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1조 MLCC 수주에 증권가 “가격 상승 이제 시작”
비즈워치 조회수

삼성전기가 1조원이 넘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공급 계약을 따내면서 증권가가 AI(인공지능) 서버용 MLCC의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서버 제조업체뿐 아니라 반도체 플랫폼 기업까지 직접 부품 확보에 나서면서 삼성전기의 가격 협상력과 수익성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기는 지난 1일 1조722억원 규모의 MLCC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삼성전기가 올해 공시한 세 번째 대규모 MLCC 공급 계약이다. 앞서 지난 6월 4540억원과 7월 2951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 한 건만 앞선 두 계약 합계보다 43% 많다.
증권가는 이번 계약에서 고객사의 변화에 주목했다. 앞선 계약이 서버 ODM(제조자개발생산)과 서버 조립업체를 상대로 체결됐다면 이번에는 반도체 플랫폼 업체가 직접 MLCC 확보에 나섰다는 판단이다.
고의영 iM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의 LTA(장기공급계약)가 서버를 구매하고 조립하는 단계에서 부품 수급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헤지하는 성격이었다면 이번에는 플랫폼을 설계하는 업체가 직접 물량 확보에 나선 것”이라며 “MLCC 수급 안정성이 플랫폼 로드맵과 연동되는 주요 변수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공급 제품도 확대됐다. 앞선 두 계약이 단일 기종의 고용량 MLCC 중심이었다면 이번 계약은 초소형·고용량을 중심으로 한 여러 고부가 제품을 포함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정 제품의 공급 부족에 대비하던 장기공급계약이 플랫폼 단위로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기의 가격 협상력이 강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IBK투자증권은 AI 서버 확대로 고용량 MLCC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공급 부족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MLCC 가격 인상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영업이익률 개선 속도도 이전 전망 대비 가팔라지고 전 고점인 40%를 상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AI용 MLCC 수요 확대가 범용 제품의 공급까지 압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AI 서버용 MLCC는 범용 제품보다 적층 수가 10배 이상 많아 생산 비중이 늘수록 범용 제품의 생산 여력이 줄어드는 구조다. 이에 따라 범용 MLCC의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AI향 수요 증가는 고용량 제품의 성장에 그치지 않고 범용 MLCC의 공급 여력까지 구조적으로 축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향후 범용 MLCC 전반으로 공급 부족과 가격 인상 흐름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번 수주에 따라 삼성전기의 실적 전망도 추가 상향 여지가 생겼다는 평가다. 다올투자증권은 올해 체결한 세 건의 합산 수주액이 내년 삼성전기 MLCC 매출 추정치 9조8000억원의 약 19%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향후 판가 상승과 제품 믹스 개선이 이어질 경우 삼성전기의 MLCC 실적도 추가 개선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보고 있다.
김연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서버용 MLCC는 아직 가격 상승 사이클의 초입으로 판단한다”며 “향후 판가와 믹스 개선이 삼성전기 MLCC 실적의 추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