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추자현 “남편 우효광 덕분에 사랑을 믿게 됐어요”
“20~30대에는 개성 있고,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30대때 중국에서 활동하면서 멜로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어요. 그때 멜로가 굉장히 매력 있는 연기라고 느꼈죠. 무엇보다 (우)효광씨를 만나고 사랑받고 사랑을 믿으면서 이걸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추자현이 멜로영화로 돌아온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오는 3월20일 개봉하는 장윤현 감독의 ‘당신이 잠든 사이'(제작 로그라인스튜디오)는 ‘사생결단'(2006년) ‘실종'(2009년) 등 주로 장르 영화에서 강렬한 연기를 펼쳤던 추자현이 새롭게 도전한 멜로라는 점에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추자현은 ‘당신이 잠든 사이’를 통해 중국영화 ‘게임의 규칙'(2017년) 이후 7년 만에, 한국영화 ‘환상극장'(2011년) 이후로는 무려 1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이날 추자현은 “30대 대부분을 중국에서 보내고, 작품이 아니라 예능 ‘동상이몽’으로 복귀하게 됐다”고 웃었다. 추자현은 2017년 남편 우효광과 함께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 출연해 결혼 생활을 공개한 바 있다.
그는 “작품에 들어가려고 할 때 임신을 하면서 복귀가 늦어졌다. 이후 드라마만 찍다가 이번에(언론 시사회 때) 스크린에서 내 얼굴을 보는 게 너무 오래돼서 마치 신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추자현은 ‘당신이 잠든 사이’에서 교통사고로 선택적 기억 상실을 앓게 된 덕희를 연기했다. 영화는 기억을 잃은 덕희가 남편 준석(이무생)의 비밀을 추적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극중 추자현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덕희가 사랑에 빠진 밝은 모습부터 기억상실을 겪으면서 두려워하고, 남편인 준석의 비밀을 추적하며 절망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다채로운 면면을 그려냈다.
“덕희는 저와 비슷한 환경에 놓였어요. 나이도 비슷하고, 결혼도 했고, 자식도 있죠. 가정환경도 그렇고요. 처음에는 그것이 장점이 될 줄 알았는데 덕희의 삶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힘들더라고요.”
때문에 추자현은 덕희를 연기할 때만큼은 “계산하지 말고 날 것 그 자체로 표현하는 과감한 도전을 하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과하거나 혹은 부족하지는 않을지 걱정했지만, 현장에서 장윤현 감독님이 잘 잡아줬다”면서 “또 이무생이라는 좋은 배우와 합을 맞추다 보니까 보완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2020년)에서부터 이미 이무생을 눈여겨봤다던 추자현은 “막연하게 ‘저 배우 앞으로 잘 되겠다’고 느꼈고, ‘당신이 잠든 사이’도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출연을 한다고 해서 정말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 한국→중국→다시 한국…”계속 데뷔하는 느낌”
추자현은 2005년 본격적으로 중국에 진출한 이후 활발하게 활동을 펼치며 중국 내에서 톱스타 대우를 받았다. 그런 추자현은 본인에 대해 “대한민국 여배우 중에서도 독특한 길을 걸어온 것 같다”고 돌이켰다. 그는 “한국에서 데뷔해, 개성 있는 역할을 하다가 훌쩍 중국으로 가서 멜로, 액션, 영웅기 등 다양한 장르를 경험했다”고도 말했다.
“중국에서의 활동을 통해 스펙트럼이 넓어졌어요. 많은 공부가 됐죠. 나이가 드니까 내 나라말로 연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사하게 한국으로 돌아와 연기를 하게 됐는데, 20대 한국, 30대 중국, 40대 한국에서의 연기 트렌드가 다 다르더라고요. 계속해서 데뷔하는 느낌을 받았죠.“
그렇기에 추자현은 “연기가 올드해 보이지 않을까 고민했다”면서 “공부밖에 없었다. 연기는 하모니인데, 혼자 튀지 않기 위해 톤을 잡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또 “내 또래 배우들이 어떻게 연기하는지를 보면서 공부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추자현은 “말랑말랑해질 겨를이 없었다”고 중국 활동을 회상했다. 또한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뒤에도 “엄마로서 또 다른 책임감이 생겼다”며 “여러 도전과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지금은 단단해지고 노련미도 생긴 것 같다“고 달라진 자신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연 없는 사람은 없겠죠. 그럼에도 제 개인적인 삶도 평범하지 않았고, 걸어온 길도 다른 여배우들과 달랐어요. 연기 한번 해보겠다고 홀로 연예계에 들어왔고, 타국에서도 홀로 버텼죠.”
“그런 상황들이 저를 계속 긴장하게 했는데, 어느 순간 제가 부드러워졌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막무가내로 열심히 하던 20, 30대를 거쳐 지금은 조금 다른 느낌이 들어요.”
● 우효광은? 내 운명!
추자현의 변화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남편인 우효광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촬영하거나 중국에 출장에 가면 아들(이름 우바다)보다 남편이 더 보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남편을 만난 전후로 제 인생관이 많이 바뀌었어요. 남편을 만나서 사랑도 믿고, 사랑의 힘을 배웠죠.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말처럼 남편을 만나서 제가 굉장히 밝아졌어요. 아들이요? 다 크면 자기 좋다는 여자 만나서 떠날 거라는 걸 다 압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