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센터 간 ‘치매’ 아내 귀가 기다리던 할아버지, 급류 휩쓸려
극한 호우가 쏟아지던 전남 장흥군에서 ‘치매’를 앓는 아내를 마중 나갔던 89세 할아버지가 급류에 휩쓸리고 말았다.
할아버지는 실종된 지 하루 만에 끝내 숨진 채 발견돼 이웃들을 슬프게 하고 있다.
지난 22일 MBC·연합뉴스에 따르면 21일 오후 6시 30분께 장흥군 장흥읍 자신의 주택 근처에서 배수로에 빠져 실종됐던 A(89)씨가 22일 오전 인근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사고 당시 자활센터에 갔던 아내를 마중하려고 집을 나섰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A씨는 5년 전부터 이 마을로 귀향해 아내와 단둘이 살았다. 치매인 아내를 요양병원으로 보내지 않고 직접 간호하며 진심을 다했다.
병원 보내는 대신 직접 간호했는데…이웃들 ‘비통한 심정’ 드러내
재활 치료를 위해 매일 주간보호센터를 다녀오는 아내를 마중 나가 마을에서도 ‘잉꼬부부’로 유명했다.
폭우가 내렸던 사고 당일 오후에도 A씨는 어김없이 집에서 나와 아내를 마중 나갔다. 당시 급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져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상황이었는데, A씨는 대문 앞 도랑에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그만 급류에 휩쓸리고 말았다.
A씨의 아내를 태운 주간보호센터 버스는 평소처럼 제시간에 집 앞에 도착했지만 A씨가 보이지도 않고 연락이 안 되자 버스 기사가 119에 신고했다.
경찰과 소방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뒤 마을 주민들과 함께 어둠 속에서 A씨를 찾아나섰지만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이튿날 헬기와 드론, 수색견 등을 투입해 저수지와 하천 등을 따라 수색작업을 벌인 끝에 A씨를 찾아냈지만, 이미 사망한 뒤였다.
A씨가 숨졌다는 소식에 이웃주민들은 허망한 표정을 짓고 있다. 마을 이장은 매체와 인터뷰에서 “A씨는 미국에서 살다 귀향하셨는데 점잖고 학식도 풍부해 늘 중요한 일을 상의해 왔다. 연세에 비해 건강하시고 직접 운전할 정도로 인지력도 좋았는데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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