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혜택 ‘알맹이’ 빠진 밸류업에 시장 분위기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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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2일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진행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최태호 기자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2일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진행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최태호 기자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국내 증시를 들썩이게 했던 밸류업 가이드라인 초안이 공개됐지만, 자율성을 강조하는 반면 기업들의 참여를 유인할 법인세 인하 등 세제지원 방안은 빠져있어 ‘알맹이 빠진 밸류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지난 2월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발표 후 저 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으로 밸류업 수혜주로 분류되던 증권, 보험, 자동차 종목의 주가도 하락세를 띄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보험’, ‘증권’,’자동차’, ‘은행’ 지수는 밸류업 가이드라인 초안이 공개된 전일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3.31%, 2.12%, 1.98%, 0.88% 하락했다. 

이날 KRX 은행지수는 카카오뱅크(2.02%), KB금융(1.94%), 하나금융(1.75%), BNK금융(1.55%)등 일부 종목의 주가 상승에 힘입어 이날 1.74% 상승했으나, 전일 하락폭을 극복하진 못했다.

밸류업 수혜주 하락세는 전일 공개된 밸류업 지원방안의 영향이 컸다. 금융당국은 지난 2일 한국거래소에서 개최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서 기업들이 스스로 중장기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목표와 계획 수립 시 참고할 밸류업 가이드라인 초안과 지원방안을 공개했다.

가이드라인에는 밸류업 참여 기업들이 각자 특성에 맞게 주주 환원 정책과 지배구조, 주가순자산비율 등 지표를 종합적으로 공개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목표와 계획을 연 1회 공시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금융당국은 가이드라인을 활용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하는 기업들의 자율적 참여를 강조하며,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 기반으로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날 밸류업 우수기업에게 수수료 면제, 불성실 공시 법인 지정 유예 등의 인센티브는 공개됐지만, 시장에서 기대하던 법인세 인하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의 세제지원 방안은 빠졌다.

금융당국은 두 가지 세제 지원방안은 검토 중이고, 구체적인 검토가 끝나는 대로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 4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배당소득을 분리과세하는 방안과 주주환원 증가액 일정 부분에 대한 법인세 부담을 완화시켰주겠다고 밝힌바 있다.

증권가 “세제 인센티브 빠진 밸류업..PBR 수혜주, 단기간 변동성 확대 될 것”

증권업계서도 이번 밸류업 지원방안에서 세제 인센티브가 빠진 것을 지적하며, 밸류업 수혜종목들의 단기간 변동성이 확대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리포트를 통해 “시장과 현실 간 간극이 크다”고 평가하고 “밸류업 모멘텀 수혜주가 슬림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번에도 시장이 기대하는 세제 인센티브 지원 방안이 발표되지 않았다”며 “기대감이 컸던 이슈가 현실화 되는 과정에서 기대와 현실 간의 괴리가 축소되는 국면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이어 “최근 저PBR주로 일컬어지며 밸류업 모멘텀에 따라 급등락을 보이는 업종과 종목은 슬림화 될 수 밖에 없다”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업종은 금융, 자동차, 지주사”라고 짚었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총선 이후  야당의 반대로 밸류업 세제 인센티브,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공약 등 정책 동력의 약화 우려가 부각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세제 인센티브가 확정되지 않는다면 연초와 같은 강한 상승세가 나타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거버넌스포럼, “가이드라인은 훌륭하지만 지원방밸류업 참여 동기 부족”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하 포럼)은 이번 가이드라인 초안은 상세하고 긍정적이지만,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할 ‘동기부여’ 요인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포럼은 이날 논평을 통해 밸류업 가이드라인에 대해 “기업 밸류업 가이드라인(안) A학점, 지원방안 총점은 B-“라고 말했다. 앞서 포럼은 지난 2월 금융당국의 밸류업 지원방안에 대해 가이드라인 확정 시기가 늦다며 -B학점을 매긴바 있다.

5일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여의도 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최태호 기자
5일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여의도 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최태호 기자

포럼은 논평에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은 아주 디테일하고 많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며 “이사회의 적극적 참여를 기반으로 자본비용, 자본수익성, 시장 평가, 총주주수익률, 주주환원 등을 계산한 후 기업 스스로 밸류업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전과 동일하게 총점을 B-로 준 이유로 지원방안 내 기업들의 밸류업 참여를 장려할 동기가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가장 아쉬운 점은 동기 부여”라며 “ 가이드라인의 구체성은 좋지만, 주가 상승에 대한 지배주주와 일반 주주의 인식이 상반되는 현실에서 기업과 이사회가  왜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주가를 올리고자 해야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한 근거 제시가 없다”고 평가했다.

가이드라인에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등 투자자보호를 위한 거버넌스 핵심 이슈가 빠진 점도 지적했다. 포럼은 “주주에 대한 책임 소재 명시와 같은 탄탄한 제도적 기초 없이 기술적인 조치만 나열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문제도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의 밸류업 참여를 이끌기 위해 국민연금의 역할도 강조했다. 포럼은 “일본 거버넌스 개혁의 산파역을 일본공적연금(GPIF)가 했는데 철저한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을 통해 일본 자본시장의 투자 문화를 바꿨다”며 “국민연금도 기업 거버넌스 개선의 전도사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의무가 아닌 자율이 전제된 정책에서 당근 제공이 너무 소극적”이라며 “법인세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에 대한 언급이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국회에서 세법 개정이 필요하기에 다수석을 차지한 야당의 동의를 얻는 것이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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