘트위치’가 한국시장서 철수하면서, 기존 트위치의 스트리머와 이용자를 잡기 위해 국내 라이브스트리밍 플랫폼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아프리카TV는 트위치 계정을 연동하고 스트리머의 방송 시간을 인정해 주는 ‘트위치 웰컴’을 비롯해 적극적인 유입 정책을 펼치고 있다.
변수는 네이버의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CHZZK)이다. 치지직은 네이버라는 거대 포털의 플랫폼 파워를 내세워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트위치와 거의 동일한 UI(사용자 인터페이스)·UX(사용자 경험)로 기존 트위치 이용자에게 좀 더 친숙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채정원 아프리카TV e스포츠·게임 콘텐츠 사업본부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아직 아프리카TV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을 위해 여러 가지 기술적 지원을 해드리고 있다”면서 “새로 유입된 이용자와 스트리머가 불편함이 없도록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자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UI 개선 작업도 나선다. 조형진 서비스 UX실장은 “이용자들이 가장 이질감을 느끼는 건 채팅창 UI”라면서 “어색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보편적인 UX·UI를 제공하고 서비스 특색에 맞게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 스트리머가 방송 플랫폼을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인 화질도 개선한다. 아프리카TV는 최대 1080p까지 지원하는 화질을 1440p까지 높일 예정이다. 현재는 종합 게임 위주로 방송하는 일부 파트너BJ, 베스트BJ를 선정해 순차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채 본부장은 “트래픽 코스트(비용)도 있고, 고화질로 송출하더라도 이용자들의 장비 환경이 갖춰지지 않으면 버퍼링이 걸리는 등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일주일에 한두 명씩 (1440p)기능을 풀어주고 있어서 (적용한 BJ가) 빠른 속도로 늘어날 예정이고, 적절한 시기가 되면 모든 BJ에게 배포하게 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서비스 진출에 대한 자신도 내비쳤다. 채 본부장은 “최근 발로란트 e스포츠 리그 AVL을 개최하면서 해외 시청자들의 동접자 수가 10만명 이상 나왔다”면서 “아프리카TV가 e스포츠 제작 사업과 리그 운영을 7~8년 가까이 해왔으므로, 글로벌 e스포츠의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