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환부터 SDV(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진화하는 자동차)와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AAM(미래 항공 모빌리티)까지 현대자동차그룹은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 기술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23년 6월 개최된 ‘2023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23년부터 2032년까지10개년 간 총 109조4000억 원, 이 중 R&D 분야에 47조4000억 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장재훈 사장은 이날 “현대차는 전동화와 미래 기술에 대해 어떠한 글로벌 회사보다도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으며 앞으로 전동화 톱티어 리더십을 확보해 나가겠다”며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GSO 담당 김흥수 부사장은 “현대자동차는 전동화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를 추구하고 있다”며 “기술력의 선점을 통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위해 미래 기술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 현대차는 2020년 3월 앱티브사와 각각 50%의 지분 투자를 통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모셔널을 설립했다. 일반적으로 제조사들이 단독으로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나서는 것과는 달리 현대차는 자율주행 개발 및 부품 사업 노하우를 보유한 앱티브와 적극 협력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3년 말 아이오닉5을 기반으로 무인 로보택시 사업을 론칭한 뒤 글로벌 주요 지역으로 로보택시 사업을 본격 확산,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소프트웨어 기반의 SDV를 위해 현대차가 2022년 8월 인수한 ‘42dot’은 현대차의 SDV 기술을 개발하고 내재화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현대차는 소프트웨어 내재화를 바탕으로 PBV 서비스를 통한 기술 검증과 데이터 확보를 통해 소프트웨어 고도화를 이뤄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2021년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해 로봇공학 분야의 기술 초격차를 확보하고 R&D 센터 내부 조직인 로보틱스랩을 통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핵심 기술 내재화를 진행하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Spot’은 실제 다양한 산업 환경에 투입돼 현장 데이터 수집 및 산업 시설 점검용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Stretch’는 대형 물류사인 머스크, DHL 등 물류, 유통 분야 내에서 다양한 고객망을 확보하며 지능형 물류 로봇으로 초기 상용화 단계에 있다.
AAM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 현대차는 2020년 워싱턴DC에 ‘슈퍼널’을 설립해 파일럿 탑승 비행 테스트를 실시하고 기체 제조를 위한 기반 시설을 확보할 예정이다.
또 세계 최대 규모의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와 항공기 엔진 제조사 롤스로이스를 비롯해 KT, 현대건설 등 국내외 통신, 건설 부문 파트너들과 기술 협력을 맺어 다양한 연관 사업으로의 진출을 목표로 한다.
한편 기아는 2023년 4월 개최된 2023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32조 원을 투자하고 이 중 미래 사업 투자 비중을 45%까지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이는 2022년 발표된 5개년 계획과 비교했을 때 투자 금액은 4조 원, 미래 사업 투자 비중은 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기아는 2023년 8월 22일 경기도 화성시 롤링힐스 호텔에서 남양기술연구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래 전략 기술 연구 성과와 미래 방향성을 공유하기 위한 ‘2023 R&D 기술포럼’ 개막식 행사를 개최했다. 2023년 8회째를 맞는 R&D 기술포럼은 현대차·기아의 전문 연구 조직인 리서치랩을 중심으로 선행 기술 연구 성과와 미래 추진 전략을 발표하고 분야별 기술 연계 방안을 검토하는 학술 행사다. 현대차·기아는 전동화, 음향 진동, 열 관리 등 각 기술 분야별 13개의 리서치랩을 운영 중이다. 2023 R&D 기술포럼은 개막식을 시작으로 9월 7일까지 총 9개 기술 분야에 대한 세션 발표가 진행됐다. 참석 대상은 현대차·기아 CTO 산하 연구원과 현대차그룹사 임직원, 학교 기관 연구원 등 2000여 명이다.
특히 각 세션에서는 국내외 협력사 관계자, 대학 교수 및 대내외 전문가들이 연사로 참여해 글로벌 최신 기술 동향을 소개하는 한편 패널 토의를 통해 기술 개발 방향성을 제시했다.
현대차·기아 TVD본부장 양희원 부사장은 개막식에서 “R&D 기술포럼은 현대차그룹 구성원 모두의 성장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 왔다”며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기여할 핵심 신기술 발굴을 위해 각 구성원이 고민하고 이뤄낸 성과를 함께 나누고 전파하는 자리를 계속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기아는 R&D 기술포럼 행사의 일환으로 미래 모빌리티 관련 우수 인력 채용을 위한 신기술 세미나를 비롯해 인사·교육·문화·환경 등 R&D 지원 부문 구성원 간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포럼도 연중 수시로 개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3년 6월 15일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서울 마포구)에서 ‘현대차그룹 오픈 이노베이션 테크 데이’ 행사를 처음 개최하고 스타트업 생태계와의 상생 전략을 비롯해 개방형 혁신 성과, 스타트업 협업 체계 등을 발표했다.
특히 △모빈 △모빌테크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 △뷰메진 △어플레이즈 등 현대차그룹과 협업 중인 5개 스타트업의 주요 기술들을 함께 전시해 스타트업 생태계와의 조화로운 공존 의지를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 수많은 스타트업과의 협력 관계 구축을 통해 미래 혁신 성장 동력을 선점하는 한편 이들의 글로벌 성장이 원활히 지속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기아는 오픈 이노베이션 활동을 본격 강화하기 시작한 2017년부터 2023년 1분기까지 200여 개 이상 스타트업에 1조3000억 원을 투자했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기아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의 사업 분야는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를 비롯해 전동화, 커넥티비티,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에너지, 로보틱스 등 미래 신사업 영역을 망라한다.
현대차·기아 오픈이노베이션추진실 황윤성 상무는 “혁신적인 기술이나 서비스를 통해 인류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스타트업이 바로 우리 그룹이 찾고 있는 기업”이라며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고 협력 과정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인사이트를 주는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고 육성함으로써 윈윈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에 숨어 있는 유망 스타트업 발굴을 위해 미국, 독일, 이스라엘, 중국, 싱가포르 등 5개 국가에 ‘크래들’이라는 혁신 거점을 운영 중이며 한국에는 오픈이노베이션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제로원’을 설립했다. 또한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총 19개의 투자 펀드를 운영하며 글로벌 투자 역량을 제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도 현대차그룹은 창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미래를 대전환시킬 스타트업을 발굴해 과감한 협업 전략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새롭게 모색하고 있는 개방형 혁신 분야로는 소프트웨어로 지속 진화하는 자동차인 SDV를 비롯해 자원 순환 및 저탄소, 반도체, 인공지능, 양자기술 등이다.
현대자동차·기아는 글로벌 연구개발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협력사의 기술 성장과 경쟁력 육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2022년 10월 12일 롤링힐스 호텔(경기도 화성시)에서 ‘2022 R&D 협력사 테크데이’를 개최했다. R&D협력사 테크데이는 현대차·기아가 협력사의 우수 신기술에 대한 포상과 기술 교류를 통해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상호 협력을 기반으로 동반 성장을 증진하기 위한 행사로 2022년까지 총 17회에 걸쳐 진행됐다.
현대차·기아는 △전자 △섀시 △보디 △전동화 4개 부문에서 연구개발 공로가 큰 기술을 보유한 업체를 우수 협력사로 선정해 포상하고 그중 기여도가 가장 큰 기술을 최우수상으로 선발했다. 최우수상은 전자 부문에서 ‘경신전자’의 ‘자율주행 시스템 대응 이중화 전원 공급 제어기’ 기술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