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은 충남 대산에 ‘탄소나노튜브(CNT, Carbon Nanotube)’ 4공장을 착공했다고 31일 밝혔다. CNT는 배터리, 반도체 공정용으로 각광받는 소재다. 해당 4공장은 오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완공 시 LG화학 CNT 생산능력은 현재의 2배 이상인 총 6100톤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앞서 여수에 증설한 CNT 3공장(1200톤 규모)은 최근 본격적으로 가동에 돌입했다. 이번 증설로 LG화학은 기존 1700톤을 포함해 총 2900톤 규모 CNT 생산능력을 확보한 상태다.
CNT는 전기와 열전도율이 구리, 다이아몬드 등과 동일하고 강도는 철강의 100배에 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차세대 소재로 각광받는 이유다.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해 자동차 정전도장 외장재, 반도체 공정용 트레이(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트레이에 CNT 소재를 적용하면 전기 전도성이 우수해 고온을 견디고 분진이나 전자파, 정전기 등을 차단할 수 있다.) 등 활용범위가 다양한 소재다.
LG화학이 CNT 생산능력을 지속 확대하고 있는 이유는 배터리 소재를 중심으로 급성장중인 글로벌 CNT 시장에서 확고한 경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지난 2017년 500톤 규모 CNT 1공장을 처음 가동했고 2020년대에 들어서 매년 설비 증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화학 CNT공장은 자체 개발한 유동층 반응기로 생산 라인당 연간 최대 600톤까지 양산 가능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단일라인 기준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고 LG화학 측은 강조했다. 유동층 반응기는 CNT 파우더를 반응기 내부에서 회전시켜 CNT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기술이다.
또한 독자기술 기반 코발트(Co)계 촉매를 사용해 배터리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성이물함량을 낮췄다. 세계 최고 수준 품질을 구현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업계에서는 철(Fe) 촉매를 사용하는데 코발트 대비 금속 및 자성이물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아 제품화를 위해서는 별도의 후처리 공정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CNT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업체에 양극 도전재(Conductive Additive) 용도로 공급될 예정이다. 이외에 다양한 산업 분야로도 공급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양극 도전재는 전기 및 전자의 흐름을 돕는 소재다. 리튬이온배터리 전반의 첨가제로 쓰인다. 특히 니켈과 코발트, 망간 등 활물질로 구성된 양극재 내에서 리튬이온의 전도도(Conductivity)를 높여 충방전 효율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CNT를 양극 도전재로 사용하면 기존 카본블랙 대비 약 10% 이상 높은 전도도를 구현해 도전재 사용량을 30%가량 줄이고 그만큼을 양극재로 더 채워 배터리 용량과 수명을 늘릴 수 있다. 또한 음극재 및 리튬황·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분야에서도 CNT가 주력 도전재로 검토되고 있다. LG화학은 CNT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세와 향후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추가적인 증설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CNT 소재 시장은 오는 2030년 약 3조 원 규모 글로벌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글로벌 CNT 수요는 작년 1만4000톤에서 2030년 9만5000톤 규모로 연평균 약 30% 수준 성장세가 예상된다. CNT를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들이 지속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올해 1월부터 새로운 CNT 용도 개발을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기도 했다. 전기차 배터리 외 다양한 분야에 대한 CNT 신규 판매 확대를 꾀하고 있다.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CNT를 첨가해 금속을 대체할 수 있는 정전도장 플라스틱을 개발해 일본 미쓰비시자동차 3개 모델 전면 펜더로 공급을 시작했다. 펜더 외에 범퍼나 사이드미러, 트렁크 연료 주입구 등 자동차 업체가 원하는 다양한 외장재로도 공급이 가능하다. 정전도장은 페인트(도료)와 부품에 전기를 통하게 해 정전기의 달라붙는 성질로 색을 입히는 방식을 말한다. CNT의 우수한 전도성을 활용해 도료 사용을 줄일 수 있어 환경에 친화적이며 크기나 형상 제한 없이 균일한 두께로 색을 입힐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CNT는 자동차용 레이더 센서 및 모듈 등을 보호하기 위한 전자파 차폐(Shielding) 소재로도 주목받고 있다. 금속을 대체할 수 있는 차폐 보완재로 자동차 사이드미러, 범퍼 등에 적용해 차선유지보조시스템(LKAS), 후측방경보시스템(BSD) 등 자율주행기능 구현 시 불규칙하게 간섭을 일으키는 신호와 전자파를 흡수할 수 있다.
실제로 LG화학은 국내 완성차 업체에도 전자파 차폐 흡수 용도로 CNT를 공급하고 있다. 향후 자율주행기술 발전 및 보급 확대에 따라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노국래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은 “국내 최대 규모 CNT 생산능력과 우수한 품질로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확고한 경쟁 우위를 선점하고 잠재력이 큰 신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G화학은 지난 2011년 CNT 독자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2013년 20톤 규모 파일럿(Pilot) 라인을 구축했고 2014년에는 전도성 컴파운드 및 배터리용 제품 개발 등을 시작으로 현재에 이르렀다. 총 300여건 관련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