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 세대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명작 영화 ‘백투더퓨처’에는 주인공이 타임머신 역할을 하는 자동차를 타고 시간 여행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주인공은 30년 전 과거로 돌아가 학생이었던 어머니와 아버지가 서로 사랑에 빠지게 하는 데에 성공합니다. 이때 주인공이 탔던 타임머신 자동차 ‘드로리안 DMC-12’는 영화의 흥행과 함께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게 됩니다.
그런데 영화 속 이 차가 현대차의 포니 쿠페와 닮았다는 반응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포니 쿠페는 1974년 포니 쿠페 콘셉트카가 공개된 후 무려 50여 년이 지나 18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레이크 코모(Lake Como) ‘현대 리유니온(Hyundai Reunion)’ 행사에서 공개되었습니다. 영화 속 드로리안과 현대의 포니 쿠페가 닮아있는 이유에는 현대자동차와 이탈리아 디자인 거장의 세대를 뛰어넘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존재합니다.
포니 쿠페 콘셉트는 1974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되었습니다. 포니 쿠페 디자인을 계승한 ‘N 비전 74’ 콘셉트카의 명칭의 74도 여기서 유래된 것입니다. 포니 쿠페 콘셉트는 현대자동차 브랜드 첫 콘셉트이며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길 염원했던 정주영 초대 회장의 열망이 담겨 있었습니다.
정주영 초대 회장은 이탈리아의 거물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에게 디자인을 맡겼습니다. 자동차 산업에 끼친 지대한 영향력을 인정받아 ’20세기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에 선정된 바 있는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현대자동차의 염원을 담아 포니 쿠페 콘셉트를 디자인했고 토리노 모터쇼에서 공개된 후 이 차는 쐐기 모양의 노즈와 원형 해드램프, 기하학적 선으로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큰 관심에도 불구하고 출시되지는 못했습니다. 1970년대에 오일 쇼크 발 경제 위기가 찾아와 스포츠카가 양산되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콘셉트카는 양산되지 못했지만 이 차의 디자인은 대중에게 잊히지 않았습니다. 영화 백투더퓨처에 등장하는 ‘드로리안 DMC-12’의 디자인을 맡게 된 주지아로가 포니 쿠페를 기반으로 디자인을 완성한 것입니다. 미국의 신생 자동차 기업이었던 ‘드로리안 모터 컴퍼니’에서 주지아로에게 2도어 쿠페 디자인을 맡겼는데 이때 주지아로에게 포니 쿠페 콘셉트가 영감을 주었다고 합니다.
비록 드로리안 모터 컴퍼니는 재정 문제로 몇 년 만에 파산했으나 흥행한 영화에 중요한 소품으로 등장하게 되면서 차의 디자인은 80년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같은 디자이너에게서 탄생한 디자인일 뿐만 아니라 포니 쿠페를 기반으로 한 디자인이니 포니 쿠페와 드로리안 DMC-12의 외형이 비슷한 것은 당연합니다. 오히려 포니 쿠페가 원조 격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긴 세월이 흐른 후에도 포니 쿠페 콘셉트를 잊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여름 현대자동차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 포니 쿠페 콘셉트의 디자인을 고스란히 재현한 모델인 ‘N 비전 74’를 공개했습니다. 1974년도의 포니 쿠페 콘셉트카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제작되었다는 이 콘셉트카는 수소-전기 하이브리드 구동장치 기술만큼은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이지만 디자인과 열정만큼은 과거 현대차의 포니 쿠페 콘셉트카와 똑 닮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 개월 뒤인 지난해 11월 24일 과거 포니 쿠페 콘셉트의 디자인을 개발했던 담당자들이 현대차 디자인 토크쇼에서 ‘포니 쿠페 재현 프로젝트’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출처 : 현대자동차
그렇게 잊혀졌던 포니 쿠페 콘셉트가 ‘현대 리유니온’ 행사에서 완벽한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주요 전현직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현대 리유니온’은 현대자동차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미래를 향한 현대자동차의 변하지 않는 비전과 방향성을 소개하는 헤리티지 브랜드 플랫폼입니다. 현대차는 이날 행사에서 지난해 11월 시작한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처음으로 선보였습니다.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작업은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와 그의 아들인 파브리지오 주지아로(Fabrizio Giugiaro)와의 협업을 통해 진행됐습니다.
기성세대에게는 젊었을 적 추억을 되살려 주고 젊은 세대에게는 마치 부모님 세대로 돌아간 듯한 레트로 감성을 충족시켜 주는, 그야말로 영화 ‘백투더퓨처’같은 포니 쿠페를 통해 현대차의 세대를 뛰어넘은 비전과 방향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EV라운지 에디터 evlounge@donga.com