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해외법인 배당 8조… 국내 가져와 전기차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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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해외 자회사에서 국내로 보내는 배당금을 전년 대비 4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세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해외 자회사의 배당금에 대한 과세 부담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번 돈을 국내로 다시 들여오는 ‘자본 리쇼어링’(해외 자산의 본국 회귀)이 더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 등 국내에 투자할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계열사 해외법인의 올해 본사 배당액을 59억 달러(약 7조8000억 원)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3억 달러보다 4.5배 많은 규모다. 현대차그룹 해외법인이 국내 본사로 보낸 배당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던 2020년, 2021년에는 각각 1억 달러, 6억 달러였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 해외 매출이 절대적으로 많은 현대차(21억 달러), 기아(33억 달러), 현대모비스(2억 달러)의 국내 배당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국내 투자에 집중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정부가 국내 투자 활성화 취지로 법인세법을 개편하면서 내린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법인세 개정 효과… 해외수익 국내에 투자 ‘자본 리쇼어링’ 는다
‘이중과세’ 사라져 95%가 비과세
해외 쌓인 유보금, 투자재원 활용
‘1분기 8조 배당’ 삼성, 최대 투자
전경련 “경상수지 개선에도 도움”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로 송금하는 해외 자회사의 배당금을 대폭 늘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올해 1월부터 시행된 법인세법 개정안이 있다. 삼성전자 등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해외법인에 자금을 유보시키거나 현지 재투자를 하는 대신 국내로의 배당을 늘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세법 개편으로 국내 투자에 활력 더해

12일 재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국내 회사의 해외 자회사가 국내로 보낸 배당금에 대한 비과세율을 95%로 규정하고, 나머지 5%에 대해서만 법인세를 부과하도록 세제를 개편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올해 해외법인이 국내로 보내는 배당액 59억 달러 중 약 56억 달러가 비과세 대상이 된다.

이전에는 국내 본사가 받은 배당금에 일단 과세한 뒤 법인세에서 일부만 공제해줬다. 이러한 방식은 동일 소득에 두 차례 세금을 매기게 돼 이중 과세 논란이 있었다. 세법이 개정되면서 기업들의 세금 부담이 줄어들고, 납세 편의도 늘어나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2030년까지 국내에 전기차 공장 신설 등을 포함해 24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해외 자회사의 배당금 유입이 활성화되면서 투자가 제때 이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해외 자회사의 배당금을 활용하면 기업은 투자를 위한 차입 규모를 줄여 재무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

글로벌 반도체 다운사이클(침체기)로 실적에 직격탄을 맞은 삼성전자도 국내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1분기(1∼3월) 본사 배당액을 대폭 늘렸다. 삼성전자의 1분기 배당금 수입은 8조1192억 원이었다. 2021년과 2022년 연간 배당금 수입 6조5600억 원, 3조5514억 원을 한 분기 만에 훌쩍 뛰어넘었다. 이 배당금 수입은 대부분 해외 법인에서 온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외 배당금 95% 비과세 등 정부의 국내 투자 활성화 정책이 1분기 사상 최대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를 단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미국 등도 세법 고쳐 자본 리쇼어링

경상수지 개선 효과도 있다. 과거 해외 자회사가 국내 송금을 유보하면서 쌓인 현금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국내 기업들의 해외 자회사가 보유한 잉여 현금 등을 집계한 ‘재투자수익수입’ 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1월과 4월 각각 ―10억6720만 달러(―1조3700억 원), ―2억4400만 달러로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국내에서 해외로 투자된 돈보다 해외에서 들어온 금액이 더 컸다는 뜻이다. 지난해는 이 수치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달이 한 차례도 없었다.

미국 등 선진국은 일찌감치 해외 자회사의 배당 소득을 비과세하는 정책을 통해 외국에 머물고 있는 자본을 자국 내로 빨아들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2017년까지 약 1조 달러를 해외 유보금으로 남겨 뒀다. 하지만 과세 체계를 바꾼 후인 2018년에는 이 중 77%인 7700억 달러가 미국으로 돌아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해외 자회사 배당금 비과세로 2024∼2027년 연평균 1044억 원의 세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촉진시키는 등 보이지 않는 이익이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호 전경련 경제조사팀장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이 국내로 재투자되면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달러가 유입돼 환율 안정과 경상수지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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