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중국 나쁘게 묘사, 서구 미화” VS “역사적 재연” 논란
넷플릭스 오리지널 SF시리즈 ‘삼체’를 둘러싸고 중국 누리꾼들의 반발과 옹호의 시선이 크게 엇갈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삼체(3 Body Problem)’가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가운데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기를 묘사한 장면을 두고 중국 누리꾼의 거센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SF소설계의 노벨상으로 휴고상을 아시아 최초로 수상한 류츠신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8부작 시리즈 ‘삼체’는 1966년 시작된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 시기 인민재판에 끌려나온 명문대의 물리학 교수가 홍위병으로 불린 학생들에게 폭행당하며 죽어가는 장면과 이를 공포와 분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딸의 모습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같은 오프닝은 극중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SF장르를 구체화하는 이야기의 바탕을 이룬다.
미국 CNN과 영국의 유력 일간지 가디언 등 외신들은 이에 대해 중국 누리꾼들이 비난을 쏟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CNN은 일부 중국 누리꾼들이 ‘삼체’의 정치적 메시지를 의심하며 “단지 중국을 나쁘게 묘사하기 위해 시리즈를 만든다”는 주장을 내놨다고 밝혔다.
이어 원작과도 다른 각색이라며 “수십년 전 중국이 일으킨 사태로부터 인류를 구한 서구를 미화한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문화대혁명에 관한 장면을 중반에 “묻어버린” 중국판과 달리 영문판은 초반에 이를 삽입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삼체’가 공개된 지난 21일 이후 22일 아침까지 중국 SNS에 오른 ‘3 Body Problem’ 해시태그가 22억3000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썼다. 그만큼 ‘삼체’를 바라보는 중국 내 시선이 뜨거워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신문은 일부 누리꾼과 시청자들이 “얄팍한 공상과학 소설의 어려운 개념이 단순한 시각적 스펙터클로 대충 변형됐다”면서 “제작자들이 중국 배경 이야기를 ‘동양화’하고 대신 서구 영웅주의의 할리우드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지난해 중국 텐센트가 제작했던 중국판과 비교하며 “텐센트 작품이 ‘연회’라면 ‘삼체’는 ‘General Tso’s chicken(제너럴 소 치킨·미국에서만 인기를 끄는 중국요리)이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또 다른 시청자와 누리꾸운 “원작소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일 뿐만 아니라 세계 공상과학 문학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면서 “누구나 상상 속에 이런 해석을 가지고 있다. ‘삼체’는 우리가 만든 IP(지적재산권)이다. 이제 전 세계로 뻗어나간다”면서 반기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어 일부는 “우리(중국) 버전도 좋고, 그들(미국) 버전도 훌륭할 수 있다. 왜 항상 그것 때문에 싸워야 하나?”라고 말하는 누리꾼도 있다고 썼다.
CNN도 “역사의 진실한 재연”이라는 누리꾼들의 옹호 시선도 담았다. 중국의 유력 사이트는 더우반에 “역사는 TV시리즈보다 훨씬 더 터무니없지만, 너희들은 그걸 못 본 척한다” 등 글이 올린 사실을 전달했다.
이와 관련해 넷플릭스가 아직 중국에서 정식 서비스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 ‘삼체’에 대한 현지 논박이 이어지는 데 대해 불법유통을 의심하며 우려를 드러내는 시선도 나온다.
‘삼체’는 여러 시대에 걸쳐 지구를 뒤흔들 사실을 발견한 각 대륙의 저명한 과학자 5명을 중심으로 인류와 문명의 실존적 위협을 그린 시리즈이다.
한국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는 시리즈는 25일 오전 현재 넷플릭스의 국내 많이 본 시리즈 4위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