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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야 할 이야기”… 김혜자를 움직인 명분, ‘여전히 찬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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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전히 찬란하게’가 극장가에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가 극장가에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코엑스=이영실 기자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가 60년의 세월을 품은 두 친구의 우정을 통해 잊지 말아야 할 기억을 되새긴다. 9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김혜자가 그 시간을 간직한 순옥으로 분해 깊은 울림을 더한다. 

15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연출을 맡은 송일곤 감독과 배우 박서경·최주은 등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당초 김혜자가 상영 전 무대인사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다.

‘여전히 찬란하게’는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순간을 함께한 단짝 친구를 60년 만에 다시 만난 순옥(김혜자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정임(차미경 분)과 재회한 순옥이 자신과 함께한 시간은 물론 자신의 이름조차 잊어가는 친구를 보며 과거의 기억을 꺼내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거미숲’ ‘오직 그대만’ 등을 연출한 송일곤 감독의 신작으로, 김혜자가 2017년 ‘길’ 이후 9년 만에 선보이는 스크린 복귀작이자 연기 인생 65주년을 맞아 내놓는 작품이다. 앞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돼 관객들의 호평을 얻었다.

송일곤 감독은 ‘여전히 찬란하게’를 “그리움과 기억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그는 “산 사람이 누군가를 얼마나 그리워할 수 있을까, 그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어떻게 마음속에서 붙잡고 있는가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현재와 1942년을 오가며 순옥이 간직해 온 기억을 하나씩 펼쳐낸다. 그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아픈 역사를 마주하게 한다. 송일곤 감독은 “과거의 아픈 역사이자 지금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다양한 각도와 시선에서 기억해야만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혜자를 캐스팅한 것에 대해서는 “순옥이라는 캐릭터는 인간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연민의 시선이 중요했다”며 “수없이 많은 훌륭한 캐릭터를 보여준 김혜자 선생님이 순옥을 통해 또 다른 느낌으로 과거를 반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연히 1순위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혜자를 카메라 앞으로 불러내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마지막 드라마 이후 쉬고 싶다는 뜻이 컸던 김혜자는 송일곤 감독에게 “집 앞에 있는 들꽃처럼 가만히 있고 싶다”고 말했다. 송일곤 감독은 손 편지를 쓰고 여러 차례 김혜자의 집을 찾아 작품에 출연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설득했다.

‘여전히 찬란하게’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왼쪽부터) 송일곤 감독과 배우 박서경·최주은·윤성현·차미경·조성하. / 시사위크 DB
‘여전히 찬란하게’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왼쪽부터) 송일곤 감독과 배우 박서경·최주은·윤성현·차미경·조성하. / 시사위크 DB

송일곤 감독은 “선생님은 ‘왜 김혜자라는 배우가 이 작품에 출연해야 하는가’라는 명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선생님이 가진 대체 불가능한 에너지와 감성이 젊은 세대와 다음 세대의 관객들에게 여전히 울림을 줄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 명분을 갖게 하는 과정이 굉장히 길었다”고 이야기했다.

출연을 결정한 뒤에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순옥을 준비했다. 송일곤 감독은 “대사 하나, 쉼표 하나, 시선 하나를 무수히 연습한다”며 “연습하는 모습을 멀리서 본 적이 있는데 ‘저 대배우가 이 대사를 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연습한다고?’라는 생각에 감동의 눈물이 났다. 현장에 왔을 때는 이미 그 캐릭터가 돼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선생님의 클로즈업 속에는 큰 우주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사를 하지 않더라도 눈빛이나 표정, 미묘한 미소, 흐릿해지는 기억 같은 것을 포착하고 싶었다. 클로즈업 안에 선생님의 일생과 감정, 다양한 감성이 담기길 바랐다”고 전했다.

영화 속 ‘기억할게’라는 말은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다. 송일곤 감독은 “순옥의 기억이 사라지면 정임이라는 존재도 없어지는 것”이라며 “다음 세대, 그다음 사람에게 기억을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하다. 우리가 찬란했던 시절이든 아팠던 시절이든 기억돼야 하기 때문에 그것을 붙잡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송일곤 감독은 이날 함께하지 못한 김혜자의 말을 대신 전했다. 그는 “선생님 말씀을 빌리자면 영화를 보고 나갈 때 마음이 따뜻해지고 훈훈해졌으면 좋겠다”며 “실컷 울고 나면 사람이 조금 순해진다는 말을 하셨는데 그 말씀을 대신 전하고 싶다”고 했다.

‘여전히 찬란하게’는 오는 2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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