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9은 올해 국내외에서 가장 주목받은 신차입니다. 현재 기아에서 상용화 가능한 기술을 모두 쏟아부은 플래그십 전기차이기 때문인데요, 기아는 EV9을 ‘운전자가 즐거운 패밀리카’로 소개했습니다.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패밀리카로 사용되면서도 운전자 중심의 다양한 기능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죠. EV9 개발진들은 국내 최초 3열(7인승)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EV9을 출시하면서 “국내엔 경쟁모델이 없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기아 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EV9을 지난 13일 시승해봤습니다. 시승 코스는 경기도 하남부터 아산을 거쳐 부여까지 210㎞ 구간입니다.
-기아 EV9 직접 보니 어떻던가요?
먼저 웅장한 덩치에 압도됐습니다. 기아 EV9 외관은 이미 지난 3월 서울모빌리티쇼에서 봤어요. 전반적으로 직선을 많이 사용한 디자인에 볼드한 볼륨감을 줘서 기존 플래그십 SUV보다 덩치가 훨씬 커 보입니다. 내부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차량 앞바퀴 차축과 뒷바퀴 차축 사이 거리)가 3100㎜입니다. 기존 내연기관 SUV인 팰리세이드(2900㎜), GV80(2955㎜)보다 길어요. 전면부엔 ‘디지털 패턴 라이팅 그릴’이 적용돼 미래차 같은 느낌을 줍니다. 구독을 신청하면 그릴을 원하는 모양으로 계속 바꿀 수 있습니다. 큰 차를 오랜만에 운전해서 긴장도 됐지만 일단 운전석에 앉아보니 시야가 넓어서 오히려 운전이 편하더라구요. 각종 센서가 달려있어 후진하거나 좁은 통로를 오르내릴 때도 문제 없었구요. 계기판, 공조 제어 장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3가지 디스플레이를 하나로 이은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깔끔하고 시원한 인상을 줍니다. 인테리어 소재도 재활용 플라스틱 등 지속가능한 소재를 활용해 보다 친환경적인 차를 만들려는 노력이 엿보였습니다.
-패밀리카니까 뒷자리가 중요할 것 같아요.
본격적인 주행 전 뒷자리에 한 번 타봤습니다. 제가 탔던 모델은 2열 스위블 시트가 적용된 차종이었어요. 스위블 시트를 활용하면 2열 시트를 180도 뒤로 돌려 3열과 마주 볼 수 있습니다. 아이를 3열에 태우고 2열에 앉은 엄마·아빠가 마주 보면서 갈 수 있는 거죠. 시트를 뒤로 돌려 운전석 쪽으로 쭉 당기면 키 큰 어른이 타고도 남을 만큼 무릎 공간도 충분합니다. 90도만 돌려 시트를 문 쪽으로 향하게 하면 카시트에 태운 아이를 쉽게 앉히고 꺼낼 수도 있어요. 아이가 있는 분들은 얼마나 유용한 기능인지 아실 겁니다.
바닥에 배터리를 깔아 평평하게 만들다 보니 실내 공간도 넓고 쾌적합니다. 그래서 차박이나 캠핑용으로 활용해도 좋아요. 또 100㎾h(킬로와트시)에 달하는 배터리(99.8㎾h)가 탑재돼 V2L로 사용할 수 있어요. V2L은 전기차 배터리의 전력을 외부로 끌어다 쓸 수 있는 기술을 말합니다. 실내에 V2L 콘센트가 있어서 차량 내부에서 다양한 전자기기를 이용할 수도 있구요. 커넥터를 연결하면 실외에서도 전기차 배터리 전력 활용이 가능합니다.
-주행 능력이나 운전 편의사양은요?
주행감은 부드러우면서도 가볍습니다. 2t이 넘는 묵직한 차체를 밀어내려면 상당한 힘이 필요할 텐데 모터의 힘이 부족하거나 아쉬운 점은 없습니다. 이 차는 EV6 GT처럼 가속이 빠르고 날렵한 차는 아니에요. 아마 100㎾h에 달하는 무거운 배터리와 커다란 차체 때문일 겁니다. 대신 한번 충전하면 최대 500㎞ 이상 달릴 수 있어요. 모터 최고 출력은 4륜구동 기준 283㎾(킬로와트), 최대 토크는 600~700㎚(뉴턴미터)입니다.
‘p전기차에서만 가능한 ‘아이페달(i-PEDAL)’ 기능도 사용해봤습니다. 아이페달 모드를 켜면 엑셀 하나만으로 주행과 완전 정지까지 가능합니다. 처음엔 낯설었는데 익숙해지니까 운전의 피로감이 덜하더라고요.
또 EV9에는 레벨3 수준 자율주행 기술인 ‘고속도로 부분 자율주행(HDP)’이 탑재될 예정입니다. 운전자가 정해진 구간과 속도로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달리는 기술이죠. 아직은 관련 법규가 마련되지 않아 시험해볼 순 없었는데요, 이날 시승에선 ‘고속도로 주행보조(HDA2)’만 테스트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 기능만으로도 운전을 ‘안’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어요. 스스로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하며 정해진 속도대로 달리고, 깜빡이를 켜면 상황을 판단해서 알아서 차선을 변경해줍니다. 막히는 구간에선 가다서다를 반복하고 달리는 도로의 제한속도를 인식해서 적정 속도도 표시해줍니다. 다만 차선변경 기능은 복잡한 도심에선 아직 활용하긴 어렵겠더라구요. 운전자가 볼 때는 충분히 끼어들기 해도 될 것 같은 거리인데도 차는 보수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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