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이 ‘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앞두고 기로에 서있다. 노조는 이미 합법적 쟁의권(파업권)을 확보했다. 노사는 현재 2개월 가까이 진행하던 노사 교섭을 중단한 상태다.
업계에선 사측이 교섭 재개를 요청한 만큼 노조가 당장 파업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현대차가 지난해와 올해 역대급 실적을 보인 만큼 파업을 통해 요구안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강경 목소리도 적지 않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올해 현대차 교섭에서 노사 입장차가 크다고 판단해 전날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중노위의 이 조정 중지로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권을 갖게 됐다. 노조가 지난 25일 실시한 쟁위행의 찬반투표에서 전체 조합원의 88.93%가 파업에 찬성했다. 이는 역대 최고 찬성률이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기본급 18만4천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주식 포함)의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각종 수당 인상, 만 60세인 정년을 최장 만 64세로 연장하는 내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중 정년연장(66.9%)은 노조가 지난 4월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올해 임단협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의제로 꼽힌다.
하지만 요구안 대부분이 교섭 과정에서 사측으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쟁점인 정년연장에 대해 사측은 여러차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차가 선제적으로 이를 시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동화 전환에 따른 필수 인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정년연장은 더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한 차례 결렬을 겪은 만큼 노사는 향후 재개될 교섭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일 전망이다. 사측은 지난 교섭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주요 안건을 중심으로 가지 치기를 할 계획이다. 사측은 교섭 속도를 높여 추석 전 타결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이동진 현대차 대표이사는 지난 18일 교섭에서 “일괄제시는 시기상조”라며 “어느 정도 정리가 돼야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노조는 파업을 할 수 있지만 고심에 빠진 모습이다.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역대 최대 찬성률을 경신할 정도로 내부에선 강경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교섭이 재개될 경우 조합원 전체가 참여하는 파업에 나서기는 부담스럽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은 시작 만큼 끝내는 것도 중요하다”며 “자칫 파업을 통해 얻어낸 것이 없다면 노조 입지는 더 흔들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노조는 사측과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쟁의권을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노조는 30일 오후 1시 중앙쟁의대책위원회 1차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파업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차후 노조 주요 일정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가 임단협 교섭과 관련해 파업에 나서면 2018년 이후 5년 만의 파업이다. 노조는 지난해까지 코로나19 여파와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수출 우대국 제외 조치에 따른 한일 경제 갈등 등을 고려해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무리해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